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1월초 지상파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에 출연한 박정우 선수(28세)는 최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훈남’으로 인기가 높다. 그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날씨는 무척 추웠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들뜬 마음에 따뜻함마저 감돌았다. 박 선수가 씨름 연습을 하고 있는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사심(?) 인터뷰를 시작했다.


[1618] 박정우 선수, “씨름에 꾸준한 관심을”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의성군청 소속 씨름 선수 박정우입니다. 표지 인터뷰는 대한체육회 잡지 이후로 두 번째 인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박 선수의 팬이기도 한데요, 직접 보니 실물이 더 멋진 것 같아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모든 분들이 잘 봐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 씨름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데 실감하는가요.

저도 TV의 영향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몇몇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공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심성 있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제 SNS 계정 역시 팔로워가 100여명도 안됐었는데요. 최근에 8500명으로 늘었습니다. DM(Direct Message)을 통해 응원도 해주시고 직접 시합장에 찾아와 초콜릿, 사탕 등 간식을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박 선수의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계기가 유튜브 인데요.

처음에 대한씨름협회에서 홍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조회 수도 상당히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상파에서 씨름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씨름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요.

어렸을 때는 축구선수를 꿈꿨습니다. 초등학교 때 실제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훈련비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씨름을 추천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샅바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씨름은 어떤 운동인가요.

씨름은 우리 민족 고유의 놀이이자 스포츠입니다. 선수들이 서로의 샅바를 잡고 힘과 기술을 겨루어 상대를 넘어뜨려 승부를 내는 경기입니다. 씨름은 태백급(80~90kg 이하), 한라급(100kg 이하), 백두급(100kg 초과) 등으로 체급이 나뉩니다. 전신운동이라 체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힘과 기술을 함께 익힐 수 있는 종목이죠.


어떤 선수라는 타이틀을 듣고 싶나요.

‘씨름계의 아이돌’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팬들이 있는데요. 부담스러운 수식어입니다. 제 나이도 있고 ‘아이돌’이라는 게 굉장히 어색하기 때문인데요.(웃음) 저는 ‘성실의 아이콘’이 되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씨름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하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첫 시합이 기억이 나는지요. 당시 어떤 느낌이었나요.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첫 시합은 중학교 2학년 때인데요. 눈 깜짝하는 사이에 시합에서 지고 내려왔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 만큼 씨름의 기본기가 없어서 경기에서 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전국 시합에서 입상 경력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3학년 첫 대회 때 1등을 거머쥐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한 자리에서 성실히 노력한 덕분이었죠.


본인만의 징크스는 있나요.

저는 징크스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그 상황이 되면 불안해지고 신경 쓰이기 때문에 특별히 없습니다. 하지만 시합 전 저만의 루틴(routine,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은 있어요. 한 겨울에도 평소처럼 찬물로 샤워하고 시합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 때 정신이 번쩍 듭니다.


태백장사 등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특별한 비결은 없고 성실히 임하는 자세로 꾸준히 연습하는 것입니다. 자만해서도 안 되고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운동하려고 합니다.


본인의 주특기는 무엇인가요.

저의 특기는 들배지기와 안다리 기술입니다. 들배지기는 상대편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에 자신의 몸을 살짝 돌리면서 상대편을 넘어뜨리는 기술이죠.

안다리 기술은 공격자의 오른다리로 상대의 왼다리를 안쪽으로 걸어 젖히는 방법입니다. 최근 이만기 교수님께서 체격이 큰 선수와 맞붙었을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또한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는 법도 알려주셨습니다.


요즘 씨름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씨름에 관심을 주는 팬들이 많이 없어 침체되고 있기는 합니다. 평균 1팀에 10여명의 선수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1팀에 3~4명의 선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졸업했던 신라중학교와 의성고도 씨름부가 해체됐으니까요. 씨름이 비인기 종목이기는 하지만 우리 고유의 스포츠인 만큼 활성화 되도록 부모님들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씨름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하지만 반짝 인기를 끄는 스포츠 종목이 아니라 축구나 야구처럼 꾸준한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그렇게 된다면 학교 내 씨름부도 부활할 것이고 학부모님들도 관심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민족 스포츠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씨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상·하체 운동을 고루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상대편을 힘과 기술을 이용해 제압해 승리로 이끄는 희열이 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씨름의 교과서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 기초가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초심처럼 운동하고 있습니다. 씨름 선수는 노력 외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꾸준히 실력을 늘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혹시 아쉬웠던 시합이 있나요.

2018년 천하장사 씨름 대회 8강전에서 허선행 선수(양평군청 소속)와 맞붙어 2대1로 패했을 때가 가장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시합이 있다면요.

2019년 태백장사 씨름대회에서 준결승 당시 들어 뒤집기로 상대 선수를 제압해 승리했을 때 가장 희열을 느꼈습니다.


한 번 겨뤄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금강급 임태혁 선수(수원시청), 최정만 선수(영암군청) 등과 함께 시합해 보고 싶습니다. 이들은 체격 좋고 힘도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롤 모델의 선수가 있나요.

금강급 최정만 선수입니다. 모래판에 올라가면 카리스마가 넘치고 정신력, 기술과 힘이 좋은 선수인데다가 본 받을 점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1618] 박정우 선수, “씨름에 꾸준한 관심을”



보통 스케줄이 없을 때 무엇을 하나요.

씨름은 설부터 11월까지 계속 시합이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는데요. 12월이 가장 한가한데 그럴 땐 아내와 함께 캠핑을 가거나 혼자서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그냥 쉬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있나요.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쉬는 게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요.

씨름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이 열기가 식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을 선택했다면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빛을 발할 때 가 올 것입니다. 꼭 좋은 날이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성실히 해내면 됩니다.



사진=서범세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