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공정함’과 직업교육 혁신

글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대한공업교육학회 회장


대한민국 직업 교육 현실은 공정한가

우리나라 직업교육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3만 불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경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우리의 직업교육 현실은 다소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공정함에 걸맞은 직업교육의 정책 추진과 배려, 예산의 적절한 배분 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공정함’에 대한 의견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사회와 언론 매체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직업계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공정한 것인가?’,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공무원 채용 비율을 늘리는 것은 과연 공정한 정책인가?’ 등 직업교육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먼저 ‘공정’의 사전적 정의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한다. 공정이 공평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직업교육과 관련하여 ‘공정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가? 직업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회 분석 통계 자료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직업계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규교육에서 성적 상위에 분포한 학생들이 아니라는 추측도 많다. 물론 이러한 짐작과 추측은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절반의 사실은 직업계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이며, 절반의 거짓은 학생들이 모두 상위 성적분포자들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직업계고 정부 지원 정책의 공정성과 불공정성

이러한 직업계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직업교육 정책을 펴기 위해 먼저 직업교육에 대한 공정한 예산의 배분과 집행이 필요하다. 더불어, ‘직업계고 바로 알기 캠페인’과 ‘직업’·‘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 캠페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공정함’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직업계고에 대한 긍정적 인식제고는 물론 직업계고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의 공정성과 불공정성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절반의 사실인 직업계고 학생들의 사회적 지위에 기초한 정부 지원은 공정하다. 인적 자원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타고난 환경을 개선하고 넘어설 기회를 국가가 제공하는 건 공정한 정책이다.


둘째, 절반의 거짓인 직업계고와 학생들의 특성에 맞춘 정부 지원은 공정하다. 첫 번째와 연결해 타고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지원은 그 자체로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공정하다.


셋째, 국가의 직업교육에 대한 예산 배정은 공정했지만, 집행은 공정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보통교부금 기준 재정 수요액 대비 시도교육청 집행액의 비율은 약 49%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졸업 후 사회로 바로 진출하는 직업계고 학생을 위해 그동안 교육부는 직업교육 재정투자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과 재정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직업계고에 배당된 보통 교부금의 시도교육청 집행이 직업교육에 투입되지 않고, 다른 곳에 배정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직업교육 예산은 공정하게 책정되었지만, 배분과 집행이 불공정했다고 판단하는 이유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올바름’에 대한 가치 실현의 목표는 공동체의 건전한 유지 및 발전에 있다. 직업계고에 할당된 예산의 집행은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 공정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직업 교육 배정 예산 집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술전문가로 성공하기 위해 직업계고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의 꿈을 실현시키고, 청년 일자리의 구조적 미스매치 해소, 입시과열과 과잉학력 해소를 통한 사회적 비용 경감 등을 위해 정부는 고등학교 단계 직업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취업지원 강화, 도제제도, 학과개편, 취업 후 사회적 자립지원 정책, 학교 환경 개선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교육 정책은 우리 공동체의 건전한 지속과 발전을 위한 것으로 인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도 맞닿아 있다. 사회적 격차 해소와 포용적 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위에서 밝힌 사업의 정상적 추진을 위해 직업교육에 배정된 예산의 집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직업교육정책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직업교육 전반에 걸친 예산의 효율적 배분과 적절한 집행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고졸인재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직업계고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물론 직업계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낮은데 기인하고 있다. 직업계고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배려와 관심이 혁신되지 않고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 산업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단기간의 정책으로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문제점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아울러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과 스티그마를 극복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국민의 인식변화 캠페인과 함께 직업교육 예산의 공정한 배분과 집행과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단위학교, 시민단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어렵게 확보된 직업교육 예산이 당초 목적한 곳에 투입되어 다음세대 직업교육과 포용국가 구현을 위한 디딤돌을 확고하게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