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광고·커머스 사업을 신설회사인 ‘카카오AI’에 넣는다.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신사업 투자 기능은 존속회사인 ‘카카오X’가 가져간다.
기존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기 때문에 과거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상장 때처럼 모회사 주주가 신설회사의 성장에서 소외되는 구조는 아니다. 인적분할은 통상 서로 다른 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주주 달래기 카드도 내놨다. 카카오X는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수익의 30%를 주주에게 배당하고 투자에서 특별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익의 30%를 특별배당하기로 했다. 카카오AI는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2027년 이후에는 실적에 따라 환원율을 최대 40%까지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다. 분할 계획을 발표한 8월 21일 카카오 주가는 7.49% 급락했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24일 인적분할 관련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 가운데 5곳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시장에서는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눠야 할 만큼 뚜렷한 사업적 이유와 분할 이후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복합기업 할인’ 해소다. 지금까지 카카오 안에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와 커머스에서 돈을 버는 사업회사 역할과 수십 개 계열사를 관리하고 투자하는 역할이 뒤섞여 있었다. 성장성과 수익구조가 전혀 다른 사업이 한 회사에 묶여 있다 보니 어느 쪽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가 다룬 주요 의사결정 가운데 핵심 사업의 기업가치 확대와 직접 관계없는 안건이 27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23건이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 지원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과 AI에 써야 할 경영진의 시간과 자본이 계열사 문제를 처리하는 데 지나치게 투입됐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제시한 숫자만 보면 분할 논리가 보인다. 국내외 증권사의 사업별 평가액을 합산한 카카오의 잠재 자산가치는 34조2000억원인데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친다. 약 17조4000억원의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한다는 계산이다. 카카오AI는 AI 기업으로, 카카오X는 투자회사로 각각 평가받으면 이 할인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에 AI를 결합해 탐색과 추천, 구매, 결제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만들고 2030년까지 AI 관련 매출을 포함해 전체 매출 6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관리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사업 등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AI의 예상 PER이 약 13배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주력인 광고·커머스가 저성장 내수시장에 묶여 있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AI 수익화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이다. 카카오X는 예상 PER이 약 28배인 반면 2030년까지 예상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13%에 그친다. 투자회사 특성상 NAV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분할 전 ‘복합기업 할인’이 분할 후 ‘투자회사 할인’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이미 ‘회사를 쪼갤수록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논리를 여러 차례 내세웠다가 정반대 결과를 낸 전력이 있다. 카카오는 과거 카카오게임즈(2020년)·카카오뱅크(2021년)·카카오페이(2021년) 등 계열사를 잇달아 증시에 입성시키며 ‘문어발식 상장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까지 추진했다가 거센 비판에 철회했다. 알짜 사업이 자회사로 빠져나갈 때마다 카카오 본사의 투자 매력은 약해졌고 결국 시장에서는 ‘카카오 디스카운트’라는 말까지 생겼다.
인적분할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AI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나눈다는 콘셉트 자체는 말이 된다”면서도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경영진 교체나 분할 이후 이사회 구성 등이 함께 제시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기존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 수평적인 분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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