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4년 만에 법무부 세종 이전 추진
경마공원·방첩사엔 9800가구 공급
과천 “행정 기능 빼고 베드타운 만드나”
정부는 지난 3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순차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1983년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한 법무부는 계획대로 이전할 경우 44년 만에 과천을 떠나게 된다. 현재 법무부는 행복도시법상 세종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는 법 개정을 거쳐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3일 과천시민회관 시계탑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천시를 아주 공동화시키려고 작정했나 보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 일방적인 청사 이전과 수도권 주택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정권 교체 때마다 과천의 희생을 강요했다”며 “도시 공동화를 막고 자족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과천시는 행정기관 이전과 대규모 주택공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과천시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과천지구, 주암지구 등에서 이미 4만6000가구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는 과천 경마공원과 방첩사 부지에 98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경마장 이전 대상지를 9월까지 선정하고, 방첩사 비핵심 시설은 내년 상반기부터 이전하기로 했다. 시설 이전과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2029년 12월에는 주택 착공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과천시는 이미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개발 한계에 근접했다고 주장한다. 과천대로와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등 주요 도로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1만 가구에 가까운 주택이 추가되면 교통뿐 아니라 학교와 상·하수도 등 생활 기반시설까지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 조성과 관련해 과천정보타운역과 행정복지센터, 문화·체육시설 등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시가 투입하거나 부담해야 할 돈이 5500억원을 넘는다고 보고 있다. 올해 과천시 전체 예산 4917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경마공원 이전에 따른 세수 감소도 핵심 쟁점이다. 과천 경마공원은 매년 500억원이 넘는 지방세를 내고 있는데, 이는 과천시 한 해 예산의 약 10%에 해당한다. .
신 시장은 “국가가 필요할 때는 희생을 요구하고 또다시 개발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도시 수용 능력과 재정 여건을 무시한 경마공원·방첩사 부지 주택 공급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이미 약속한 교통과 생활 기반시설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과천시와 과천시민을 직접 만나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과천시의회와 주민대표 등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해 주택 공급 반대 서명과 손도장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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