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세 번 선택하고 길을 찾은 유재준 중국 절강대 교수의 ‘My Story’

△ 중국 절강대 외국어학부 유재준 교수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전도형 대학생 기자]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세 번의 전과를 거듭하며 ‘전과 3범’ 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국인 청년.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가 해외 명문대 교수가 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절강대학교 외국어학부 유재준 교수가 자신의 도전 스토리를 직접 들려주었다.


우물밖으로 나간 생명공학도생


저는 군생활을 마치고 복학한 생명공학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는 의학전문학원이 막 생기기 시작한 때라 생명공학도 학생들은 의대를 진학하지 않더라도 의대로의 진학이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저희 학과의 커리큘럼이 의대 쪽으로 바뀌게 되었고, 생물 혹은 물리 선생님이 꿈이었던 저는 학교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교대, 사범대로의 편입을 준비하며 ‘중국사회의 이해’ 라는 교양 수업을 수강하게 됐습니다. 매일 실험실에서 실험만 하던 생명공학도 학생이었던 저는 서로 토론도 하고 MBTI도 하는 인문학 수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것은 제 인생의 첫 번째 Turning Point가 되었습니다.


당시 진로 상담을 담당한 인문학 교수님은 편입을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 중국 현지 생활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고 더불어 여행도 할 수 있는 교환 학생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이 거의 가지 않던 중국 서부의 중경으로의 교환학생이었죠.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하나는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가서 철저하게 중국인들과 어울려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향후 중국 동부연안의 많은 자본이 상대적으로 척박한 서부로 움직이게 될 테니 중국전문가가 아닌 중경지역전문가가 되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계기로 중경으로 유학을 간 저는 현지인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기숙사를 나와 홈스테이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배운 중경 사투리는 훗날 학생들과 유대감을 갖는 중요 무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중국으로의 유학 도전


중국에서의 교환 학생 시기,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계기로 가르치는 것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어 공대에서 인문학과로의 전과를 결심하였습니다. 학사 졸업 후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의 중국어 교육학과 진학을 준비했지만, 대학원 학비는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민 끝에 중국 대학의 학제 시스템과 장학 제도에 대해 알아봤고, 당시 중국이 해외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 혜택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비 면제와 기숙사 제공, 생활비 지급 등의 혜택을 확인하고는 한국에서 교수님 추천서 2부를 받아 중국의 절강대학교 장학생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과 세 번 선택하고 길을 찾은 유재준 중국 절강대 교수의 ‘My Story’

△ 중국 절강대 외국어학부 유재준 교수(오른쪽)


고3이 된 석사생


중국어 교육학과 석사로 입학했지만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했던 친구들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처음 1년 간은 매일 전자사전을 끼고, 강의실의 앞자리를 사수했습니다. 과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 대학원 중국어 교육학과의 경우 2년 대학원에 42학점을 이수하여야 했기에 정말 다시 고3이 된 느낌 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박사 해볼까?


대부분의 대학원 수업은 개인이 관심 있는 부분을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배경지식에서 아이디어를 찾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자기 관심 분야가 아닌 경우 쉽게 지루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 전에 학과 과목들을 미리 알아보는 게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는 것은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순간 유명 저널 SCI, A&H 등 졸업논문 이외에 1~2편 해외저널 등재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게 되고 박사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참신함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절을 받게 되는데 10번 넘게 거절을 당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외국저널은 보통 편집 감수까지 하여 1년 정도의 시간의 기다림이 끝에 최종 통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통과를 하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졸업도 늦춰 지기 때문에 준비가 된 친구들에게만 박사 진학을 권하고 싶습니다.


간혹 석사 졸업생들이 박사 진학 여부에 확신이 안 설 때 가장 명쾌한 질문으로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아래 두가지의 질문을 듣고 “예” 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친구에게는 박사 진학을 권하고 싶습니다.


1.당신은 SCI 논문을 읽고 있습니까?

2.당신은 SCI 논문이 재미 있습니까?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대학생과의 특강 자리에서 중국이라는 기회의 땅을 밟아보라며 항상 강조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기회의 땅 1: 기업 대표와의 자연스런 만남

기회의 땅 2: 상해박람회_세계의 최신 브랜드 동향,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기회의 땅 3: 외국인들과 만남은 곧 영어 어학연수


첫째, CEO와의 만남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 기업의 대표를 만나기 힘들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으로 진출한 여러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살아 있는 진로 가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상해 세계 박람회입니다. 2030 세대의 고민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에 대한 답변을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상해 세계 박람회를 꼭 가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아이템을 보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최신 트렌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셋째, 영어 어학연수의 기회입니다. 수업 강의실, 외국인 기숙사 등 많은 유학생들이 중국어가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여가 활동을 하며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phn0905@hankyung.com



전과 세 번 선택하고 길을 찾은 유재준 중국 절강대 교수의 ‘My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