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인기 몰이 속 지방 찾는 외국인 늘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스토리텔링 노력 필요
비거주자 카드 사용
올 2분기 사상 최대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수는 약 1894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7월 기준 이미 128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399만 명), 일본(228만 명), 대만(141만 명), 미국(96만 명), 홍콩(42만 명) 순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방한 외국인은 무난히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중 85% 이상이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확산된 K콘텐츠의 인기가 한국에 대한 열풍으로 이어지며 방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증가는 즉각적인 소비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 금액은 48억7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36.1%,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 소비 추이를 감안할 때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카드로 지출할 금액은 약 25조원, 여기에 현금 결제액까지 합산하면 30조원을 훨씬 초과하는 내수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보다 긍정적인 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다. 지방 방문 비중이 늘어나는 한편, 단순 쇼핑을 넘어 뷰티·푸드·의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소비가 다변화되고 있다. K팝이나 K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 ‘K-브랜드’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난제인 ‘내수 침체’와 ‘지방 소멸’이라는 두 가지 위기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동시에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적 신호다.
최근 BTS 부산 공연이 세계적 조명을 받으며 지역 관광을 대폭 활성화했던 사례가 좋은 예다. 지방행 KTX 승차권을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도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이동 증가와 무관치 않다. 이제는 지방 공항과의 연계 교통망을 확충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별 특색을 살린 스토리를 발굴해 관광 경쟁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사업 등에 외국인들이 매료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과 지역상권의 상생협력이 추가되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소비 행태의 변화와 내수 침체가 맞물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다. 국내 소비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활발한 소비는 내수경기를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다. 물론 2000만 명이라는 숫자에만 기대서는 안 될 것이고,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체류기간을 늘리고 1인당 소비지출액이 증가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여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내수 회복과 민생경제 살리기의 결정적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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