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AI 켜요”...청년들 홀린 ‘점테크’
“취업 때문에 불안해서 AI를 켜요. 운세를 보면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요.”

27세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불안할 때 AI로 점술을 찾는다. 생성형 AI에 면접일 운세를 묻는가 하면, 앱에서는 리포트를 구매해 직업 적성을 찾아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취업난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AI까지 가세하며 '점테크'(점성술+테크)가 확산하고 있다.

점술에 대한 관심은 젊은 층일수록 높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점술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주나 타로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10대가 7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대(68.0%), 30대(67.5%) 순으로 나타난 반면 60대는 41.5%에 그쳤다.

최근 1년 내 점술을 경험한 비율도 20대 70.0%, 30대 72.0%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동안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꼽혀왔다. 같은 조사에서 서비스 이용 이유로 ‘불안감 해소’가 54.2%로 가장 많았으며, ‘방향성에 대한 정보 획득’이 33.8%로 뒤를 이었다.

나아가 점술이 개인을 탐색하는 도구로도 쓰이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Z세대를 중심으로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0·20세대의 43%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운세를 본다고 답했다.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MBTI처럼 각자의 특성을 살펴보는 셈이다.

여기에 AI가 결합하면서 관련 서비스가 한층 대중화되고 있다. 김씨는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어 편하고 실제 상담사와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점집이나 타로 가게를 찾아가야 했다면, 이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무료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실제 AI와 운세를 결합한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관상 분석과 일일 코디 추천 등 맞춤형 기능을 제공해온 '점신'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900만회를 넘어섰다. 운영사 테크랩스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가운데 20·30대가 약 65%를 차지한다.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의 AI 운세 플랫폼 '플롯'(flot)도 지난 3월 출시 한 달 만에 운세 리포트를 약 18만건 생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롯 역시 전체 이용자의 약 60%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오픈AI의 GPT 스토어에서는 지난 8월 국내 서비스 ‘운세박사’가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애플뮤직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명리학과 자미두수, 서양 점성술 등 다양한 범위를 다루면서 AI 서비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확산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AI는 수천만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이용자 반응이 좋았던 답변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며 “AI가 제시하는 운세 결과가 실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마음에 드는 답변이라는 이유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