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터에게 묻는다] ⑦최현정 프리젠터가 전하는 소통 노하우


Q.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과 말을 하다가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있어요.

돌이켜보면 싸울만한 일도 아닌데, 왜 싸웠을까 싶을 때가 많거든요. 왜 그런 걸까요?


[캠퍼스 잡앤조이=최현정 드리머스피치 대표] 저는 상대방에게 매너를 지키는 비즈니스적인 모습과 마찬가지로 학교나 가정 내에서도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사회생활보다 가정 내에서 가족들과의 대화나 관계가 더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생활을 할 때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점들이 더 쉽게 발생하게 되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내 주변 사람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그대로 이해해달라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주고 싶다’고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죠.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이 생각을 남편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긴 연애 시간 동안 남편과 저는 다툰 적이 많았습니다. 여느 커플처럼 예정된 일을 미뤄서 다투기도 하고, 시간 약속을 어겨서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혼 후에는 다툼이 없어졌습니다. 항상 서로 마주보면 웃음이 나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 연애 때보다 더 애틋해졌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부부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그만큼 사이도 돈독해졌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아침. 일이 없는 평일이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전날 먹었던 저녁거리 설거지를 위해서 부엌으로 나왔는데 포스트잇 종이가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포스트잇에는 여보 설거지는 내가 다녀와서 할게요. 사랑해요라는 메모가 적혀있었죠. 그때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결혼 후에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어 힘든 일을 자처했고 그러다보니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아내인 나를 아끼는 모습이 묻어나왔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 모습에 저까지 동화되어 남편이 하기 힘들어하는 일이 있으면 제가 먼저 그 일을 해치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와 남편을 변하게 만든 것이죠.


남편에게 배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순간적인 감정에 솔직하고 또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완곡한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하죠. 또한 말을 하는 직업덕분에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조나 말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대화할 때도 남편의 표정이나 말의 내용보다는 말투에 더 많이 반응하고 그 어조에 삐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과 대화할 때 삐치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래와 같은 남편의 바뀐 화법 때문이었죠.


“당신 말도 맞아.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때?”

“충분히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는 것 같아.”

“당신 말이 확실히 맞아.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말에 먼저 수긍하고 그 뒤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 바로 이런 화법을 남편이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수년간 나눴던 나와의 대화에서 슬기롭게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남편이 먼저 찾아준 것이었죠. 그리고 또 하나.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 찾은 현명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아니”, “안 돼”, “못해”라는 말을 최대한 아낀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항상 “내가 노력해볼게.”,“같이 해 보자.” 등의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기 좋아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저 또한 남편의 말에 수긍하고 불필요한 신경전 없이 빠른 의견 조율이 가능해졌던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는 것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도 감정싸움은 스스로를 피곤하게만 할 뿐이죠. 이 피곤한 것을 즐기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너 이렇게 놀면서 커서 뭐가 될래?”

“엄마친구 딸은 어디 취업했다더라.”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봤을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을 듣는 순간 예민해진 감정 때문에 욱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쓸모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질 뿐이겠죠.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상대의 말을 먼저 인정하는 여유를 보여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죠.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보고, 그 뒤에 나의 의견을 피력하면 상대방도 더 이상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부모님, 형제자매, 부부, 연인, 친구 등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yes-but 화법을 활용해보세요. 열 번하던 다툼이 한 번으로 줄어드는 기적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최현정 (dreamercomms@naver.com)

서강대 인재개발아카데미 겸임교수 겸 드리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국내 여러 기업의 경쟁 입찰 전문 프리젠터로도 활동 중이다.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아워홈에서 경쟁 입찰 프레젠테이션 200회 이상 진행, 100억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SK텔레콤·삼성화재·삼성생명·LG유플러스 등 기업 강의 및 컨설팅, 스타트업 대상 IR피칭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학교의 창업지원단과 기술창업센터에서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