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연달아 두 번 합격한 건국대 행정학과생의 취업기


토익 780점에 자격증이라고는 한자 2급이 전부. 요즘 취업준비생이 보기에 평균치도 안 될 평범한 스펙으로 정도성 씨는 삼성에 연달아 두 번이나 합격했다.


물론 서류전형은 어려웠다. 승률이 5%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첫 도전 때, 50곳에 지원서를 넣어 삼성생명과 D금융사 딱 두 곳의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서류전형에서 모든 지원자를 합격시켰으니 사실상 한 곳만 붙은 셈이다. 그리고, 삼성생명 신체검사 직전까지 도착했다.



스펙 바닥에도 삼성 두 번 합격...비결은 ‘나만의 스토리’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연신 날아드는 불합격 소식에 몸과 마음이 망가진 탓에 간이 안좋아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6개월 뒤, 그는 삼성생명 한 곳만 다시 도전해 마침내 최종 합격했다.


어느덧 8년차 삼성맨인 정도성 멀티캠퍼스 대리는 최근 자신의 파란만장한 취업기를 담아 책도 출간했다. 정 대리는 몇년 전 삼성의 HR기업 멀티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근무중이다. 그가 쓴 책 제목은 ‘스토리로 두 번 합격하라’. 여기에서 두 번은 물론 삼성그룹이다. 한 번도 어려운 삼성 합격을 연달아 두 번이나 일궈낸 정 씨는 그 비결을 인사담당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스펙을 뛰어넘은 스토리’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먼저, 삼성엔 대체 어떻게 두 번이나 합격한 거예요? 당시 삼성은 서류전형이 없었으니, 아무래도 면접 때 남다른 인상을 남긴 덕이죠. 면접 날, 종아리를 깠거든요. 들어가자마자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말을 마치고 “제 종아리 한 번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어요. 면접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고 허락을 받자마자 알이 꽉 찬 종아리를 보여드렸죠. “덩크슛을 하기 위해 2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리 운동을 했으며….” 순간 면접관의 인상이 부드러워졌고 나머지 다리도 보여 달라며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더이상 근엄함 면접관이 아닌 친근한 아저씨들로 느껴졌죠. 그리고 10분 만에 면접이 끝났어요.


그럼 두 번째 면접 때도 종아리를 보여줘서 합격한 건가요? 아뇨.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면접관 한 분이 저를 보자마자 “그때 붙여줬는데 왜 또 왔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간 고생했다” “몸은 이제 괜찮냐”고 질문 몇 가지를 하시더니 돌려보내셨어요. 물론 합격이었죠.


확실히 처음 듣는 면접 스토리긴 하네요. 그런데 스펙은 대체 어느 정도였나요?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대부분 “에이~ 그래도 인서울이잖아.”해요. 문제는 학교가 아니었거든요.


그럼요? 본격 취업준비 할 때 제가 서른이었어요. 4학년 1학기 때까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이때 토익이 580점이었으니까요. 간신히 다음 학기 때 780점까지 만들었죠. 자격증도 필요하겠다 싶어 급하게 한자2급을 땄고요.


정도성

2008년 삼성생명 법인영업본부 입사

현재 멀티캠퍼스 대리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학점 : 3.56(4.5점 만점)

토익 : 780점

자격증 :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


※ 취업 승률

1차 도전 : 50곳 지원 2곳 합격 -> 4%

2차 도전 : 1곳 지원 1곳 합격 -> 100%



그 동안 뭐했는데요? 인턴이나 해외연수? 수능 준비요. (네?) 2학년을 마치고 다른 대학으로 옮기려고 2년 동안 수능을 공부했어요. 군대 2년, 수능공부 2년 하니까 어느새 훌쩍 서른이 돼 있더라고요. 학점도 메워야 해서 1학년 1학기 때 들은 과목을 한 개 빼고 모두 재수강해야 했거든요. 계절학기도 듣고. 취업도 그때야 이곳저곳 알아봤는데 다행히 교내 취업스터디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스펙이 없어서 참여조차 못했어요. 방학 두 달 과정이었는데 시작 날 무작정 찾아가서 제발 끼어달라고 했고 다행히 합류하게 됐죠.


