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윤종규 행장·윤용암 사장’


경제 불황 속에서 회사의 방향을 잡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다. CEO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인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쥔 막중한 자리다. 미래의 인재인 대학생들이 올해 가장 주목한 CEO는 누구일까?
<캠퍼스 잡앤조이>는 연말마다 전국 대학생 1000명(남녀 각 500명)에게 올해의 CEO를 묻는다. 2011년 처음 시작한 조사는 올해로 여섯 번째다.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기업 관계자와 대학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는 것은 미래의 인재들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각 CEO의 경영실적은 물론 대학생·취업준비생으로서 호감도, 인지도, 선호도 등이 종합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제조업, 비제조업, IT·통신, 은행, 증권·카드, 보험, 공기업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순위를 매겼다.
<조사 개요>▶ 조사 기관 : 오픈서베이▶ 조사 대상 : 전국 대학생 1000명(전문대 이상, 휴학생 포함, 남녀 각 500명)▶ 조사 방법 : 온라인?모바일 설문▶ 조사 시간 : 11월 9~10일▶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3.1%▶ 기업 분류 : <한경비즈니스> ‘2016 100대 기업’ 및 대학생 사전 인지도 조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제조업 1위 ‘5년 연속’
제조업 부문 1위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24.8%)이 차지했다. 권 부회장은 5년 연속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갤럭시노트 7 판매 중단 등으로 위기에 놓였던 삼성전자였지만, 여전히 국내 인지도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매출 역시 반도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주역이다. 2012년 6월 부회장 취임 후 지금까지 반도체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부품부문을 이끄는 수장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은 올해 11월 삼성전자 47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온 오랜 역사와 저력이 있다”며 “이제 일하는 방식, 혁신에 대한 사고, 고객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철저히 개선해 이 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2위는 의약품 분야에서 나왔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11.8%)이 제조업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이 사장은 2015년 취임 이래 연구개발에 약 1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는 보수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해온 유한양행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유한양행에 공채로 입사한 뒤 유통사업부장, 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한 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올해 6월 유한양행 창립 90주년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유한양행의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과 윤리경영, 고객만족경영 그리고 노사 화합의 신뢰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나눔과 공유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3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0.2%)이다. 현대차는 최근 내수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대까지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형 그랜저 등 신차를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4위부터 6위까지는 근소한 차이에서 순위가 갈렸다. 4위는 이강훈 오뚜기 사장(6.8%)이다. 이강훈 사장은 1978년 오뚜기에 입사, 2010년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지난해 국내 주요 식품업체의 전문경영인 중 자사주 평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이강훈 대표이사의 자사주는 15억4300만 원이다.
5위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6.7%)이다. 한 부회장은 비 오너 일가로 LG디스플레이 최초의 부회장급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부사장급으로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된 후 3년 만에 부회장까지 올랐다. 실적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를 글로벌 1위 디스플레이 업체로 자리매김 시켰고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인 OLED 기술을 선도했다.
6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4.4%)이다. 서 회장은 올해 굴곡이 많았다.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 과학재단을 설립하는 계획을 밝혔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 11종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발견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7위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3.6%)이 차지했다. 8위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3.3%), 9위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3.2%), 10위는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3.1%) 순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비제조업 1위 ‘탈환’
비제조업 분야 1위도 삼성의 차지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6.8%)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이 사장은 올해 1위로 순위가 한계단 뛰었다. 이 사장이 201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호텔신라의 매출은 2010년 1조4524억 원에서 지난해 3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사장은 삼성가 3세들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닮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사업 추진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뜻이다.
2위는 이갑수 이마트 사장(13.7%)이 차지했다. 3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13.1%)이다. 구 회장은 여전히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앞에 놓인 냉엄한 현실과 직면한 위기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LG가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산업 구조의 변화와 경쟁의 양상을 정확히 읽고 우리의 사업 구조 및 방식을 자세히 파악해 근본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위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5.4%)이다, 그는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으로 손꼽히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정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SK이노베이션의 비핵심 자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맡던 재무업무도 SK이노베이션이 총괄하게 했다.
