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왜 거리 투쟁에 나섰나 (上)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하 특성화고 노조) 조합원들이 크리스마스 연휴 마지막 날인 12월 27일 거리로 나섰다.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추운 날씨도 한 몫 거든 이때 이들이 굳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까닭은 ‘코로나19로 취업 못한 스무살들의 일자리 보장, 사회적 교섭 촉구’를 위해서다.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고졸 일자리 정책에 눈과 귀를 닫은 정부에 “2주 후면 실업자가 될 특성화고 3학년 졸업 예정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성화고 노조 주최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11월부터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등을 방문해 ▲고용노동부, 교육부, 특성화고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교섭 진행 ▲공공부문 고졸 일자리 비율 20% 보장 ▲지방자치단체마다 고졸취업지원센터 설립 ▲구직자 코로나19 고졸취업급여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성화고 노조는 2016년 구의역 김 군,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 2018년 남양주 이마트 무빙워크 이명수 군의 죽음을 보면서 “결코 남 일이 아니다”라며 추모에 함께 했던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모여 결성됐다. 특히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구의역 김 군 스크린 도어 사망사건이 재조명 되면서 특성화고 노조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특성화고 노조 최서현 실천단장을 만나 직업계고 노동정책에 대한 생각과 대안을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3회에 걸쳐 이뤄졌으며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감안해 서면과 전화 통화로 진행했다.

최서현 단장은 1991년생으로 만 29세다. 그는 ▲2016년 6월 구의역 19세 청년 추모행진 “너의 잘못이 아니야” 자원봉사단 ▲2017년 제주 19살 현장실습생 故 이민호 군 추모촛불 자원봉사단 ▲2018년 태안화력발전 24살 비정규직 故 김용균 씨 촛불문화제 자원봉사단 ▲2019년 서울지역 특성화고 노동인권강사 ▲2019년~2020년 특성화고 3학년을 위한 사회진출학교 스무살캠프 기획팀장으로 활동해 왔다.

최 단장은 “고졸 일자리 보장, 고졸 차별 철폐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포함한 고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라기 보다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그저 대학 졸업장을 위해’ 대다수가 대학에 가는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는데 있어서 고졸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사회에 발 딛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졸 일자리 보장운동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일이라고 여겨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위축된 노동자의 입지에 대해 그는 “코로나 시대에 ‘모두 함께 어렵다’라는 것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 움츠러들게 되는 것 같다”며 “모두가 어려운 와중에도 불평등이 존재하며 결국 코로나는 약자, 취약계층, 고졸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뭉쳐서 권리를 요구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jinjin@hankyung.com 사진=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