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퇴직 후 창업 실패를 겪고 우연히 폴리텍대학 신중년 특화과정을 알게 돼 대학생 신분에 다시 도전했던 김영(55) 씨. 그린에너지설비과를 졸업하고 설비관리 용역 전문업체에 합격해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비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관리 및 사무직으로 20년 넘게 몸 담은 베테랑 '사무직딩'이 '시설직'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김 씨는 '더 늦기 전에 내게 맞는 일을 찾자'고 결심했고 도전에 대한 긴장감을 즐겼다. 다시 대학생, 그리고 다시 직딩이 된 지금에 매우 만족한다는 김 씨의 합격 비결은 무엇일까.

[합격 비밀노트] “생애 첫 기술직 도전, 전망 밝은 분야 자격증 따면 강점돼” 김영 코오롱엘에스아이 설비관리사

[Profile]

김영

1965년생


2019년~ 코오롱엘에스아이(LSI) 소속,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시설관리자로 근무 중

2019년 서울정수캠퍼스 신중년특화과정 그린에너지설비과 3기 졸업

~2018년 명예퇴직 후 자영업(음식업·타일시공업 등) 운영 경험

에너지관리기능사 등 시설관리분야 자격증 3개 취득



일한지 얼마나 됐나. 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한다

“건물시설관리 등의 용역전문 업체 코오롱엘에스아이 소속이며,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의 시설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한지 이제 막 1년 지났다. 하는 일은 주기적으로 시설물 예방점검, 관리시스템을 통한 유지 관리 등이다. 보일러나 에어컨 공조시스템 등의 에너지 점검은 기본이고 기계 부속 고장 문제가 있으면 고치기도 한다.”

과거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고 들었다

“청년시절에는 건설회사와 판촉물 회사에서 관리직, 영업직에서 일했고 관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회사를 나와서는 설렁탕 체인점을 내고 3년간 운영했다. 작게 시작한 것에 비해 매출이 좋긴 했지만,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는 것과 사람을 구하고 운영하는 데에 한계를 느껴 관두게 됐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

“식당폐업 후 ‘욕심만 가지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구나’를 느끼긴 했지만, 늘 새로운 업종이나 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도전할 때 느껴지는 약간의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다.(웃음) 과거 영업 일을 한 것도 소심한 성격을 활동적인 성격으로 바꾸고자 도전했던 것이었고 스스로 만족할 성과를 얻었다.”



[합격 비밀노트] “생애 첫 기술직 도전, 전망 밝은 분야 자격증 따면 강점돼” 김영 코오롱엘에스아이 설비관리사



시설관리사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택시운전을 해볼까, 아파트 경비원을 해볼까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경비원 교육을 들으려고 전문 업체에 문의를 했더니 상담사가 ‘아직 경비원 일을 하기에 젊으시지 않냐’며 오히려 반문해왔다. 용기를 주는 말들에 힘입어서 ‘조금 더 내게 맞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딸이 중장년층 퇴직자들을 위한 여러 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추천해줬는데 그중 폴리텍대 신중년특화과정이 가장 체계적으로 보여 지원했다.”


폴리텍대에 입학하고 보니 어땠나

“비슷한 연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모두 열심히 공부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내 안에 있는 열정을 끓어오르게 했다. 신중년특화과정 3기에 입학했고 6개월의 교육기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꽤 괜찮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소속된 설비관리팀 13명 중 6명이 동문이다. 동기들은 물론, 4기 후배들에게 내가 자리를 소개 시켜줬다.(웃음)”


폴리텍대 신중년특화과정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폴리텍대 교육생들이 타 교육기관에서 실무를 배워온 사람에 비해 의욕이 가장 넘치고 일을 잘 배우고 진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또 학교이다 보니까 일반 학원보다도 교수님들이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것 같고 현장에서 일하시면서 선배들이나 제자들의 현장상황들을 알려주셔서 좋았다.”


