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이태권 대학생 기자] 맑은 가을 하늘 사이로 햇볕이 비추는 서울의 어느 한 공원. 스포츠 레깅스와 반바지, 기능성 티셔츠 등 운동복을 갖춰 입은 대학생들이 몸을 푼 뒤 대열을 이뤄 달리기 시작한다. 체육학과 학생들도 아니다. 경영, 국사, 회계 등 저마다 전공도 다르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이인 이들도 있지만 서로를 북돋우며 즐겁게 달린다. 함께 모여 뛰는 이들은 다름 아닌 ‘러닝 크루(crew?특정 활동을 함께 즐기는 무리)’다.



“우리 같이 뛸까요?” 함께 달리면 운동도 즐거움도 두 배, 2030세대 ‘러닝 크루’ 인기



크루들과 함께 뛰는 러닝 모임 인기

최근 이처럼 2030세대 사이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는 모임인 ‘러닝 크루’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운동 동호회들과는 달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 모여 도심 곳곳을 함께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러닝 크루는 50여 개에 달한다. 퇴근 후 모인 직장인들의 사회인 크루 등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다양한 러닝 크루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학생 러닝 크루는 13여 개에 이른다.



“우리 같이 뛸까요?” 함께 달리면 운동도 즐거움도 두 배, 2030세대 ‘러닝 크루’ 인기



‘북악러너스’는 지난해 10월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만든 대학생 러닝 크루다. 초대 회장이었던 성정훈(26?경영학과)씨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미즈노에서 매년 운영하는 대학생 러닝 크루 활동에 지원하고자 모은 5명의 인원들이 초기 멤버다. 모임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지만 규모가 점점 커져 정식 크루만 44명이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과 졸업생, 심지어 타대생도 받으며 인원이 늘었다. 평균 연령은 24세지만 20세부터 28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20대 젊은이들이 활동하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현재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정규 러닝은 매주 화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으로 주 2회씩 러닝을 진행하고 있다. 러닝 스케줄 중 3회 이상 참여하면 정식 크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동호회처럼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의 ‘크루’인 만큼 그 때 그 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달리고 있다. 정규 러닝의 대부분은 이른바 ‘오픈런’으로, 사전에 SNS를 통해 미리 게스트 신청을 하면 외부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주중에는 주로 학교 주변에서 러닝을 진행한다. 교내 대운동장 트랙이나 인근 성북천, 정릉천을 찾는다. 반면 주말에는 여의도나 반포 한강공원, 청계천과 남산 등지에서 러닝을 진행한다. 아무래도 물품 보관을 위해 보관함이 있는 곳을 찾다보니 여의나루역, 고속터미널역, 광화문역 등 인근 지하철역이 주 집결지다. 보통 5~10km의 러닝 코스를 달리는데, 초급자들도 상당수 있는 만큼 가능한 직선코스 위주로 달린다.



“우리 같이 뛸까요?” 함께 달리면 운동도 즐거움도 두 배, 2030세대 ‘러닝 크루’ 인기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해 걱정인 사람도 문제없다. 러닝 시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를테면 A팀의 러닝페이스가 1km에 5분이라면 B팀은 6분 30초인 식이다. 상대적으로 잘 못 뛰는 사람들은 페이스메이커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함께 뛴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없는지 묻자 북악러너스의 운영 멤버인 김서하(24)씨는 “달리기라는 게 사실 어려운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초급자라도 몇 번 뛰면 금방 느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존 멤버들이 함께 뛰며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한번 완주하고 나면 그 성취감 때문에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 꾸준히 뛰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운동이 러닝”이라고 말했다. 러닝 크루는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부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유방건강재단에서 주최한 ‘핑크런’에 참가했고. 지난 5일에는 북악러너스는 메르세데스 벤츠 사회공헌위원회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 공동주최한 기부 마라톤 ‘기브앤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달리기를 하며 건강한 기부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날 게스트로 러닝에 두 번째 참가했다는 박영진(20)씨는 “첫 번째 러닝은 좀 힘들었지만 크루원들과 함께 뛰니 적응도 되고 즐겁다”며 “오늘 러닝도 성공적으로 완주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러닝 크루로 활동하며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묻자 크루원들은 저마다 앞 다퉈 자신이 느낀 장점들을 이야기했다. 9월부터 크루원으로 활동 중인 강주연(22)씨는 “혼자 달리기를 할 때는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하며 포기할 때도 많았는데 크루에 들어와 함께 뛰니 완주도 하고 훨씬 즐겁게 운동하게 됐다.”고 말하며 북악러너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크루원 윤영도(23)씨도 “요즘 20대의 놀이문화는 대부분 음주와 함께하는 문화가 많지 않나. 러닝 크루를 하면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북악러너스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지호(26)씨는 “러닝은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고, 같이 뛰면 보다 쉽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며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늘고 자신감도 늘어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자세와 활력을 가져온다. 함께 러닝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러닝 트렌드 맞춘 복합 문화 공간 ‘인기’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


“우리 같이 뛸까요?” 함께 달리면 운동도 즐거움도 두 배, 2030세대 ‘러닝 크루’ 인기


이처럼 러닝 인구가 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자 주요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러닝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은 지난해 3월 오픈 이후 누적이용객 1만5천여 명을 넘기며 젊은 러너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총 면적 330㎡, 3층 규모로 구성된 런베이스 서울은 환복과 짐 보관이 가능한 라커룸부터 땀에 젖은 러너들을 위한 샤워 시설은 물론 무료 음료 바까지 갖췄다. 이용료 3천 원을 내면 모든 시설 이용과 함께 러닝화와 의류 대여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런베이스 서울 소속 전문 코치들이 상시 운영하는 각종 러닝프로그램과 코어운동, 리커버리 클래스 등 러너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수강할 수 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