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불안정한 서버에 수업 포기하기도

-교수진들, 실시간 강의에 사전 워크샵 무용지물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2주 늦은 개강을 온라인으로 맞이한 대학생들은 개강 첫날 우려했던 서버 다운에 하루 종일 발만 동동 굴렀다. 학교 홈페이지 접속조차 쉽지 않아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가 처음인 교수진은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강의를 전달하기만 했다. 학교 측은 늦은 서버 복구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관련 공지 등의 미숙한 대처로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대학가 온라인 강의 첫 날 '서버 다운되고, 전화 불통에 출석 체크만 45분 걸려'…교수, 학생 모두 '멘붕'

개강 후 온라인 강의로 학생들이 없는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사진=조수빈 인턴기자)



16일 오전에 온라인 강의를 공개한 고려대, 국민대, 서울시립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중앙대, 한국외대 등의 대학교 서버가 다운됐다. E-class, 블랙보드 등의 온라인 강의 시스템의 경우 특정 시간에 몰린 접속자 탓에 페이지가 다운되는 일이 있었다. 문의를 위해 접속한 학교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았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각 대학은 교수진에게 온라인 강의 진행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진행하도록 사전에 공지했다. 실시간 강의는 WebEx, 스카이프, Zoom 등을 사용해 진행하고 있다. 교수진은 PPT와 음성 파일을 같이 제공하거나 유튜브에 강의를 업로드 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통일되지 않은 강의 방식 때문에 집에서 강의를 수강하려던 학생들은 웹캠이나 마이크가 필요한 수업, 안정적인 접속 등을 이유로 피시방으로 향하기도 했다. 피시방에서 나오던 건국대 학생은 “코로나19를 피할 목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의미가 없다. 피시방까지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냐”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가 온라인 강의 첫 날 '서버 다운되고, 전화 불통에 출석 체크만 45분 걸려'…교수, 학생 모두 '멘붕'

△홍익대 에브리타임 캡처(왼), 대학생 반응 캡처(오).

각 학교 에브리타임에는 실시간 강의로 인한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올라왔다. 서울과학기술대(이하 과기대), 상명대 측에서는 특정시간(09:00~18:00)을 피해 수강 페이지에 접속하라는 공지를 띄워 학생들의 불평을 샀다. 과기대 공과대학 이 모(25) 씨는 온라인 강의 듣는 것도 불편한데 수강신청한 시간에도 못 듣는 상황이라며 에브리타임에 관련 상황을 캡처해 올렸다.


홍익대 공과대학 4학년 김 모(25) 씨는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데만 45분이 걸렸다. 학생 별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조건이 다 달라 교수님도 당초 계획했던 대로 강의 진행이 어려우신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미리 웹캠과 마이크를 끄라는 요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음성이 겹치거나, 교수님 대신 학생이 등장하는 등의 혼란이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외대 서양어대학 4학년 이 모(24) 씨는 “집에서 온라인 수강 연결이 안 돼 피시방까지 가야했다. PDF 파일 하나를 내려받는데 30분이 걸렸다”며 “오늘이 과제 제출일인데 학교 측 안내 문자는 오후 6시가 다 돼서 왔다. 강의 시간표상 수업시간에 출석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된다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공지된 바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앙대 미술대학 4학년 김 모(24) 씨는 “교수님들은 유튜브에 비공개로 실기 영상을 올려주는 등 다양한 영상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과제나 레포트로 대체되는 분위기”라“중간, 기말고사 진행은 현장 강의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학교 측의 서버 정비로 인해 교수진이 올린 강의 자료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별도의 안내 없이 개강일까지 강의 자료를 올리지 않은 교수진도 있었다. 또한 과제 중심의 강의를 채택한 교수진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한양대 사범대학 2학년 김 모(22) 씨는 “원래 커리큘럼 상 한 학기에 1~2번 정도의 과제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모든 수업이 매주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며 “출석을 부르는 것으로는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생긴 대안인 것 같다. 하지만 왜 학생들에게 부담이 가중돼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개강 첫날 소감을 밝혔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