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숭실대 스타트업 CEO

배원규 배랩 대표

[2021 숭실대 스타트업 CEO] 개인이 사용 가능한 자가 접종 피내 주사기로 의료시장 공략 나선 ‘배랩’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의공학자로서 사람들의 건강과 세상에 이로운 기술을 연구합니다.”

숭실대 전기공학부 배원규 교수가 이끄는 배랩(BAE Lab)은 실험실 창업기업이다. 실험실 창업은 대학이 논문이나 특허 형태로 보유한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집약형 창업을 말한다. 서울대 의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피부 진단·치료 분야를 연구한 배원규 대표는 ‘피부’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창업했다.

특히 배랩의 ‘독사 어금니’에서 착안한 기술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통 없이 자가 접종이 가능한 ‘마이크로 주사기’는 마이크로 크기의 독사 어금니 구조로, 피부 각질을 통과해 빠르게 진피층 안으로 유효성분을 전달한다.

배 대표는 “자연모사공학으로 문제를 해결해 기존 실린지 주사기의 장점인 액체 약물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으로 인한 거부감과 통증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치매 치료제나 당뇨 환자용 인슐린 등 고분자 약물을 안전하게 피부로 전달하거나 화장품에도 적용이 가능해 향후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는 화장품 용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피부에 흡수돼 여성의 호르몬 관련 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연 유래 성분의 제품이라도 어떤 용기에 보관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품의 성분은 살펴보지만 어떤 용기에 담겼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천연성분의 샴푸나 보디워시라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환경호르몬이 우리도 모르게 피부에 흡수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피부로 흡수되는 유해화학성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그 심각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배랩은 플라스틱 용기에서 문제가 되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isphenol A)와 프탈레이트(Phthalate)가 첨가되지 않은 안전한 용기를 연구한다. 비스페놀A는 대부분의 플라스틱 용기의 제로 원료로 체내에 흡수되면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해 여성에게는 유방암, 생리통, 자궁내막 근종을 유발하고 남성에게는 정자 감소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또한 성조숙증 유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피부에 닿는 샴푸나 보디워시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며 “국내에는 샴푸를 건강 관련 제품으로 보는 인식이 적고 시장도 아주 작지만, 저희처럼 영리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봤을 땐 블루오션인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배랩은 앞서 자연 유래 성분과 안전한 용기를 연구한 화장품 브랜드 닥터배 올가노테라피를 론칭했다. 배 대표는 “성조숙증을 앓고 있는 딸을 가진 한 어머니가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증상이 호전됐다는 후기 쓴 게 어머니들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샴푸가 완판됐다”며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연구자 입장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배랩은 국내외 제약회사, 글로벌 화장품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여러 건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앞두고 있다. 계약 규모 공개는 시기 상조라도 일축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창업 초기에 겪는 어려움은 다 비슷하다. 좋은 엔지니어들을 섭외해 팀을 꾸리고 파트너사를 설득할 때도 이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비전을 공유한 것이 주효했다“며 “우리의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고 삶의 작은 부분에라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설립일 : 2018년 11월

주요 사업 : 필러 및 백신용 주사기 개발, 친환경 화장품 용기 개발

성과 : 언론이 주목한 10대 기초연구 지원성과 선정(2019)

zinysoul@hankyung.com

[사진 제공=배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