5위는 장재영 신세계 사장(3.9%)과 김성수 CJ E&M 대표(3.9%)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장 사장은 2012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선임됐다. 취임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점포를 증축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tvN의 ‘응답하라 1988’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이 20대는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았다.
7위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3%), 8위는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2.8%), 9위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2.6%), 10위는 허연수 GS리테일 사장(2.5%) 순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압도적 1위 유지
‘IT·통신’ 부문에서는 임지훈 카카오 대표(46.4%)가 압도적 차이를 보이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임 대표는 지난해 9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카카오 사령탑에 올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한 번에 음식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검색하고 주문하고 결제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올해 11월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6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카카오톡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음성기술, 언어처리, AI 등의 기반 기술을 결합해 카카오톡이 한층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위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17.2%)가 차지했다. 3위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13.4%)이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김택진 NC소프트 대표(8.7%)는 순위가 두 단계 내려가며 4위를 기록했다. 황창규 KT 회장(7.1%)이 5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5.3%)이 6위를 차지했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취임 후 2년 연속 1위
‘은행’ 부문에서는 윤종규 KB국민은행장(25.7%)이 1위 자리에 올랐다. 윤 행장은 2014년 11월 취임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 중소기업 금융과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건전성을 높여 대손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2015년 5월 윤 행장은 노조와 협의를 거쳐 희망퇴직 제도를 정례화했다. KB국민은행이 4대 금융지주사 계열은행 가운데 임직원이 가장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해 9월부터 그는 연봉 가운데 30%를 반납하고, 은행과 증권사, 손해보험, 생명보험회사가 함께 영업장을 꾸리는 복합점포를 열었다. 복합점포는 윤 행장이 추진하는 비은행 계열사 영업력 강화의 핵심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84.21% 증가한 5475억5100만 원, 매출액은 2.80% 증가한 5조3092억5600만 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청년 취업 지원에도 앞장선다. 해마다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박람회에 참여한 윤 행장은 “KB국민은행은 국민의 평생 금융 파트너다. 청년들이 잘 자라나야 고객 기반이 강화되고, 중소·중견기업이 잘 커야만 우리 경제 허리가 든든해진다.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 범국가적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21.3%)은 2위를 차지했고, 함영주 KEB하나은행장(5.6%)이 3위를 기록했다.
‘보험’ 부문에서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30.4%)이 1위에 올랐다. 지난 3월 양 사장이 새 사령탑에 오른 이후 KB손해보험은 올해 들어 일취월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올 상반기에는 실적 지표가 모두 좋아졌다. 지난 1~6월 당기순이익만 1753억 원으로 손해보험업계 ‘빅4’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22%)이다. 지난해 1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다. 김 사장은 2014년 1월 취임 이후 경영방침을 ‘질적 성장을 통한 회사가치 극대화’로 정했다. 그는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장으로 불린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16.7%)이 3위를 차지했고, 이철영 현대해상화재 사장(13.7%)이 4위,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사장(8.3%)이 5위를 기록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1위 ‘수성’
‘증권·카드’ 부문에서는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24.7%)이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1월 취임한 윤 사장은 ‘최고의 가치는 회사 이익이 아니라 고객의 수익률’이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인 윤 대표 덕분이라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차별화된 부유층 고객기반, 업계 최고의 자산관리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적합한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20.6%)은 증권·카드 부문 2위를 차지했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19.1%),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18.1%)과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17.1%), 이 각각 근소한 차이로 3~5위에 랭크됐다.
조환익 한국전력 ‘공기업’ 1위, 인천공항공사 제쳐
‘공기업’ 부문에서는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치열하게 1위를 다퉜다. 결과는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22.9%)이 1위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22.1%)과는 0.8%p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조환익 사장은 2012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3년 한국전력공사의 별도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모두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흑자로 전환했다. 2015년 12월 한전 임기 3년을 마쳤으나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정일영 사장은 2016년 2월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맡아 인천공항의 보안체계와 수하물 처리시설 등 운영체계 전반을 혁신을 이끌었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8.3%)이 3위,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7.7%)이 4위,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7.2%)이 5위에 올랐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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