스터디에서는 무엇을 했나요. 첫 2주는 취업관련 이론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스터디원끼리 스스로 공부하는 거예요. 핵심은 면접이었어요. 사실 서류전형이 1차 관문이니 중요하긴 하지만 이제와서 스펙을 올리려고 노력해봐야 달라질 게 없겠더라고요. 그보다는 평범한 스펙을 비범한 스토리로 극복해보자는 게 저희 스터디의 목표였어요. 대신 면접은 온갖 유형을 다 대비했어요. PT면접부터, 다대일, 다대다, 토론면접을 다 연습하고 나중에는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고 다른 스터디와 크로스 준비도 했어요. 한 명에게 나머지가 아무 질문이나 맥락 없이 던지기도 했어요. 순발력을 기르려고요. 그러다 보니 다들 열정이 생겨서 원래는 주 3일 과정인데 주말에도 모였죠.


다들 면접 승률은 어땠나요? 인적성검사까지만 통과하면 다 최종면접까지는 갔어요. 그중에 많은 수가 합격했고요. 저희가 총 16명이었는데 두 명 빼고 다 일 년 안에 취업했어요. 게다가 대기업에만요.


당시 취업환경은 어땠나요? 지금과 비교한다면. 첫 도전이 2007년 하반기예요. 다음 해에 금융위기가 터졌으니까… 뭐, 적어도 지금보다 쉽진 않았죠.



스펙 바닥에도 삼성 두 번 합격...비결은 ‘나만의 스토리’



흔히 ‘공백기간’이라고 하잖아요. 면접 때 “2년간 뭐 했냐, 왜 스펙이 이것밖에 안 되냐”는 질문을 받지는 않았나요? 그런 질문이 안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내가 면접관에게 질문거리를 주는 거예요. 전 질문거리를 현장에서 찾았어요. 영업직이다 보니 면접 전 아무 연고도 없는 세 지점을 방문해 업무, 최근 본사 사장과 지점장의 강조 포인트, 사원급 평가 방법 등을 물었어요. 입사 후 제가 직접 경험하게 될 일을 알아본 거죠. 그리고 면접 때 이 질문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원하는 질문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나요? ‘80대 20의 법칙’이라고 해서 80만 대답하고 20을 질문케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나는 이 회사를 준비하기 위해 타사에서 관련 경험을 쌓았습니다”까지 하면 “어떤 일을 했습니까”라고 묻겠죠. 그럼 또 “이런 일을 했고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까지 답해요. 이렇게 하다 보면 제가 잘 아는 것만 계속 이어 말하게 되니 약점도 드러나지 않는 거죠. 즉, 면접 때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잘하는 것만 말하려고 하지 말고, 면접관이 관심 있는 것을 위주로 답해야 하는 거예요.


마침 지금이 면접 시즌이죠. 그런데 요즘은 오디션이나 자기소개 영상 같은 이색면접도 많아요. 이런 면접엔 어떻게 대비하는 게 좋을까요. 기본이 되는 건 비언어예요. 책에도 적었는데 시선을 면접관의 두 눈과 가슴을 꼭짓점으로 삼각형을 그리며 처리한다든가, 입꼬리를 올려 밝은 목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거죠. 더 중요한 건 단어선택이에요. 그 기업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를 써보세요. 면접관은 매일 수십 수백 명을 만나잖아요. 지쳐있을 때 익숙한 단어가 들리면 뭔가 다르게 느끼게 되죠. 논리는 대부분 비슷할 거예요. 차별화가 중요합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서류 합격률이 5%라고 가정했을 때 95번 떨어지면 96번째엔 붙게 되겠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미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무조건 최선을 다하세요. 그럼 두 가지가 남아요. 합격하거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거나. 또 지금 당장엔 의미 없는 과정 같아보여도 언젠가는 쓰임새가 있더라고요. 제가 수능을 준비한 것도 인적성검사라는 의외의 곳에서 큰 도움이 됐거든요. 또 대학 대 가장 열심히 들은 수업이 ‘리더십’인데 지금 리더십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고요.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맞아요. 인터넷 정보는 누구나 얻을 수 있어요. 인터넷이 정보의 홍수라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홍수가 나도 정작 마실 물이 없어서 물부족으로 죽을 수 있어요. 여러분에게도 현장에 있는 ‘마실물’을 추천합니다. 꼭 밖으로 나가세요.


<스토리로 두번 합격하라>

스펙 바닥에도 삼성 두 번 합격...비결은 ‘나만의 스토리’


정도성 씨의 저서 ‘스토리로 두 번 합격하라’. 사진=인터넷 캡처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