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코로나19 확산에도 2학기 대면강의 강행하는 이유는?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한국외대는 2학기부터 수강정원 50명 이하의 전공과목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한다고 3일 발표했다. 학부 교양과목에 대해선 외국어 수업, 실기 과목 등에 한해 대면 수업을 시행하고 나머지는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단 수강정원이 50명을 초과하는 수업의 경우에도 담당 교수가 대면 수업을 원해 사전에 요청할 경우 해당 단과대학장의 승인 아래 대면 수업이 가능하다.

수도권 코로나 확산 세... 대응 방안은 ‘Switch ON’?

앞서 학교 측은 대면 강의 확정 공지와 함께 코로나19 상황 악화 및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른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두 단계로 구성된 ‘Switch ON’ 대응방안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발령 시 학번별 격주 등교를 시행하고, 3단계 발령 시 전면 비대면 수업 전환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 세가 증가하자 한국외대 측은 19일 우선 일시적으로 Switch ON 2단계, 즉 ‘개강 후 2주간 한시적인 전면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차후 수업 방식은 논의를 통해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와 일부 재학생들은 이에 대해 “학교가 학생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이고, 학교가 설정한 2주라는 기간은 잦은 학사변경 및 자취방 문제 등 1학기 때의 혼란을 되풀이할 것”이라며 학교 측의 결정을 비판했다.

총학생회 반발... 학생들의 선택권 박탈 논란



한국외대, 코로나19 확산에도 2학기 대면강의 강행하는 이유는?

대면강의 결정에 따른 총학생회의 항의 요구안.(출처: 한국외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대면 강의 공지 직후, 요구안을 통해 “서울캠퍼스 총 1,919개의 강좌 중 수강정원이 50명 이하인 강좌는 1,357개로 전체 강의의 70% 수준”이라며 지적했고, “대면강의 기준 내 강의 별로 선택할 수 있게 한 다른 학교들과 달리 모든 수업이라는 점에서 학내 구성원의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며 학교 측을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또한 학교 측이 제시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시 재학생을 학번에 따라 홀·짝수로 나눠 격주로 대면·원격 수업을 병행 운영하는 방침 역시 지적했다. 이들은 “각 수업 별로 홀수·짝수 비율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학교 측의 지속적인 감독 없이는 지켜지기 어렵다는 점, 대면으로 듣는 것과 비대면 학습 간의 수업여건이 차이 날 문제점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학교 측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최선 다하겠다”

학교 측에 항의 요구안 전달 이후 8월 4일, 총학생회는 교무처장, 학생처장과의 두 차례 면담을 진행했고 해당 내용을 SNS에 게시했다. 게시 내용에 따르면 학생처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50명이면 수업의 질을 최대한 보장하며 방역지침을 준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면강의의 기준을 언급했다. 또한 총학생회의 항의에 따라 “대면강의로 지정된 강의 중에서도 강사의 신청에 따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앞서 문제를 제기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일명 ‘격주 수업 방침’과 우려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학교 측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상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축했으며 “(걱정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학생들 자취방 계약·수강신청 앞두고 ‘어리둥절’

학교 측의 대면 수업 방침에 상당수 재학생은 당황스러움을 호소했다. 개강을 한 달 앞두고 대면강의가 결정된 직후, 한국외대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는 자취방 및 기숙사를 급하게 알아보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한 익명의 학생은 “당연히 비대면 수업을 예상하고 1학기에 자취방을 뺐는데 정말 낭패”라고 하소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칙상 비대면 강의더라도 교강사의 신청에 따라 추후 대면강의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은 자취방을 구하거나 수강신청을 할 때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 모 씨(24)는 “수강신청을 하는 순간에도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시간표를 짜기가 어렵고 답답하다”며, “통학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학교 측이 이를 배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학교 측의 소통 방식도 지적했다.


한국외대, 코로나19 확산에도 2학기 대면강의 강행하는 이유는?

수강신청 당시에도 대면/비대면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실제 한국외대 수강신청 기간인 8월 10~15일에는 여전히 상당수의 강의에 대해 대면/비대면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개강 이후 학교는 안전할까

8월 현재 한국외대 도서관은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목적으로 정원의 30%만 개방한 상태였지만 열람실에는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각 건물에는 입구마다 체온 측정기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학생들이 몰릴 때도 이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외대, 코로나19 확산에도 2학기 대면강의 강행하는 이유는?

학교 건물 출입 시 출입자 명단 작성 및 체온측정 진행하는 모습.


현재 많은 학생이 걱정하는 부분은 역시 ‘과연 방역수칙이 지켜질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어 회화 수업이 주를 이루는 외국어 대학의 특성상, 수업 진행 중 감염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학생식당, 도서관, 강의실 및 주변 식당에 특정 시간에 다수의 학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외대가 ‘집단감염 발생 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지 않기 위해선 더욱 확고한 방역지침 및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