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은 수치로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13억1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2.1% 증가했다.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반영하듯 해외 주요 유통업체들도 K뷰티를 별도 카테고리로 운영하거나 자체 제품에 관련 요소를 접목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 드럭스토어 체인 DM이다. DM은 온라인몰에서 한국 화장품을 별도 카테고리로 운영하는 한편 자체 브랜드 ‘발레아(Balea)’를 통해 한국 스킨케어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키지 전면에 ‘Korean Beauty’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등 한국 화장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쌀과 녹차 등 K뷰티에서 익숙한 성분과 스킨케어 콘셉트도 제품에 녹였다.
미국에서는 아예 ‘서울’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운 화장품이 등장했다.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서울 슈티컬스(Seoul Ceuticals)’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브랜드명에 ‘Seoul’을 사용하고 한글 ‘서울’도 함께 내세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제품을 K뷰티로 소개하며 달팽이 점액과 녹차 등 한국 화장품에서 익숙한 성분을 강조한다.
한국어 브랜드명으로는 ‘화랑품’을 사용하며 현재 핀란드와 스웨덴, 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는 핀란드에서 탄생했지만 제품 생산은 한국콜마와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제조업체가 맡는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기획하고 한국의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독일에서 출발한 화장품 브랜드 ‘예쁘다(Yepoda)’도 비슷하다. 브랜드명부터 한국어 ‘예쁘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은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가 담당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예쁘다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매장을 열며 한국 시장에도 역진출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탄생한 K뷰티 브랜드가 한국 제조업체를 생산 파트너로 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브랜드의 국적은 다양해지더라도 제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는 한국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뷰티 시장의 외연이 넓어질수록 국내 ODM 업체의 수주 기회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는 새로운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차별화 요소였다면 이제는 해외 유통업체와 현지 브랜드도 K뷰티의 성분과 제형, 패키지와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가 비슷한 콘셉트의 자체 브랜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을 경우 국내 브랜드는 가격과 유통망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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