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부르는 무기 패러다임 시프트 ⑫
단거리·중거리·ICBM 등 미사일마다 일정 규격의 핵탄두 모듈 만들어 호환 가능

북한 김정은이 6월 핵물질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6월 핵물질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회에 북한은 핵무기를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의지’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현실을 살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무기 57개’ 발언은 북핵 인정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이재명 정부에선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발언들이 잇따른다.

그렇다면 북한의 실제 핵 능력은 어느 정도이고 사용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북한이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한 것은 2005년 2월 10일이다.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무기한 중단 및 핵무기 제조를 선언했다. 이듬해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핵실험 결과 폭발력은 1차 3.9kt(1kt=TNT 1000t 폭발력)에서 6차 100kt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북한은 4, 6차에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6차 핵실험으로 수소탄 기술 확보 입증

4차는 폭발력(6kt)으로 볼 때 수소탄 실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수소탄은 수백 kt의 폭발력을 보이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수소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이거나 핵융합 반응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폭발력 10kt의 5차 핵실험은 증폭핵분열탄으로 분석됐다. 6차 핵실험은 폭발력과 인공지진 규모(6.0~6.3)로 봤을 때 북한 발표대로 2단계 열핵무기(수소폭탄) 기술을 입증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과 국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직전 2단계 열핵무기 구조를 갖춘 탄두 모양의 실물을 공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을 크게 자극했다. 미국 대선에서도 북핵은 큰 이슈가 됐다. 게다가 북한은 2017년 7월 미국에 닿을 수 있는 ICBM(화성-14형)을 잇달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로켓맨’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핵무력을 갖춘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와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도 6차례 핵실험으로 핵 완성을 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이 2024년까지 핵탄두 65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를 약 60개로 추산했다. SIPRI는 지난해 북한이 핵탄두 최대 90기를 만들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 원칙과 운용 방안 등을 차근차근 제도화했다. 핵보유국 지위 채택(2013년), 핵무력 완성 선언(2017년), 핵무력 정책의 법령 채택(2022년)과 헌법 명문화(2023년)를 거쳐 법제화를 완성했다.

관건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 수준이다. 핵 기폭장치 기술을 확보했는지와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했는지가 주목된다. 기폭장치는 핵물질을 순간적으로 고밀도로 압축해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핵무기 기술의 핵심이다. 북한은 수많은 핵무기용 내폭실험(고성능 폭약 폭발 시험)을 통해 기폭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두 차례 핵탄두 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핵탄두를 원하는 고도에서 정확하게 터뜨리는 공중 기폭 기술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소형화·경량화가 필수적이다. 한국과 주한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둔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으려면 그 중량이 500kg 이하여야 한다. 북한의 화산-31형은 신형 전술유도무기뿐만 아니라 전략순항미사일, 핵 무인 수중 공격정에 탑재할 수 있는 무게 200~300kg, 직경 40~50cm 수준의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춘근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과 대응방안. 권용수 ‘북한의 미사일 위협 평가’).

북한은 핵탄두 표준화, 규격화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핵탄두 표준화란 기성복과 같은 개념이다. 단거리·중거리·ICBM 등 미사일마다 탄두를 일일이 따로 제작(맞춤복과 같은 개념)할 필요없이 일정 규격의 탄두 모듈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미사일 또는 방사포에 상호 호환 탑재가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북한은 직경 약 40~50cm 크기의 표준화된 전술핵탄두 ‘화산-31’ 모듈 실물을 공개한 바 있다. 한·미 당국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거쳐 탄두 소형화 및 표준화·규격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런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까. 핵 사용 시 정권이 끝장날 것이라는 걸 김정은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순수한 협상용, 방어용일 뿐이라는 시각이 있다. 외교안보 상황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북한은 강고한 김정은 1인 독재체제다. 예측 불허의 독재체제 성격상 자신의 권좌가 조금이라도 위태롭다고 판단되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서해 5도 기습 점령 후 핵 사용 위협 가능성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김정은에 대해 그의 유학 시절 반 친구와 주변인 거의 모두를 인터뷰한 결과 “위험하고 예측불허하며 폭력에 기울기 쉬운 과대망상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인물이 핵미사일 버튼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위험성을 거론한다.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NLL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핵 전력이 없는 우리의 전략적 열세를 이용해 서해 5도를 기습적으로 점령한 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이성춘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해도 사용할 수 있을까’).

북한은 핵 사용 위협 강도를 높여오고 있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 노동당회의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무기 5대 사용 조건을 구체화했다. △대량살상무기 공격 또는 임박 시 △지도부 및 핵지휘기구 공격 또는 임박 시 △중요 전략 대상 공격 또는 임박 시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 △국가 존립 및 인민 안전 위기 시 등이다. 모두 위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그만이다.

북한은 한국을 주적이라며 핵공격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여정은 장기전을 막고 군사력 보존을 위해 핵전투 무력 동원도 예고했다. 모두 단순한 협상용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의 핵전략잠수함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고 협박했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를 통해 동맹국이 재래식무기 공격을 받을 시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보다 핵위협 감소 또는 중단 수준에서 협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⑬회에 계속)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