“휴가비 너무 비싸요”… 엄마·아빠와 여행 떠나는 Z세대
치솟는 여행 비용에 부담을 느낀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부모와 함께 휴가를 떠나는 ‘가족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또래나 연인과 떠나는 여행을 선호했던 젊은 세대가 숙박비와 항공료 등 여행 비용이 오르자 부모와 비용을 나누거나 지원받을 수 있는 가족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NSS매거진은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부모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여행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부모와 함께 해외 휴양지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매체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저가 항공편이 보편화하고 저렴한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부모와 휴가를 보내는 것을 다소 촌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관광 산업 전반의 비용이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숙박시설의 고급화와 항공·숙박비 상승 등으로 젊은 세대가 혼자 여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부모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직전 2년간 Z세대 성인의 33%가 부모와 함께 여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의 30%는 부모와 조부모까지 동반한 여행을 경험했으며, 밀레니얼 세대의 16%는 자녀와 부모를 모두 동반해 여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족 단위 여행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스카이스캐너에서 ‘가족’ 필터를 이용해 전 세계 숙소를 검색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가족 여행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비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Z세대 성인의 29%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로 ‘여행 경비를 절약하거나 분담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가족 여행과 관련한 게시물 조회수는 지난해 6월 기준 직전 1년간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했다. 부모와의 여행이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피해야 할 휴가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Z세대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44개국 MZ세대 2만25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글로벌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5%는 재정적인 이유로 결혼이나 출산, 교육, 창업 등 주요 인생 계획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활비는 5년 연속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혔다.

주거비 부담도 크다. Z세대의 69%는 주택의 가격이나 주거비 부담이 직업 선택이나 근무 지역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경제적 독립 자체가 늦어지면서 부모와 생활뿐 아니라 여가와 여행을 공유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NSS매거진은 “젊은이들은 지난 수년간 축적된 여러 장애물로 인해 경제적 독립이라는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20대들이 부모의 지원을 받는 휴가를 다시 찾는 것은 단순한 SNS 유행이 아니라 이전 세대보다 소득과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