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 합격 4인 솔직토크

면접 뚫고 삼성·신한금융투자·한샘·교원 취업


답변 자판기는 오히려 마이너스, 상황에 맞는 대화 필수

“매일 자소서 쓰느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죠”

“자소서 관점을 바꿔라” 합격한 기업의 자소서는 뭔가 달라



‘배트맨이 센가, 슈퍼맨이 센가 ’ 신한銀 1대 9 토론 면접



12월, 지난 9월 막이 오른 대기업 하반기 신입공채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시기다. 합격자는 곧 도착할 축하 꽃바구니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구직자들은 중견?중소기업이나 내년 상반기 재도전을 계획하는 때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의 취업카페 더빅스터디에서 이곳의 졸업생이자 합격 선물과 함께 첫 출근을 앞두고 있는 신입사원 4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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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4인]

※ 신입사원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김승현

2016년 8월 인문계열 졸업

12월 12일 신한금융투자 입사 예정


이현진

2017년 2월 상경계열 졸업예정

2016년 하반기 삼성화재 채용 건강검진 결과 대기 중

2016년 하반기 신한은행 최종결과 발표 대기 중


장은희

2015년 8월 공학계열 졸업

2016년 하반기 한샘 채용형 인턴 최종합격

12월 5일부터 3개월 인턴 시작


박미영

2017년 2월 사범계열 졸업예정

2016년 하반기 교원 영업교육 합격

12월 5일 입사 예정



신한은행 면접은 어땠나요?


이현진 정말 특이했어요. 오전 첫 시험이 1대다 토론면접이에요. 10명 내외가 한 조이고 이중 한 명씩 나와서 1대 9로 의견을 나누는 거죠. 1명의 발표자에게 ‘소금이냐 설탕이냐’ ‘배트맨이 세냐 슈퍼맨이 세냐’ 등의 질문을 주고 1분간 선택의 시간을 줘요. 발표자가 선정을 하면 나머지 9명이 반대편에 서서 2~3분간 답을 준비한 뒤 본격적으로 1대 다로 의견을 주고받는 거죠. 이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도 돼요. 처음에 면접장에 가면 담당자가 “너무 조심할 필요 없이 중간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끼어들어도 된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권유하거든요. 이 조끼리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다음 면접도 같이 들어가요. 이렇게 1차 면접은 종일로 봐요. 그 뒤 2차 면접은 본사에서 임원면접으로 치러집니다.


정주헌 대표 은행도 합격자끼리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은행원이 보수적이고 조용한 느낌이라면 신한은행 행원은 굉장히 적극적이죠. 예를 들어 “오늘 이 무대에서 누군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면 신한은행엔 먼저 손들고 나설 친구들이 많아요.


장은희 한샘은 서류전형, 1차 토론과 역량면접, 2차 인성면접 순이었어요. 내년부터 인적성검사가 생길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자소서는 세 문항이었어요. ‘왜 한샘에 오고 싶은지’ ‘나만의 강점’이 기억나네요. 토론면접의 경우 특정 주제에 관한 찬반형태였습니다. 그후 교육과 평가, 최종면접을 거쳐야 하죠. 영업직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말하는 태도나 표정 등을 보셨다고 했죠.


정주헌 대표 혹시 면접관 질문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재질문 하면 돼요. 그게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죠. 면접관에게 너무 고분고분하게만 보이려고 하지 마세요. 너무 간절한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보기 안 좋거든요.


박미영 교원은 서류전형, 온라인 역량진단, 1차 실무진 직무역량검증면접, 2차 임원 및 인사팀면접이었어요. 전 관련 직무의 현직자를 만났어요. 교육영업은 사내 영업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직급에 맞게 직접 교육도 하는 일인데 가장 비슷한 직무가 화장품과 보험영업이었기에 관련 현업선배를 찾았죠. 지인의 지인을 다 찾아보고 학교 취업개발센터도 활용했어요. 현직자는 구체적인 경험을 말해주거든요.


또 면접장에서 답변 자판기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면접 때 보면 스펙은 정말 뛰어난데 질문에 관련 없는 답을 하는 지원자가 많아요.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이걸 최대한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거죠. 전 상황에 맞게 대화하려고 애썼어요.


1차 면접 때는 예정에 없던 PT면접을 보게 된 거예요. 그때 중요한 게 마음가짐이라 생각했어요. 어차피 다들 준비를 못해서 긴장했을 테니 정신만 잘 차리면 괜찮겠다 싶었죠. 또 여성 지원자들이 목소리가 작고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영업은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자신감 있게 답변했어요.


다들 면접비는 얼마나 받았어요?


모두 신한은행은 5만원, 삼성은 3만원이요. 하나은행은 1박2일 합숙면접이라 10만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신한금융투자는 3만원 줬어요.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에게 한 마디씩 해주세요.


이현진 오래 준비한 건 아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불확실성 때문이었죠. 이때 스터디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스터디원과 만나면서 서로 공감하다 보면 힘이 많이 나거든요. 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힘을 80%만 쏟아 여러 번 할 바에는 한 번 정말 힘들게 하고 끝내는게 좋더라고요. 전 매일 자소서를 쓰느라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잤어요. 무엇보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정신적으로도 너무 혼란스러웠고요. 하지만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순간이라 생각하면서 즐기려고 애썼어요.


박미영 스터디가 정말 중요해요. 자극도 되고 스터디원에게 도움도 많이 받죠. 누군가 잘한 걸 보고 나중에 나름대로 응용할 수도 있고요. 끈기도 많이 필요해요. 저도 계속 떨어지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니 운도 잡고 기회도 잡을 수 있었죠.


김승현 취업준비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거든요. 긍정적으로 견딘다면 마냥 힘들지만은 않을 거예요.


장은희 자소서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세요. 2년 간 수많은 자소서를 썼는데 합격한 기업 자소서는 어딘가 꼭 다르게 썼더라고요. 내 경험을 성과나 매출 중심으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같은 직무라도 다양한 소재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해보면 좋을 거예요.


정주헌 대표 취업은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에요. 그런데 발로 뛰지 않고 인터넷에서만 정보를 찾으려고 하죠. 요즘 CJ에 많이들 지원하는데 그러면 CJ와 비슷한 재계순위의 기업은 다 지원해야 해요. 그런데 그냥 들어봐서 좋은 기업만 도전하려 하잖아요.


내 경험과 스펙이 어떤 기업에 적용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에 범위를 넓혀야 해요. 남들이 보기에 좋은 기업만 지원하려 하지 말고 내 스스로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찾아 나서세요. 취업은 실력으로만 되지 않아요.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하죠. 물론 방향은 한 가지로 잡아야겠지만 많이 도전할수록 노하우도 생기고 진짜 나에게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