커리큘럼은 어땠나

“나의 경우 관리, 영업, 사무직하던 사람이 기술직에 도전한다는 것과 필기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처음엔 난감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1년에 3~4번 산업인력관리공단의 자격증 시험을 보게 된다. 1차 필기시험, 2차 영상 시험, 작품도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모두 내게 생소한 것이었다. 수학이나 화학기호 외우기 싫어서 문과에 지원했던 사람인데(웃음) 결국 하게 되더라. 지금 기능사 자격증은 1, 2차에 합격한 상태고 산업기사 자격증은 1차까지 합격한 상태다. 2차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합격 비밀노트] “생애 첫 기술직 도전, 전망 밝은 분야 자격증 따면 강점돼” 김영 코오롱엘에스아이 설비관리사



취업정보는 어떻게 얻었나

“학교에 붙어있는 모집공고, 인터넷 공고 등을 꾸준히 찾아보다가 알게 됐다. 설비관리사 면접을 볼 때 150~2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꽤 경쟁률이 높았다. 재지원한 사람도 많았다.


취업 합격 팁을 준다면

“먼저 자격증 취득은 요즘 필수다. 여기에 수준급은 아니어도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서류작성쯤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나 면접 시 자신의 과거에 대한 피력은 삼가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의욕과 절실함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나보다 나이 적은 직장 상사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가짐과 방법을 보여주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면접 때 밝은 표정과 단정한 옷차림은 기본적으로 준비하도록 한다. 급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기사에서 주임으로 승진하면 평균 월 230만원대 받는다.


전공 관련 자격증에 어떤 것들이 있나

“먼저 기능사, 산업기사로 나뉜다. 건축설비산업기사, 보일러 관리하는 에너지관리기능사, 에어컨 관리하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이 있다. 앞으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 분야라 생각해 자격증을 땄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도 보면 실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서 따놓은 자격증만 여러 개다.”


늦은 나이에 자격증 공부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장년들도 많다.

“우선 폴리텍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전공용어 정도는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자격증 공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도 잡아준다. 여기에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요약집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기출문제 위주로 문제 풀면서 해설집을 찾아보면 공부가 더 깊이 있고 쉽게 잘 될 것이다. 마무리로 문제집을 풀면 된다. 학교 다니면서 자격증만 3~4개씩 따는 교육생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정도로 본인이 얼마만큼 공부하느냐에 따라 합격률은 높아지는 것 같다.”


지금 일하는 것엔 만족하나

“우리 나이대가 그렇지 않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직장을 잡기엔 나이가 많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젊은 나이다. 학교에서 교육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동기들에게서 긍정적인 자극도 받았다. 그러면서 괜찮은 취업정보를 알게 됐고 좋은 곳에 오게 된 것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젊은 시절 화려했던 때가 있었지만, 난 요즘 가장 행복하다. 잘 웃지 못 했던 내가 활짝 웃을 수 있게 됐고 가정적인 사람이 됐다. 가족들도 이런 나의 모습을 좋아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중장년 구직자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특별히 살아갈 방법이 없다면, 혹은 커리어가 없다면 1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분야, 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길 바란다. 전망 있는 분야를 찾아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롱런’할 수 있다. 설비관리사 직종은 중장년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소속한 팀에는 26살 청년도 있다. 또 정년이 없다는 것도 장점인 직업이다. 기술직은 과거 하대를 받기도 했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넓은 시야로 살펴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나만의 합격팁

설비관리사가 되려면 관련 자격증 보유가 필수다. 기능사, 산업기사로 나뉘는데 먼저 자신이 몸담고자 하는 직종과 관련된 자격증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 후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자격증 시험 공부 팁을 주는 학교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독학은 힘들다. 사회생활로 공부에 손을 놓고 있다가 혼자 다시 공부하려면 버겁다. 폴리텍대학은 현장 경험이 많은 교수님들이 수업을 해줘서 자격증이나 재취업 정보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min50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