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게맛 알았나”…이탈리아, 골칫덩이 꽃게 ‘수출 효자’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어민들의 골칫덩이였던 푸른꽃게(블루크랩)가 최근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대적인 퇴치에도 좀처럼 개체 수가 줄지 않자 아예 해외 시장에 내다파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 포강 삼각주의 폴레시네 어민협동조합 컨소시엄은 올해 블루크랩 수출 등에 힘입어 약 2000만유로(약 3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올해 잡힌 블루크랩은 모두 판매돼 더 이상 폐기 물량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때 비용을 들여 없애던 외래종이 이제는 지역 어업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북미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인 블루크랩은 1940년대부터 아드리아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개체 수가 많지 않았지만 2023년을 전후해 급격히 늘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조개 생산지인 포강 삼각주에서 바지락과 홍합을 잡아먹고 어망까지 훼손하면서 지역 어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블루크랩 확산 이후 폴레시네 컨소시엄의 매출은 한때 75% 급감해 1500만유로 수준까지 떨어졌고 활동 조합원도 1500명에서 850명으로 줄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결국 2024년 본격적인 퇴치에 나섰다. 정부 지원을 받아 폴레시네 지역에서 2년 동안 잡아 소각한 블루크랩만 약 230만㎏에 달했다. 그러나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의 번식기에 최대 800만 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대량 포획에도 개체 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결국 소각 중심의 퇴치 사업을 중단하고 잡은 게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바꿨다.

새로운 판로는 해외에서 열렸다. 이탈리아에서 잡힌 블루크랩은 현지에서 찌고 냉동한 뒤 스리랑카로 보내진다. 현지 업체가 수작업으로 게살을 발라 집게살과 혼합 게살 등으로 가공한 뒤 미국과 유럽 등으로 다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블루크랩에 대한 거부감과 손질의 번거로움 탓에 소비가 많지 않아 해외 시장이 주요 판매처로 자리 잡았다. 현재 블루크랩은 ㎏당 약 1.3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블루크랩이 급증한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수온 상승으로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데다 가뭄으로 포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중 염도가 높아진 것도 개체 수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퇴치가 쉽지 않은 외래종을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탈리아 어업계의 관심은 이제 블루크랩 판매가 일시적인 대안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