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8만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 물량의 75.2%를 차지하는 공공임대다.

89만3000가구를 공공임대로 제공하여 불붙기 시작한 임대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그런데 89만3000구 전체가 신규 공급 물량은 아니다.

공공임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건설임대가 35만 가구, 매입임대가 31만3000가구 그리고 전세임대가 23만 가구다. 여기서 전세임대라는 것은 입주대상자가 원하는 민간주택을 직접 찾아오면 LH가 그 주택을 심사한 뒤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입주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시행하는 방식인데 이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공공임대, 비아파트가 대부분문제는 시중에 전세 물량이 남아 돌 때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지만 현재와 같이 전세 물량이 부족할 때에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요즘과 같이 전세 물량이 적을 때에는 시장에 전세 물건이 나오자마자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계약이 쉽게 된다. 그런데 그중 어떤 사람이 그 물건을 보고 나서 LH에 계약 가능 여부를 요청하면 LH가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 보증금 안전성 등 권리분석을 한 후 문제가 없으면 LH 내부 결재를 마치고 LH와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가 잘 팔릴 때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칠 이유가 없다. LH와 계약을 하려면 이런저런 서류를 계속 요구할 수 있고,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을 집주인이 인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31만3000가구에 달하는 매입임대의 경우는 전세임대와는 달리 LH가 직접 매입을 하여 실수요자에게 임대를 주는 방식이다.

이미 지어졌지만 팔리지 않은 매물(미분양 포함)을 LH가 매입하거나 LH와 신축 매입약정을 맺은 사람이 집을 지어 LH에 그 집을 파는 형식이다. 또는 오래된 기존 주택을 LH가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하여 임대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이런 물량의 대부분은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다.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공동주택 미분양 재고는 6만8217가구다.
89만 가구 공공임대가 전세난 해법?…필요한 건 서울 아파트[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그런데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은 지방에 소재하고 있고 서울에는 994가구밖에 없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1% 정도만 서울에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아파트가 아니라 도시형생활주택이 대부분이다. 서울에 있는 미분양 공동주택을 전부 매입한다고 해도 매입 목표치의 0.3%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미분양 물량이 1만4394채에 달하는 경기도의 경우도 서울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이 서울로의 출퇴근이 어려운 평택(3511가구), 양주(2125가구), 이천(1194가구), 오산(1082가구), 안성(919가구) 같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분양 아파트는 선택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매입임대의 물량은 대부분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 주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빌라라도 많이 공급하여 아파트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파트 전세 시장이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3.8%나 된 반면, 다가구주택을 포함한 단독주택은 1.41%, 빌라를 포함한 연립주택은 2.05% 상승에 그쳤다.

서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 시장이 아니라 아파트 임대 시장이다. 실수요자들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데 빌라만 많이 지어서 거기에서 전세로 살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다. LH가 시공하는 건설임대, 준공까지 최소 3년
35만 가구에 해당하는 건설임대 쪽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LH가 직접 건설하여 공공임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LH가 직접 건설한다는 것이 모든 시공을 LH가 직접한다는 뜻은 아니다. LH가 시행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파트의 경우 착공에서 준공까지 최소한 3년이 걸린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36개월이 아니라 40개월 이상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금부터 LH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해도 2030년에 준공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 강북의 어떤 단지에서는 국민 평형의 전세가 11억원에 체결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거금이 집값이 아니라 전세보증금 수준인 것이다. 그것도 강남3구와 같은 인기 지역이 아니라 비인기 지역으로 평가받던 지역에서 생긴 일이다. 전세난이 서울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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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작년 4분기 이후 전세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2년 동안 6.21%에 이르고 있다. 통상 전세 계약은 2년마다 갱신되고 있는데 2년간 상승률이 5%를 초과하는 수준이면 전월세 상한제 기준을 넘는 수준이라 하겠다.

이처럼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시중에 임대 매물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25년 6월 1일부터 현재(2026년 9월 23일)까지 서울에서만 7700여 건의 임대 매물이 사라졌다. 그중 전세가 5401건, 월세가 2341건 감소로 전세 위주로 시장에서 임대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다주택자 압박 정책 등으로 인해 임대를 주던 매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설명대로 전세 매물이 사라진 만큼 전세 수요도 같이 줄어들었다면 전세가는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전세가나 월세가 오르는 현상을 정부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7년 세법 개정을 통해 실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주는 주택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기존의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비거주 1가구 1주택자나 등록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빠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까지 임대를 주던 집을 팔지 않으면 세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이런 매물이 팔리는 양만큼 시중에는 임대 재고가 줄어드는 것이다.

임차로 사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임대를 주는 것은 죄악이라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지속되는 한 전세난은 지속될 것이고 2028년부터는 극심한 수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도 치솟고 있는 전월세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