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의 삶, 퍽퍽하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

레진코믹스 <야수의 노래> YOON 작가


요즘 가장 핫한 웹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웹툰이다. 몇몇 웹툰 작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억대 연봉 이야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이유로 웹툰 작가 지망생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꿈과 희망의 세계에 살 수 있다는 환상은 버릴 것. 레진코믹스의 인기작 <야수의 노래>의 글작가 YOON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억대 웹툰 작가 나오지만 현실은 퍽퍽...꿈 있으니 행복해요”



연재 중인 작품 소개 부탁한다.

레진코믹스에서 <야수의 노래>라는 작품을 연재 중이다. 문제아 고등학생 윤호가 저승의 중간계 '시왕국'에 떨어져 입시(入試)보다 어렵다는 입신(入神)시험을 치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110화 정도까지 연재되었고 나는 스토리를, 리쿤 작가는 그림을 맡고 있다.


웹툰 작가로 들어선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전공도 시각디자인이라 졸업 후 플래시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업무를 하던 중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을 표현해낼 재주가 없었던 거다. 그때부터 과감히 표현 도구를 바꿨다. 문예창작과에 편입해 소설을 전공하며 글쓰기 공부를 했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운 좋게 지금의 그림 작가를 만나 함께 웹툰을 시작했다.


한 작품을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로 나눠 진행하는 이유는 뭔가?

스토리와 작화를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 역할을 나눠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2인 체제로 할 경우의 장점은 서로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할 나같이 게으른 사람도 협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감을 지킨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반면에 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해야한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다.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수입은 어떻게 배분되나?

웹툰 작가의 수입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원고를 보내서 얻게 되는 원고료와 그 외에 발생하는 저작수입이 있다. 원고료는 월급 같은 개념인데, 글 작가보다는 그림 작가에게 더 높게 측정된다. 아무래도 그림 작가가 원고에 할애하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저작 수입은 보통 5대5로 분배되는데, 계약조건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결정된 배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억대 웹툰 작가 나오지만 현실은 퍽퍽...꿈 있으니 행복해요”



독자들의 반응을 모두 확인하나? 독자 반응이 웹툰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없나?

독자들의 반응을 볼 때가 가장 즐겁다. 레진코믹스는 댓글 기능이 없어 독자 반응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블로그에 놀러와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SNS에 후기를 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글을 볼 때마다 정말 힘이 나고 행복하다. 독자 반응이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아직 없었지만, 작품의 오류를 찾아주는 경우는 눈여겨본다. 사소한 오타나 호칭 등등.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타블렛이 반드시 있어야만 웹툰 작업을 할 수 있나?

그림 작가에게 타블렛은 필수다. 요즘은 타블렛과 모니터를 합친 신티크라는 모니터를 쓰기도 한다. 웹툰을 보여주는 환경이 웹이다 보니, 웹 작업을 위한 도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그림 작가를 희망하는 분은 그림을 그리고 글 작가를 희망하는 분은 아이디어를 수집해 기획서를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생각만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습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억대 웹툰 작가 나오지만 현실은 퍽퍽...꿈 있으니 행복해요”



웹툰 작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창의력과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끈기가 정말 중요하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성실함과 끈기가 정말 많이 필요한 일이다. 회사원이 출근을 하듯, 작가들도 늦지 않고 마감을 지켜야한다.


웹툰 작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글 작가의 경우 원고료 배분이 적다보니, 한 작품으로 버는 돈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 아닐까? 그래서 다작을 하는 분들도 있고, 다른 일과 병행하시는 분들도 많다. 나 역시 다른 일과 병행하고 있다. 그림 작가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마감을 해야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억대 웹툰 작가 나오지만 현실은 퍽퍽...꿈 있으니 행복해요”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유명 작품이 아닌 이상 광고나 2차 창작 등의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원고료에 의지해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본 원고료 자체가 높지 않다보니 작가들의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다. 어시스트 비용이나 도구비로 사용되는 금액도 많다. 연재가 없는 주에는 수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다. 경력이 쌓이고 작품이 늘어나다보면 수입은 늘고, 웹툰 원고료도 점차 늘어난다.


예전에 비해 웹툰 시장의 환경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끼나?

만화시장이 기형적으로 형성돼 작가에 대한 처우가 최악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원고료도 오르고, 저작권도 인정해준다. 만화가 어린이들만의 유희거리라 생각하던 인식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만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과 달라진 만큼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할 거라 믿는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꿈과 희망만 말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치열하고 넉넉하지 않은 삶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차피 뭘 해도 힘든 세상 아닌가. 직업은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돈을 많이 버는 일 중 한 가지는 충족시키는 것을 선택해야한다. 많은 돈을 버는 게 힘든 세상이라면 좋아하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럼 하다보면 잘하게 되고, 어쩌면 돈도 많이 벌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