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대담] 8화. 기말고사 편

내가 이러려고 수강신청하러 PC방 갔나


“기말고사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특히나 겨울 기말은 복학생이나 막 학기 선배에게 ‘마지막 잎새’ 같은 아련하고 애틋한 존재다. 이미 D-30에 돌입했을지 모르는 선배 그리고 선배의 시험 썰이 궁금한 후배들은 모두 이곳으로!



 “내가 이러려고 수강신청했나”  기말고사 복면대담

복면대담 기말고사 썰을 위해 모인 멤버들. 왼쪽부터 볼트모트, 아이언걸, 스파이더걸


복면대담 기말고사 편 멤버

· 아이언걸 : 일어일문학과 3학년

· 볼드모트 : 국어국문학과 4학년

· 스파이더걸 : 광고홍보학과 4학년


벌써 올해도 다 가는구나. 이제 기말만 보면 종강이네.


아이언걸 난 꼭 중간이랑 기말 둘 중 하나를 잘 보면 하나는 망치더라. 차라리 중간고사를 망치는 게 나은 것 같아. 기말고사가 배점이 더 높잖아.


볼드모트 중간고사는 약간 탐색전? 교수님 스타일을 아는 거지. 단답형을 좋아하는구나, 서술형을 좋아하는구나. 아니면 암기유형을 잘 내시는지 뭐 이런 거? 반면 기말고사는 본게임이니까 진짜 열심히 준비해야 해. 또 중간고사는 안보는 경우가 많은데 기말고사는 전 과목이 시험을 보잖아. 게다가 중간고사 때 안 봤던 시험범위가 다 포함되고. 우리는 책 한 권을 다 공부해야 해. 시 100편을 외워야 하는 과목도 있었지.


스파이더걸 맞아. 그래서 중간고사 안본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니까.


어떤 게 특히 힘들어?


볼드모트 친구들 다 종강했는데 나 혼자 시험공부 하고 있을 때? 시험 땐 또 인터넷이 그렇게 재미있잖아. 애들 SNS 보면 다 놀러가 있고 나는 도서관에서 혼자 시 외우고.


스파이더걸 그럴 땐 시험기간이 긴 게 진짜 원망스럽다. 대부분 2주 안에 시험이 끝나는데 어쩔 땐 한 달 내내 보기도 하거든.


볼드모트 그게 교수님 나름의 배려지. 다른 시험이랑 겹칠까봐 완전 멀리 떨어뜨려주시는 건데 그냥… 배려 안 해주셨으면. 어차피 공부하려면 밤새야 하는데 기왕이면 짧게 새는 게 낫지.


아이언걸 그때 기 싸움도 있잖아. 교수님이 언제가 좋은지 물어보시면 무조건 나한테 유리한 날짜에 손들고. 친구도 시켜서 손들라 하고.


볼드모트 그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겨. 내가 항상 이겼거든.


아이언걸 그런데 결국 실패해서 하루에 3~4개쯤 보게 되면 이중 하나는 포기하는 친구도 많더라. 전공 아니거나 학점이 낮거나 이미 망친 거나 아님 외울 게 많은 거.


스파이더걸 아님 제2전공일 때. 다른 전공 애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아이언걸 그래서 난 아예 시간표를 짤 때부터 주 5일로 채워. 물론 그러다가 금요일 저녁에 혼자 시험 공부하면서 후회하기도 하지만.



 “내가 이러려고 수강신청했나”  기말고사 복면대담

도서관에서_공부중.jpg



대학 시험 때 커닝이 그렇게 많다며.


볼드모트 대학 시험이 좀 감독이 허술한 것 같아. 물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과목 이름이 뭐였지? 아, 이름도 생각이 안 나네. 무슨 강론 같은 건데. 수업 때도 교수님이 마이크를 사용해서 너무 졸린 거야. 뭔가 기계음이잖아. 3시간 내내 쉬는 시간도 없고 칠판에는 한문만 적혀 있어서 필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책 네 권을 사라고 하셔서 10만원이나 들었는데 수업 내내 책 한 번도 안 보시더라. 단체로 멘붕. 그런데 중간고사 때 갑자기 교수님이 학생들 양심을 믿는다면서 그냥 밖으로 나가버리셨어. 우린 자동으로 책을 꺼냈지.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나만 안 볼 수는 없잖아. 정말 얼마나 화가 나던지. 기말 땐 계시더라. 오픈북이었던 거 들으셨나봐.


아이언걸 헐 그럼 그냥 그러고 끝난 거야?


볼드모트 종강하고 교수 평가에 다 적었어. 기말은 어쨌든 교수님을 다시 안 보니까 평가를 솔직하게 할 수 있거든.


스파이더걸 그거 그런데 교수님이 누가 썼는지 다 아시지 않아?


볼드모트 맞아. 출석부 학번 순이라더라. 하하하.


스파이더걸 나는 커닝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나서 못 참겠어. 특히나 4학년 막 학기 기말이었는데 제대한 선배들이 나름 ‘짬밥’ 때문인지 자기들끼리 멋대로 기둥 뒤에 나눠 앉더니 기둥에 뭘 막 쓰는 거야. 시험 땐 그거 보고 쓰고. 시험 마치고 교수님을 찾아가서 다 이야기했어. 내 대학생활 마지막 시험이어서 얼마나 소중했는데.


볼드모트 그게 맞는 거지. 내 친구는 시험지 한 쪽에다가 써놨대. 교수님, 왼쪽 네 번째 앉은 애 이상해요.


아이언걸 맞아 나라도 말할 거야. 친구라도.


스파이더걸 이게 시험이 너무 암기식이라서 그래. 난 대학에 오면 창의력이나 논리력을 요구하는 시험이 나올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랑 다를 게 없어.


시험 끝나고 뭐 할래?


볼드모트 기말은 현타(현자 타임)의 시즌이야. 이 전공이 정말 나에게 맞는 걸까…. 또 연말이니까 뭔가 끝이라는 느낌도 들고. 게다가 3학년이 되면 이제 마지막 학년이 코앞이니까 더 슬프지. 슬슬 취업이 실감도 나고.


스파이더걸 맞아. 여름 기말이랑 겨울 기말이 또 달라. 나이가 바뀌니까.


아이언걸 난 여대라서 복학생이 없잖아. 선배들이 금방 졸업하고 취업하니까 더 와 닿는 것 같아.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하고.


스파이더걸 난 공부하면서 시험 끝나고 할 일을 다 적어놔. 뭐 실천은 잘 못하지만.


아이언걸 내 주변엔 여행 많이 가더라. 연말이니까 해외로도 가고.


볼드모트 템플스테이 하는 친구도 있어. 진정한 자아성찰이지. 그런데 은근히 비싸더라 하루에 3만원? 사실 가장 하고 싶은 건 술자리지. 저번에 시험 끝난 날 동아리 선후배랑 학교 잔디밭에서 오후 6시부터 동 틀 때까지 마셨어. 바이브 ‘술이야’ 틀어놓고. 크~


스파이더걸 난 유기견 봉사를 몇 번 갔는데. 이런 건 시험기간에 미리 신청을 해놔야 해. 안 그럼 끝나고 귀찮다고 안 갈 수 있거든. 그런데 한 번 다녀오면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어.


볼드모트 뭐야, 내가 너무 나쁜 애 같잖아. 아, 끝나고 번지점프 하러 간 친구 있었어. 뛰어내리고 싶다고. 그런데 다녀와서 단체 문자 돌렸더라. 열심히 살겠다며….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