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정채영 대학생 기자] 2020년을 강타한 세계적 이슈인 코로나 펜데믹 영향은 대학교의 성적 부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래 대학에서는 상대적으로 ABC평가를 진행했지만 온라인 강의로 바뀐 이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성적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공정성을 완벽히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대응해 많은 대학이 1학기 때 SU제도나 절대평가제를 도입했다. 올해 1학기 연세대는 학점포기제를 도입하고 홍익대와 서강대에서는 학점이 D이상이면 Pass를 부여하는 패스/논패스제도를 도입했다.


카이스트도 이에 발맞춰 유연하게 학점 평가가 이루어지는 SU제로를 선택적으로 도입했다. SU제도란 수강한 과목이 단순히 인정 혹은 불인정됨을 의미한다. 교수의 재량에 따라 S의 비율이 정해진다. 만약 ‘일반화학1’이 S라면 3학점이 인정되지만 이는 따로 평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카이스트 재학생들은 수강 과목을 SU제도로 학점을 복구하거나 SU제도 과목을 공부하기 보다 ABC인 과목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해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빈번히 일어났다. 2학기도 사실상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가운데, 카이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가을학기를 맞을까.


카이스트 가을 학기에도 선택적 SU제도, 특정 과목 경쟁 치열

카이스트는 봄학기와 비슷하게 교수의 재량에 따라 SU제도와 ABC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특정 과목은 수강하는 인원이 많아 여러 교수님들이 수업을 한다. 특정 교수님이 저번 학기 SU제도를 허용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각종 에브리타임 질문게시판에는 그 과목을 수강하고 싶다는 글이 폭발했다. 경쟁률이 치열해지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카이스트, 가을학기에 SU제도 도입, 학생들 반응은?

카이스트 에브리타임 사진.


하지만 대학생 모두에게 SU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병역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작년 말 군 입대 한 학생들은 올해까지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내년 초나 가을에 복학을 하게 된다. SU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코로나로 인한 학점 부여 방식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들은 불공정하다는 의견(3), 아무생각이 없다(1), 일부 학생들에겐 불공정하나 점수를 잘 받으면 의미없다(1)라는 의견이 존재했다. 한 편으로는 온라인 강의 도입으로 어쩔 수 없이 도입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SU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으며 그 대신 점수를 남발하기 보다는 공통적인 기준이 세워진 후 도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이스트, 가을학기에 SU제도 도입, 학생들 반응은?

따라서 SU제도의 문제점으로는 공정성이다. SU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군대에 있는 학우들의 학점 불이득과 같은 과목을 수강해도 교수님마다 다른 SU제도나 평가 방식으로 혼란이 생긴다는 점이다. 해결 방안으로는 앞으로도 쭉 SU제도를 도입하는 것, SU제도를 수강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을 두는 것, 교수님마다 동일한 평가방식을 도입할 것 등이 나왔다.


확실히 군대에 가 있는 동안 SU평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물론 혜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선택권이 없었음은 확실하다. 앞으로도 쭉 SU제도와 상대평가의 호환을 가능하게 하며 들을 수 있는 SU평가 방식 과목 학점에 제한을 두거나 한 학기당 들을 수 있는 SU과목에 제한을 두는 등 여러 방식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취재 이후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인터뷰 대상 13명 중 1명은 코로나 이후에 군 입대를 결정했다. 그는 SU제도가 도입된 후에 군 입대를 결정했다. 그 이유로는 군대에서 노동력 감소를 이야기했다. 실제로 군대에 간 친구들 말로는 훈련의 강도가 약해졌다고 이야기했다. SU제도의 혜택의 무게보다 군대 훈련 강도의 약화의 혜택을 더 무게 있게 생각한 결론이겠지만 이는 부수적인 이유고 실제로는 다양한 진로 상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재수강과 졸업학기의 학생들

SU제도의 도입으로 S를 받는다면 좋지만 U를 받는다면 그 과목을 다시 들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한 과목을 3번 듣는 것(3수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수강한 과목이 U가 떴는데 졸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면? 만약에 졸업할 학기인데 U가 떠서 졸업할 학점이 부족하다면 졸업은 어떻게 될까. 카이스트는 재수강 기회를 총 5번 부여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1과목을 3번 이상 들을 수 없다. 또한 재수강 시에 1학점 당 5만원씩 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 SU도입으로 재수강을 해서 U를 받은 학생들은 F와 마찬가지로 삼수강(3번째 수강) 할 수 있고 15만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저번 학기가 졸업학기인 학생들은 마지막 학기의 평점이 중요하지 않아 U를 받는 대신 D나 F를 받는 것으로 교수님과 이야기를 해서 해결했다.


카이스트에서 SU평가의 도입은 여러 학사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학교 측은 봄학기부터 발 빠르게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SU평가 체제를 견고히 했으나 아직도 특정 과목에서 성적 부여 방식의 비통일화, 취업이나 대학원 면접 시에 SU성적 평가가 어떻게 작용할 지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길이 멀다. 앞으로도 SU평가가 지속될지 아닐지 그것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최대한 모두가 피해 받지 않도록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khm@hankyung.com

카이스트, 가을학기에 SU제도 도입, 학생들 반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