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장예진 대학생 기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우리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매일 톱니바퀴의 삶을 살아간다. 2020년 우리의 삶에 스며든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증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책에서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출간 2주 만에 20대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생의 숙제’의 저자 백원달 작가를 만나봤다.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

△ ‘인생의 숙제’ 저자 백원달 작가.

책이 출간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셨을 것 같다. 출판 소감이 궁금하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만화다. ‘인생의 숙제’ 이전에 그렸던 만화는 모두 일상툰이었는데, 인생의 숙제를 그리면서 처음으로 스토리툰을 만들었다. 새 만화를 그리는 설렘과 더불어, 내가 스토리 만화를 잘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좋은 출판사를 만나게 됐고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내게 일어난 일이 맞나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너무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적부터 만화와 시를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땐 입시 미술을 했다. 대학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했고 졸업 후 한국화 작가를 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나는 독자들과의 소통이 벽에 걸린 회화보다 좀 더 직접적이길 바라는 성향이었던 것 같다. 그때 우연히 웹툰을 보게 됐고, 어릴 적 꿈이었던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화를 그린 지 이제 9년째인데 그리면 그릴수록 만화가 진짜 내 적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

백원달 작가가 카페 창비에서 북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출간 2주 만에 20대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33살 직장인인데도 불구하고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인생의 숙제’를 그릴 때 생각한 화두는 ‘직장’ ‘결혼’ ‘출산’ ‘생계’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런 인생의 숙제들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30대 이후에 더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주인공 나이를 33살로 설정했다. 그런데도 20대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30대가 아닌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한 이유는 우리는 각각 나름의 인생의 숙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대에는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에 대한 인생의 짐이 있으며, 20대에는 취업에 대한 인생의 짐이 있다. 어리다고 해서 인생의 숙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 유나를 보며 자기 삶의 모습과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인생의 숙제’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6살, 만화에 도전하고 있는 시절 50대 여성 한 분이 나에게 “너는 25살이 넘었으니 지는 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내가 작가 데뷔를 한 이후인 31살엔 35세 한 남자분이 “너는 30살이 넘었으니 네 인생은 끝났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25살이 지는 해면 50대 여성분은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31살이 인생이 끝났으면 35살이면 정말 끝난 건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그분들은 흘러가는 시간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깊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들은 ‘인생과 시간’에 대한 작품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인생의 숙제 작품을 그려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어머니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좋아하셨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을 때다. 고작 31살인 내가 “이미 늦었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61살인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목표로 하셨던 콩테 초상화 자격증을 따고 현재는 아이패드 초상화를 배워 그림을 그리신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 어머니처럼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하며 이 책을 그리게 되었다.”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

책을 보면 장마다 시가 등장한다. 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시집을 항상 사주셔서 자연스럽게 시를 접할 수 있었다. 시는 단어 하나의 의미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간마저도 허투루 볼 수 없기에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다. 때때로 나조차도 같은 시를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시의 매력인 것 같다.”


‘인생의 숙제’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가장 소중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20화 ‘자신의 길 위에서 나를 사랑하기’ 편이다. 20화의 맨 마지막 장은 1화의 첫 장과 수미상관으로 구성했다. 주인공 유나는 1화에서 ‘해가 져서 깜깜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어머니의 ‘황혼’ 연주곡을 듣고 집에 갈 땐 해가 지는 모습을 ‘예쁘다’고 표현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삶의 마무리인 황혼을 향해 걸어간다. 이 20화를 통해서 황혼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느끼길 바라며 마무리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한 에피소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궁금하다

“인생의 숙제라는 제목을 지었을 때 제목이 거대해서 걱정했다.(웃음) 이 책은 숙제의 답을 알려주는 책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사회가 강요하기 때문에 혹은 남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인생의 숙제가 있다. 또 자신의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현재 내가 과연 옳게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불안감으로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

△'인생의 숙제' 20화 속 주인공 유나가 지는 해를 보며 예쁘다고 표현한다.


작가님의 SNS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작가님이 힘들 때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 있나

“책을 출간하고 많은 분이 리뷰를 작성해 주셨다. 위로를 받았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특별히 위로를 받는 책은 어린 왕자다. 10살 때 처음 읽고 지금 거의 50번 정도 다독을 했다.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10살의 내가 이해하는 것과 20살의 나, 30살의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작업을 하며 항상 순수함을 잃어갈까 봐 불안감이 들 때 어린 왕자 책은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의 출판 계획과 최종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2021년 새해에는 출판보다는 네이버 웹툰 연재를 할 계획이다. 최근 네이버 웹툰 공모전에 당선돼 몇 개월 안으로 연재를 하게 될 것 같다. 나의 최종적인 목표는 ‘중력’이 느껴지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프로모션으로 ‘성인수의 만화 클래식’ 팟캐스트에서 인생의 숙제 리뷰를 해주셨다. 그 때 성인수 작가님께서 ‘중력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한 단어로 압축해서 말씀해주신 기분이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이 땅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잘 관찰해서 둥둥 떠다니지 않는 중력감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블루와 막막한 취업난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다면

“조언이라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조언과 응원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언 대신, 힘들 때마다 내가 나 자신에게 했던 위로인 책 속 대사를 읊고 싶다.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

「실패가 실패인지는 지금 당장 판단하면 안 된다.

실패가 앞으로의 삶에 거름이 된다면 실패의 의미는 ‘성장’일 테니까」



khm@hankyung.com

[사진 제공=백원달 작가]

“불안 속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의 숙제’ 백원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