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진원, 올해 준정부기관으로 승격, 법정기관으로 지정
-연간 5천 여개 창업기업 지원···창업자뿐 아니라 창업지원기관도 지원 사격
-‘밸런스히어로’·‘집닥’·‘키즈노트’ 등 창진원 거쳐 간 스타트업 다수
△김광현 창업진흥원장.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이제 전반전이 끝났고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부임하고 나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후반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토트넘 같은 명문 팀도 전반전에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선수 교체도 하고, 포메이션을 바꾸고 그러잖아요.(웃음) 저 역시도 막 취임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공공부문의 이해가 넓어졌어요. 우리 조직도 많이 안정화 됐고요. 그래서 후반전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창업진흥원 최초 민간 출신 원장인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은 임기 절반을 축구에 비유했다. 2017년 창업진흥원장으로 부임한 김 원장은 부임 이후 조직을 파악하고 구조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물론 창업진흥원의 본연의 역할인 창업선도에도 힘썼다. 기대한 것만큼 골은 안 나왔지만 유효 슈팅은 있었다. 후반전이 막 시작한 현재 김 원장은 어떤 전술을 펼칠까.
창업진흥원은?
2000년 설립된 창업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으로, 올해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승격, 법정기관으로 지정됐다. 청소년이나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은 물론, 창업지원자금지원, 멘토링 서비스, 해외진출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창업진흥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그동안의 소회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축구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전반전에는 의욕적으로 뛰었는데 원하는 만큼 골을 많이 넣진 못했습니다. 공공부문은 민간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상대 팀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진 않았습니다. 후반전을 임하는 마음은 편합니다. 상대 팀의 경기 스타일을 파악했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많은 골을 넣고 싶습니다.”
올해 창업진흥원이 준정부기관으로 승격됐습니다.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승격되면서 법정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창업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으로서 책임이 커졌다고 할 수 있죠. 올해 약 6천억 원의 예산으로 약 5천개 창업기업을 지원했죠. 창업진흥원은 창업자뿐만 아니라 창업지원기관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청장년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일선에서 느끼는 창업 붐을 실감 하시나요
“정부는 ‘제2 벤처 붐'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전후 ‘벤처 붐'은 대단했지요. 너도나도 창업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그때는 ‘묻지마 창업'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비하면 아직은 ‘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해마다 창업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창업자가 늘고 있고,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창업기업과 협력하겠다고 나서는 대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작년부터 예비창업자까지 지원하면서 ‘창업 문턱'이 낮아진 것도 창업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만 5천여 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 중 기억에 남는 창업기업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잘나간다 싶은 창업기업 중에는 창업진흥원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참 많습니다. 인도에서 핀테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밸런스히어로’의 경우 2015년, 2016년에 해외진출 지원을 받았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45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최근 인도에서 대출 라이선스까지 받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지요. 인테리어 비교견적 서비스 선두주자인 ‘집닥’은 재도전 지원을 받았습니다. 집닥의 박성민 대표는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는데, 정부 지원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죠. 유치원 알림 서비스로 유명한 ‘키즈노트’,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 역시 지원을 받았죠. 키즈노트는 나중에 카카오에, 리멤버는 네이버에 인수됐습니다.”
창업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대표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아주 다양합니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재도전패키지, 청소년 비즈쿨, 실전창업교육, 창업에듀, 멘토링 플랫폼, 메이커 활성화, 사내벤처 지원,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등 20가지가 넘습니다. 하나만 자랑하라고 하시면 최근 행정안전부 주최 정부혁신사례 공모전에서 16강에 오른 ‘창구 프로그램'을 꼽고 싶습니다.
‘창구’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창구'는 창업진흥원과 구글이 모바일게임, 모바일 앱 분야 창업기업 60개를 선발해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성과가 아주 좋습니다. 정부는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구글은 기술과 마케팅을 지원합니다. 제품 고도화도 지원하고요. 이들은 올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구글 부트캠프‘에도 참가했고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G-star)’ 게임전시회에도 참가했습니다. 대부분 ‘창구’ 지원 덕분에 사용자가 급증했지요. ‘창구' 지원을 받는 도중에 투자를 받은 기업도 있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도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 성공사례란 점에서도 자랑할 만합니다.”
