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권혁중 대학생기자] 대학 내에서 총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학생회 후보도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나온다 해도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정부가 없는 국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총학생회 또한 한 대학의 정부와도 같은 존재다. 총학생회가 없다면 학교와의 소통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고, 학생들의 복지를 챙기기도 힘들다.

한양대학교는 2018년 총학생회 제도를 폐지했다. 고려대도 제52대 총학생회를 위해 두 번의 선거를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후보가 있었지만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을 배신하는 학생회

매년 다른 후보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총학생회를 의심하는 이유는 신뢰 문제가 크다. 간혹 총학생회 측에서 학생들을 배신하는 행위를 저지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2019년에 발각된 ‘건국대학교 사무국장 학생회비 횡령 사건’이 있다. 지난 2018년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학생회비 등을 1538만 원을 횡령했지만, 최종적으로 벌금형을 받으며 학생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대학생 기자] ‘학생을 배신하는 학생회’... 대학 총학생회,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건국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당시 사건에 대한 견해


물론 총학생회 일원 모두가 가담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화살은 총학생회 전체로 돌아가게 된다. 당시 사실을 들은 건국대생 A씨는 “사무국장이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생회 모두를 의심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학생회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다음 투표에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조직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배신한다면, 그 신뢰는 무너진다. A씨는 “학생회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사정을 잘 알지만, 이번 일로 인해 학생회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총학생회=간식행사?”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총학생회가 외면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건대생 B씨는 “간식행사와 사물함을 이용할 권리를 주는 단체”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학생회가 하는 일은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의 경우에는 ‘학교 행사 기획, 총학생회비 관리, 기업탐방 및 해외탐방 프로그램 기획, 제휴 업무, 외부기구 협조, 교육제도 및 학생자치 개선분야 공약, 수강신청 및 이캠 시스템 감지, 총학 사업 홍보, 안전교육 및 인권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회를 단순히 간식행사를 하는 단체로 여기고 있다.

B씨의 경우 간식행사와 사물함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학생회비마저 내지 않았다. 이는 매우 문제가 된다. 총학생회에 무언가를 건의하기 보다는 학생회비를 내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로 방관하기 때문에 학생회 자체 운영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된다면 학교와 학생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완벽히 대변할 수 없다. 또한 이를 빌미로 학교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심지어 총학생회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많다. 앞서 말했듯 한양대의 경우에는 2018년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후보가 안 나온 것은 아니다. 후보가 나와도 학생들이 투표를 하지 않아 당선이 매번 무산되고 있다. 한양대생 K씨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후보로 나온 팀은 많았다. 하지만 총학이 있어도 도움이 안 된다는 여론이 많았다” 이는 투표 무산으로 이어졌고, 현재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총학생회가 설자리를 잃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 존재의 필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총학생회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조직은 총학생회뿐이다. 등록금, 선택적 패스제 등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힘써주는 단체가 바로 총학생회다.


[대학생 기자] ‘학생을 배신하는 학생회’... 대학 총학생회,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한양대 에브리타임



여전히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는 한양대의 경우에 학생들이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K씨는 “총학생회가 없어서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묵살하는 느낌이 든다”며 학생회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생사회는 총학생회와 학생들 사이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A씨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학생들은 이에 대해 무관심으로 방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

[대학생 기자] ‘학생을 배신하는 학생회’... 대학 총학생회,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