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배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종합 식자재 판매 플랫폼 ‘배민상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배민상회는 우아한형제들이 2017년 오픈한 식자재 쇼핑몰이다. 진공포장된 반찬부터, 일회용 용기, 배달음식 전용 젓가락, 숟가락, 종이컵, 장식용 스티커까지 ‘상인을 위한 모든 것’을 판매한다. 포장 용기에도 눈꽃길만 걸어요 큰 그릇이 될거야 등 문구를 활용한 디자인을 입혔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배민상회의 매출이 오르면 결국 배달 수수료도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기업 매출에서 배달의 비중이 줄면, 공정위의 독점 기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공룡 넘치는 유통업에 뛰어든 이유?

우아한형제들은 ‘요식업’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배민상회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15곳에 소형 물류센터를 짓고, 소량의 제품도 1시간 안팎으로 배송해 주는 ‘B마트’를 열었다. 광고주인 상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 매출이나 고객방문 비율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인 ‘배민장부’도 있다.


[현장이슈] ‘배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 자체 제작한 종이용기를 판매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상회 웹페이지. 사진=배민상회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같은 우아한형제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도 상인들의 시선은 한 곳에 쏠려 있다. 바로 ‘배달 수수료’다.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요식업 배달시장이 독점 형태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배달업계 2위 업체 요기요를 비롯해 배달통을 함께 운영하는 독일계 회사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배달업계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이 55.7%, 요기요와 배달통은 각각 33.5%, 10.4%에 달한다. 이번 매각으로 DH의 점유율은 99%에 달하게 됐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사업 확장은 이런 점에서 기업에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배달 외의 사업 분야 매출이 늘면 결합도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배민상회의 식자재 유통업은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 공룡이 선점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어차피 이기지도 못 할 싸움에 뛰어드는 이유가 다른 게 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준 강화 예고

이런 상황에서 배민상회의 일부 제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가 제공하는 할인쿠폰 등 서비스를 제외하면 일반 중소업체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요식업 상인은 “상생을 위해서라도 중소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중소업체의 물건도 충분히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달 초, 한 자영업자는 상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배민 전체 매출 중 배달매출 비중이 줄어들면 배민 합병을 지원하는 일이 된다지금 조금 싸다고 구매하는 일이 가까운 시일 내에 내 목에 칼 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불매를 권고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초, 수수료 방식을 월 8만8천원짜리 정액제 중심에서 건당 5.8% 정률제로 바꾸면서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일자 회사는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함 심사를 담당하는 공정위는 합병 승인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는 방침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달 6일, 배달의민족의 새 배달 수수료 체계 논란과 관련 수수료 논란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 결합 심사에서는 시장 획정에 따른 필수 심사 항목 외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