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LVMH의 시가총액은 현재 2130억유로(약 332조원)로 2023년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팬데믹 특수로 쌓아 올린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아니다. LVMH의 지난해 실적은 178억유로로 2019년보다 50% 이상 많았다. 그럼에도 기업가치가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까워진 것은 명품시장 성장 둔화와 향후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산층 소비자의 이탈이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은 최근 3년간 이른바 ‘열망적 소비자’로 불리는 중산층 고객 약 6000만명이 명품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명품 소비자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들은 초고가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자산가는 아니지만 가방과 의류 등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제품을 소비하며 명품시장 외형 확대를 뒷받침해온 고객층이다.
업계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도 소비자 이탈을 부추겼다. 베인에 따르면 상당수 명품 제품 가격은 2019년보다 50~70% 올랐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명품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중산층의 구매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을 늘려온 전략이 오히려 고객층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의 소비 부진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글로벌 명품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꼽혔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다만 명품업계 전반이 침체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고소득층 기반이 탄탄한 에르메스와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리브랜딩에 실패한 구찌의 모기업 케링과 버버리는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명품 소비의 패턴 변화도 감지된다. 급등한 가방 대신 주얼리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을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의 주가는 최근 6개월간 28% 뛰었다. 가방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로 뛰자 비슷한 금액대라면 자산 가치가 높은 보석류를 선택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명품업계 경영인 페데리코 마르케티는 “현재 가격 수준에서는 소비자들이 7000유로짜리 가방보다 1만유로짜리 주얼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올해 명품산업을 ‘재조정’의 시기로 진단했다. 제품 가격을 높이는 방식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중산층 고객의 이탈과 가격 인상 전략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면서 명품업계도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할 시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