‘창구’ 프로그램 이외에도 소개할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청소년 비즈쿨’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02년에 시작한 대표적인 장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죠. 매년 약 500개의 초·중·고등학교를 선발해 앙트러프러너십(도전정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한테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모의창업을 체험해 보게 합니다. ‘창업 캠프'도 열어주고, 창업 특강도 하고, 연말에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비즈쿨 페스티벌'을 엽니다. 비즈쿨을 거치면 소극적이던 학생도 적극적으로 바뀝니다. 어느 특성화고등학교는 정원미달이 돼 불량배들이 학업 분위기를 망치는 위기 상황에서 비즈쿨로 지정됐는데, 이후에 확 달라졌습니다. 빈 교실에 컴퓨터를 놓고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맘껏 사용하게 했다고 합니다. 책만 펼치면 졸던 학생들이 밤 10시가 넘도록 뭔가를 하더니 각종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아오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고… 학생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청소년 비즈쿨은 학생들이 좋아하고, 교사들이 좋아하고, 나중에는 학부모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 규제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혁신(革新)에는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죠. 가죽을 벗기는데 어찌 아프지 않겠습니까. 창업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판을 엎으려 하고, 기존 사업자들은 불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죠.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 있는 사업까지 불법으로 몰기도 합니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창업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모바일 등의 기술 발달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진적인 혁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 갈등을 먼저 해결하는 국가가 혁신을 주도하고 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정 집단만을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모두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인내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혁신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 줘야 하고, 국회는 개혁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줘야 합니다. ‘데이터 3법' 개정이 무산돼 몹시 아쉽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 검찰이 ‘타다' 사업자를 기소한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갈등 해결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인내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그리고 창업진흥원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은 다양하고 촘촘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창업계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정책을 다듬는 일, 그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진흥원은 현재 창업자들과 창업지원기관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개선방안을 조만간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안하려고 합니다. 창업진흥원 차원에서는 창업교육 시스템과 멘토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개발을 끝내고 내년부터 각종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창업자들은 좀 더 편하게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고, 원격지에서도 원하는 멘토들에게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원장님이 바라보시기에 국내 창업기업들의 아이디어나 기술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유망 창업기업의 경우 선진국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금년 상반기에 다국적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와 미국 플러그앤플레이 간부들이 방한해 한국 창업자들을 만나고 갔습니다. 최근에는 10개 창업기업 대표들이 미국 보잉 간부들 앞에서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다들 기술 수준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창업기업들이 해외 데모데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례도 많습니다. 다만 한국 창업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수많은 창업기업을 지원하면서 애로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창업기업이 연간 4천개가 넘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선도대학 등 200여개 창업지원기관들과 협력해 지원하는데, 지원할 만한 창업기업을 선발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유망한 창업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어서도 안 되고, 유망하지 않은 창업기업을 선정해서도 안 됩니다. 어떻게 선정하는 게 좋을지 늘 고민합니다. 이번 겨울에는 평가관리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평가위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창업지원기관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역량 있는 평가위원들을 지원 대상 선발 과정에 참여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야 선발 결과에 대한 시비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청년들이 너무 쉽게 창업에 도전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을 한다면 저 역시 말리고 싶습니다. 취업이 안 되니까 창업을 한다는 생각도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식의 창업은 시간 낭비, 돈 낭비만 초래하고 본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창업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창업을 통해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뭔가를 바꿔보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분들이 창업해야 합니다. 정부가 예비창업자까지 지원하는 것은 이런 분들이 큰 부담 갖지 않고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서입니다. 무턱대고 창업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이 꼭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창업하기 전에 웬만하면 창업교육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창업하고 나면 어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지, 그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미리 알고 창업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전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은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실전창업교육’이라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5개월 내지 6개월 동안 퇴근 후에, 또는 토요일에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창업에듀’ 사이트에 올려놓은 창업교육 강연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창업진흥원의 올해 성과 그리고 내년에 계획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창업진흥원은 올해 다른 기관으로부터 3개 창업지원사업을 넘겨받았습니다. 메이커 문화 확산 및 메이커스페이스 지원 사업, ‘아이디어마루' 멘토링 플랫폼 운영 사업, 그리고 사내벤처 지원 사업입니다. 메이커 사업의 경우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정책 완성도를 많이 끌어 올렸습니다. 아이디어마루 역시 지난해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형태로 개선했다고 생각합니다. 연말께 저희가 종래 운영하고 있는 멘토링 플랫폼 고도화 작업이 끝나면 아이디어마루를 여기에 통합하게 됩니다. 사내벤처 사업은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새로 넘겨받은 3개 사업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고, 멘토링 시스템이랑 온라인 창업교육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등 ‘3개 시스템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내년에는 올해 개발한 3개 시스템을 활용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한층 개선하려고 합니다.”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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