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올해로 갓 2년차인 로레알 비오템 마케팅팀 신입사원 여환준(27)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작년의 로레알코리아 합격 순간을 매일 되새기며 “뷰티 마케터가 되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있다. 최근 그가 기획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도맡은 제품이 대박을 치면서 품절대란을 빚어 재생산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 씨는 학창시절부터 초지일관 ‘마케터’만 꿈꿔 왔다. 그래서 대학 때 마케팅 수업은 모조리 찾아 들었고, 마케터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니, ‘조 모임’이 빡센(?) 수업만 골라 신청했다. 대학 4년 ‘전체’를 스펙으로 휘감은 그의 입사지원서는 세 차례의 면접전형을 거쳐 마침내 최종 합격자석에 안착했다.



로레알 신입 “마케터의 필수역량은 ‘다재다능’… ‘팀플’ 있는 수업만 골라 들었죠”


[PROFILE]

여환준

1991년생

2017년 2월 연세대 경영학 졸업

2017년 2월 로레알 비오템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PM)’ 입사



#1.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다는 것


- 로레알 신입 공채(MT; Management Traine) 채용절차를 소개해 달라.

“당시는 1분 자기소개 영상, 다대다 블라인드 인터뷰, 1박2일 탤런트 오디션, 최종 임원 면접 순이었다. 최근에는 절차가 바뀌어서 자기소개 영상, 온라인 디스커션(자유 토론), 원데이 탤런트 오디션(로레알 직원과의 관찰 면접)으로 인턴을 채용한 뒤 정직원으로 전환된다.”


- 1분 자기소개 영상은 어떻게 제작했나.

“지금은 한국어지만 당시는 영어로 녹화해야 했다. 자기소개 영상은 정말 기본에 충실해 내 이야기를 담는 데 집중했다. 1분이 매우 짧은 시간이기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압축해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마케팅은 무엇인지’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이다. 편집도 하지 않았다. 방 안에서 스마트폰 셀카로 찍어 바로 올렸다.”





- 면접은 어떻게 대비했나.

“다대다 블라인드 인터뷰는 정말 편하게 갔다. 설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소비자와 예비마케터의 입장에서 회사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탤런트 오디션은 학교에서 늘 하는 그룹 프로젝트와 동일하다. 조 모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자세, 설득력, 논리력 등이 기본이라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팁을 드린다면 면접 전 로레알의 모든 브랜드에 대해 스터디를 했으면 한다. SNS에서 로레알을 검색만 해 봐도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종 임원 면접은 다른 기업과 거의 비슷하다. 역시 팁이 있다면 ‘쫄지’ 말고 자신감 있게 임하는 것! 그리고 절대 면접관을 속이려해서는 안 된다.”


- 합숙면접 때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됐다.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감독관들이 돌아다니며 토의과정을 전부 모니터링 하는데 앞뒤가 다르지 않아야 한다. 가령 감독관이 보고 있다고 과장되게 행동하거나 연기를 하면 안 되고 반대로, 보지 않는다고 대충 임해서도 안 된다. 이 점은 꼭 주의하자.”


- 합격 포인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초지일관 마케터만 꿈꿔왔기에 과거의 모든 경험이 ‘마케팅’ 하나로 관통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면접 때도 할 말이 넘쳐났다.”



로레알 신입 “마케터의 필수역량은 ‘다재다능’… ‘팀플’ 있는 수업만 골라 들었죠”


#2.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


- 외국계의 근무 분위기는 국내 기업과 다른가?

“국내 기업 경험이 없어 객관적 비교는 어렵지만 대리, 과장, 차장 등 한국식의 직급이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다.”


- 영어실력은 얼마나 필요한가. 입사 전형에 관련 시험이 있나?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성적은 취준생 평균치였다. 6개월의 해외경험도 있지만 스페인 교환학생이었다. 스페인어도 못하지만 영어는 그 보다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취업에 문제는 없었다. 물론 영어 실력이 좋다면 가점 요인이다. 다만 꼭 현지인 같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의견을 말로, 글로 표현 가능하고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 외국계 기업은 성과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는 어떠한가.

“국내 대기업에 비해 규모도 작다 보니 한 사람의 생산성이 매우 중요해서인 듯하다. 즉, 개인이 맡는 업무의 깊이가 깊고 범위도 넓다. 따라서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필요하다.”



