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진화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멀티모달 모델로 진화하며 영상과 음성을 통합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이 능력을 물리적 행동으로 연결하고 로봇이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통합적 지능을 갖추게 됐다.
개별 로봇이 아무리 스마트해도 수천 대의 로봇이 서로 협업하며 동시에 동작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천 대의 로봇을 하나의 시스템, 체계로 묶어 실제 하나로 운영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업계가 업무를 직무 단위에서 과업 단위로 전환하는 것도 업계가 궁극적으로 개별 서비스에서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를 지향함을 보여준다. 과업 단위로는 인간이 할 일과 인공지능이 할 일을 세밀하게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단일 도구로 보는 것에서 에이전트 군집으로 보는 것으로 전환하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으로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모델 바깥의 ‘작업 환경과 통제 시스템’을 설계·구축한다. 규칙, 도구, 메모리, 자동 점검, 자동 리포팅, 실행 환경, 전체 관리 시스템 같은 요소를 묶어 일관된 결과를 만드는 접근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동해 회의 참석자 전원이 참석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한 뒤 회의실까지 예약해 주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이후 회의록 생성과 배포, 팔로업 액션 관리까지 에이전트의 임무를 확장할 수 있다.
뉴스 모니터링 업무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자동으로 스크랩한 뒤 영업, 개발, 회계 등 각 부서에 필요한 내용별로 분류해 공유할 수 있다. 이후 이 뉴스가 신상품 기획에 반영된 사례까지 추적해 더 유의미한 뉴스를 선별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할 수 있다.
고객센터 대응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서 모든 상담 전화를 받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외부 문의 접수, 답변 생성, 자동 후처리 등록, 사후 설문 조사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지원하면서 긴급성이 높거나 난이도 높은 상담은 숙련된 인간 상담가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 바로 이런 ‘판단’을 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식품업이라면 이런 예는 어떨까? 고객이 온라인쇼핑몰에서 부라타 치즈를 검색한 뒤 구매했다고 하자. 이것만으로 이 업체가 궁극적 식품 라이프사이클 관리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식사 인원과 메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고 보관법과 배송 방법, 같이 먹으면 좋은 빵까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묻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먼저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곳은 지금 당장 꼭 살 것이 없더라도 들어와서 구경하고 재미있게 놀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 무엇이 핫한가,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 하고 늘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내 라이프스타일 관리 시스템이 된다. 도요타도요타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로 우븐시티라는 곳이 있다. 일반 차는 안 다니고 자율주행 로봇만 다니는 자율주행 로봇 전용 물류 터널이다. 이 환경은 한마디로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교통 플랫폼 그 자체다.
5G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은 동일한 신호와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어 전체 교통 시스템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다. 전체 차량의 이동 속도와 교통 흐름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관리 리소스도 최적화된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이처럼 종합 세팅된 환경이 있다면 개발 속도는 큰 탄력을 받는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스스로 하면서 자가 발전도 계속해 나간다. 사람들이 우븐시티를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 칭하는 이유다.
우븐시티에는 스마트홈 IoT 시스템, 가정용 로봇, 수소 기반 에너지 시스템, 독자적인 자동차 운영체제도 녹아 있다. 한마디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녹여져 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큰 라이프사이클 체제로 통합하려는 비전이다.
중국은 ‘하늘’에도 이런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광저우시는 전기 수직이착륙기, 드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거대한 테스트 베드를 만들고 있다. 개별 기기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교통시스템, 제어 소프트웨어, 법률 규제 등이 종합 적용된 공중 도시 세트 그 자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스스로 레퍼런스가 된다. 기업이 스스로 라이프사이클 플랫폼이 되려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또 하나 알 수 있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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