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정치권에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현행 30%에서 40%로 확대하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서울·수도권 취준생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이슈] 공기업 지역인재 제도 서울·수도권 취준생 역차별 논란

△지난 1월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과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경제DB)

지역인재 제도는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 우수한 지방 인재들의 취업난을 해소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를 통해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369개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 전형으로 총 5만468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 전체 채용 인원인 8만9109명 중 56.5%로 절반이 넘는다.

지난 17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369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만1922명(54.0%), 2018년 1만8826명(55.8%), 2019년 1만9720명(59.1%)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별 2019년 채용 현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한적십자사(80.1%) △한국공항공사(68.7%) △근로복지공단(65.3%) △건강보험심사평가원(64.1%) △한국수력원자력(62.3%) △한국전력공사(62.2%) △국민건강보험공단(62.0%) △한국철도공사(60.8%) 등은 전체 채용 인원 중 지역인재 비율이 절반을 넘긴 곳도 많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증가 추세에 있으나 개별 기관별로 살펴보면 지역인재 채용 실적이 권고기준에 미달하거나 미미한 경우가 있다”면서 지난달 15일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에 규정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인원 비율을 당초 30%에서 40%로 높이는 동시에 이를 법률에 의무사항으로 직접 규정했다. 또 상시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도 신규 채용인원 비율 기준을 40%로 상향 조정해 법률에 권고사항으로 직접 규정함으로써 지역인재의 취업 기회를 높이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공공기관과 상시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이 신규 채용에 있어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출신(지역인재)을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윤덕 의원은 공공기관이 지역인재 채용이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지역인재 채용을 소홀히 하는 등 지역인재 육성 법안이 당초 취지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대생의 취업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과 대학 간 맞춤형 일자리 개발과 직무 교육 프로그램 확충 등 일자리를 위한 산·학·연 클러스터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격차가 좁혀져 교육 분야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인재 제도를 두고 서울·수도권 취준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기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모 사립대 재학생은 “공공기관에서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학벌보다 직무가 우선돼야 하는 점은 동의한다”며 “하지만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서울·수도권 대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라고 꼬집었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