로레알 신입 “마케터의 필수역량은 ‘다재다능’… ‘팀플’ 있는 수업만 골라 들었죠”



#3. 외국계 기업의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


- 마케터를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숫자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거기에 창의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시도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기에 두 가지가 융합된 마케팅에 자연히 관심이 갔다. 대학 때도 계속 마케팅 관련 수업을 들었고 학교 취업센터 게시판을 통해 로레알 인턴채용 공고를 확인해 지원하게 됐다.”


- 대학 때 마케팅 관련해서 준비한 것이 있다면?

“가장 기본은 수업이다. 마케팅 관련 수업을 전부 들었다. 또 마케팅에 가장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 생각해서 반드시 조 모임이 있는 수업을 신청했다. 마케팅 학회에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두 개 외국계 기업 인턴 경험도 있다.”


-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제품이나 서비스 등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맡고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담당 제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입사해 보니 마케터가 단순히 ‘기획’만 하는 게 아니더라. 제품 관련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을 기획하는 일부터, ‘오퍼레이션’이라 부르는 제품을 본사로부터 한국으로 끌어오는 일, 콘셉트를 만들고 캠페인을 기획한다. 제품 출시 후에는 샘플 및 테스터 관리, 판매 계획 및 채널 전략 수립, 비주얼 제작, 비용관리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건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고민 중이다. 학생 땐 정말 단순하게 ‘상품을 잘 기획하고 멋진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다. 물론 이게 중요하지만 그 밖에 마케터의 손이 필요한 곳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다재다능’해야 한다. 과정 전체를 관리할 구조적인 사고 능력부터 창의력, 시장의 흐름을 보는 분석력에 숫자도 잘 읽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애정’과 ‘열정’이라 생각한다. 내 제품, 내 브랜드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되고, 더 꼼꼼히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생 때 나부터 ‘뻔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정말 이게 정답 같다.”


- 숫자를 보는 눈도 중요하지 않나.

“물론이다. 숫자를 안다는 말은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즉 앞서 말한 구조화능력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돈과 제품의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제품에 라벨을 붙이고 샘플을 배포하는 과정조차도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 이걸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마케팅은 매일이 실전이다. 어떤 상황에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 의견도 잘 듣고 아니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사소하게는 PPT를 잘 만들고, 엑셀도 잘 다룰 줄 알면 좋다.”



로레알 신입 “마케터의 필수역량은 ‘다재다능’… ‘팀플’ 있는 수업만 골라 들었죠”



#4. 외국계 기업의 ‘뷰티’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


- 특별히 ‘뷰티 마케터’의 특징은 무엇인가.

“워낙 변화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트렌드를 파악하는 눈이 훨씬 중요하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도 늘 공부하고 있다. 국내외 백화점, 드러그스토어 등 유통 채널부터 경쟁사 제품,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툴이나 채널까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수시로 본다.”


- 최근 맡고 있는 제품이 있다면?

“요즘 ‘내 아이’라고 부르는 제품이 있다. 바로 최근 출시한 ‘비오템옴므 UV디펜스 선스틱’이다. 제안서 작성,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했고 출시 후에는 ‘더블 디펜스(자외선 차단 및 끈적임 억제)’라는 콘셉트로 유명 SNS채널과 함께 영상을 제작해 광고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모두 품절됐고 재생산에 들어갔다.”


- 뷰티 마케팅 영감은 어떻게 얻나.

“잡지를 정말 많이 읽는다. SNS도 자잘한 채널까지 모두 팔로우 해 읽는다. 사람을 만날 때도 ‘요새 뭐가 핫 한지’ 묻는 게 습관이 됐다. 매장도 자주 간다. 백화점부터 드러그스토어, 인터넷 쇼핑몰도 전부 들어가 본다.”

- 뷰티 마케터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뷰티에 관심은 많았지만 이쪽 업계에 워낙 전문용어가 많지 않나. 입사해 보니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 지금은 남성 브랜드를 맡고 있어서 소비자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마케터는 워낙 많은 일을 해야 하니 모든 과정에 실수가 없도록 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점이 조금 힘들다.”


- 대학시절 못 해 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창업이다. 내 브랜드를 직접 마케팅 해봤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해외에 나가 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어떤 산업에서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영상=김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