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했다.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비슷하다. 2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태국 재무부가 전날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 한국계 은행의 태국 재진출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이어왔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SCB(시암상업은행)를 포함해 20여 개의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태국의 금융지주사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한다.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다.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태국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태국은 2023년 ‘첫 가상은행 출범계획‘ 발표를 통해 디지털 경제 활성화와 금융 인프라 혁신,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접수받은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9개월 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포함해 3개 컨소시엄에게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디지털 뱅크 구축 경험과 높은 기술력, 현지화 역량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선정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대통령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9일 밝혔다. 오찬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한 여러 내용을 소상히 설명할 계획이고, 기타 의제에 제한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지도부에 이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여야 지도부가 이를 수락했다. 이어 이날 귀국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참석 직전 강 비서실장에게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조기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속한 추진을 지시했고, 이에 다시 각 정당 관계자에게 연락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고 우 수석은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모들은 회동 시점으로 7월 초께가 바람직하다고 건의드렸지만, 대통령이 직접 '자주 볼 텐데 뒤로 미룰 이유가 있겠느냐. G7에 다녀온 결과도 설명하고 시급한 여러 문제에 대해 여야가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고 직접 시일을 당기도록 지시해서 조기에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새 정부의 내각이 구성되지도 않았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마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번 회동에서 여야정협의체 등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은 취임 18일 만이다. 대통령 취임 후 제1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것은 역대 사례와 비춰봐도 빠른 편이다.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후 2년 가까이 지난 2024년 4월에야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2017년 5월 10일 취임 후 9일 만인 같은 달 19일 낮에 청와대 상춘재에서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던 정우택 원내대표 등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반 만인 2013년 4월 12일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처음 만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일본 순방 결과 설명 차원에서 취임 두 달 만인 2008년 4월 24일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비즈니스 포커스] 석유화학, 철강, 영화, 항공 등 산업 전반에서 대형 인수합병(M&A) 움직임이 거세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추진 중인 대산 NCC(나프타 분해시설) 통합,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투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대명소노그룹과 타이어뱅크의 항공업 진출이 대표적이다. 지금 산업계는 ‘빅딜의 시간’을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빅딜’이 기업들의 생존과 혁신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1. NCC 통합으로 시작된 석유화학 대수술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설비를 합작사 HD현대케미칼로 합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양사는 아직 구체적 결정이 없다고 밝혔지만 협상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과거에도 대형 거래 시도는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표 사례가 LG화학이다. 여수 NCC 2공장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쿠웨이트 석유공사 자회사 PIC와 논의 중이나 자산가치 산정을 두고 이견이 커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도 산업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여수국가산단과 전남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중심지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반기 구체적인 지원책이 발표될 예정이며 이는 산업 구조 변화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 ‘라이벌 동맹’으로 관세 파고 넘는 철강 국내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손을 맞잡았다. 현대제철이 약 8조원을 투자해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포스코가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이다. 공동 지분투자가 성사되면 철강업계에서는 드문 라이벌 간 전략적 협력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관세 장벽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해 물류비 절감과 관세 회피 효과를 얻고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동시에 친환경 전기로를 통한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은 탄소중립 목표에도 부합한다. 철강업계는 이 빅딜을 현실적인 생존전략이자 미래를 대비한 공동 대응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3. 영화관 공룡 출격, OTT에 반격 나선 극장 영화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 카드를 꺼내들면서 업계 1위 CGV를 위협할 ‘영화관 공룡’의 탄생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시네마는 915개, 메가박스는 767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합병 시 총 1682개로 CGV(1346개)를 단숨에 앞서게 된다. 이번 합병 추진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영화산업 돌파를 위한 자구책이자 OTT에 밀린 극장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응 전략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억원에 그쳤고 메가박스는 1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CGV는 7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격차를 벌렸다. 극장 산업이 OTT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두 회사가 스크린 수 합산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사는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OTT와 차별화된 특별관 확대를 통해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각 사의 IP와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개선된 수익은 다시 시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4. 항공시장 뛰어든 레저·타이어, 경계 넘는 확장 이종 산업 빅딜도 등장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여행 산업 내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리조트, 호텔 등 기존 숙박·레저 인프라에 항공 운송을 더해 패키지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타이어 유통 전문 기업 타이어뱅크는 최근 자회사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70% 이상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항공 물류, 정비 사업 등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다. 항공업이 고정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투자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이종 빅딜이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산업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과감한 빅딜로 제2 도약을 꾀하려는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생존 기로 속 파격은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대외 변수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과 혁신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빅딜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활발하며 중국은 기술 분야와 국유기업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M&A와 사업 통합 움직임은 이러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과는 양상이 다르다. 당시 삼성, 현대, 대우 등 주요 대기업이 정부 조정 아래 사업 교환과 정리 대상이 됐다면 현재는 민간이 빅딜을 주도하고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에 집중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등 정책 자금과 제도 정비를 통해 민간 주도의 구조 재편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근 빅딜은 단순한 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넘어 신성장동력 확보와 첨단기술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이종 산업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로 평가된다. 유연성과 속도 측면에서 정부 주도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공정 경쟁 환경과 적절한 규제 설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확실성은 오히려 기업들이 기존 틀을 깨고 과감한 빅딜과 사업 전환에 나설 기회가 되고 있다”며 “민간 주도의 창의적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