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가즘 : [명사] 모공 속 피지가 떨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행태를 이르는 말


이 신조어를 탄생시킨 건 스타트업 ‘미팩토리’다. 주로 뷰티제품을 판매하는 미팩토리는 대표제품 ‘돼지코팩’으로 일 년 간 무려 80억 원을 쓸어 모았다. 현재는 돼지코팩의 뒤를 이을 신제품 출시와 함께 사옥 이전도 앞두고 있다. 올 9월께, 서울 성수역 근처에 미팩토리 사옥이 완공된다. 영화 <인턴>을 모티브 삼아 안에 카페테리아와 파우더룸도 설치할 예정.

이번 달에는 설립 이래 첫 신입 및 경력 공채로 13명을 뽑았다. 돼지코팩의 인기 덕이었을까. 지원서를 받은 열흘 동안 1500여 명이 지원해 127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7월 14일, 이 높디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정진주 사원을 만났다. 함께 만난 박예슬 팀장은 정 씨를 뽑은 장본인이자 같은 마케팅부서의 선배다. 신입 채용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제품 출시 1년 반 만에 페이스북 ‘좋아요’ 10만을 기록한 돼지코팩 마케팅 비결을 들어봤다.



경쟁률 127대 1… ‘돼지코팩’ 미팩토리 첫 공채 신입사원을 만나다

7월 14일, 미팩토리의 박예슬 팀장(오른쪽)과 정진주 사원을 만났다. 신입 채용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제품 출시 1년 반 만에 페이스북 ‘좋아요’ 10만을 기록한 돼지코팩 마케팅 비결을 들어봤다. 사진=김기남 기자


박예슬 팀장

1989년생

아주대 심리학 졸업

브랜드 02팀

정진주 사원

1990년생

상명대 컴퓨터과학 졸업

브랜드 01팀


두 분 다 정말 앳돼 보이네요?!


예슬 직원 평균연령이 27세예요. 그나마도 신입 채용 전이니 아마 지금은 더 어려졌겠네요.

이번에 처음 신입공채를 했잖아요. 스타트업 치고는 적지 않은 규모인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슬 조만간 신제품을 출시할 거거든요. 그동안 돼지코팩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이제 사업을 좀 확장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인력이 필요했던 거죠.

채용절차는 어떻게 됐나요?


진주 서류전형이랑 면접전형이었어요. 면접은 당일에 한 시간 동안 4대 4로 인성과 직무면접을 동시에 봤죠. 면접 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물으셨어요. 그때 스타벅스라고 대답했는데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미팩토리에도 활용해보고 싶다고 했죠.

지원서는 어떻게 썼어요?


예슬 미팩토리를 완전 저격했죠.

진주 (웃음)뷰티업계가 가뜩이나 변화가 빠른데 미팩토리는 심지어 SNS라는 뉴미디어를 주 마케팅 채널로 이용하잖아요. 그러니 실행력이 정말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 때 했던 인턴이나 공모전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냈어요. 원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한창 마케터나 서포터즈 같은 대외활동이 유행이었어요. 자연히 실무능력도 쌓고 인맥도 구축하면서 얻은 게 많았죠. 게다가 스타트업이니 멀티플레이어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 여기에 제 전공인 프로그래밍 기술도 더했어요.



경쟁률 127대 1… ‘돼지코팩’ 미팩토리 첫 공채 신입사원을 만나다

예슬 맞아요. 진주님은 워낙 마케팅에 대한 의지가 강했어요. 처음에는 컴퓨터 전공자인지도 몰랐을 정도죠. 아,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전 진주님 하면 삼치밖에 생각이 안나요.(생선 삼치요?) 지원서에 ‘삼치가 있다’라고 해서 눈치, 재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적었는데 거기에 딱 꽂힌 거예요. 이번 공채 직무 90% 이상이 마케팅이에요. 지원서에서부터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마케팅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죠. ‘나를 어떻게 알리느냐’를 봤던 거예요. 그런 점에서 진주님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스타트업은 독특한 지원서도 많이 올 것 같아요.


예슬 지원서 항목에 ‘이상주의자’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어떤 지원자가 여행 사진 달랑 한 장을 보내왔더라고요. 이제껏 본 자소서 중 가장 짧아서 기억에 남아요. 다른 항목에서 직무역량을 보여줬으면 효과가 극적이었을 텐데… 아쉽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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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에서부터 마케팅 역량을 볼 수 있다’는 박예슬 팀장의 말이 인상 깊었다. 박 팀장은 또 ‘채용공고가 지원자에게 보이는 회사의 첫인상이라 생각해 몇날 며칠을 고민해 공고를 꾸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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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품 출시 후 1년 반이 조금 지났는데 페이스북 ‘좋아요’가 10만이 넘어요. 비결이 뭔가요?


예슬 ‘미팩토리’가 처음 문을 연 건 2015년 2월이었어요. 슬슬 입소문을 탄 건 그해 여름부터였어요. 사실 이 기간 동안 진짜 많은 걸 해봤어요. 일단 소비자가 관심 있는 부분을 건드려야 하는데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 쉬운 페이스북을 마케팅 채널로 선택했죠. 그리고 주로 고객참여형 이벤트를 계획했어요.


예를 들면, 신청을 받아서 코팩을 무료로 배송해주거나 직접 들고 가는 건데 만우절에는 코팩다발을 만들기도 하고 허니버터칩이 인기가 많을 때 힘들게 과자를 공수해서 코팩이랑 같이 보내기도 했죠. 그랬더니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고 이게 터닝포인트가 된 거예요.


진주 뉴미디어마케팅의 타깃은 10~20대인데 대부분 소통도 많이 하고 이미 온라인에서 떠들 준비가 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더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예슬 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후기죠. 저희 코팩을 사용해 떨어져 나온 피지 사진을 올리는 건데,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혐오스럽게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피르가즘’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다들 시원하다며 좋아하더라고요. 저희도 요즘은 야근할 때 고객들 피지사진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피자도 먹고 그래요.

원래 온라인이 주 판매채널이었다가 최근엔 오프라인으로도 넓혔죠?


예슬 네. 일단 CJ올리브영을 시작으로 넓혀갈 계획이에요. 원래 구매과정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했는데 고객들의 문의가 좀 많았어요. 오프라인으로는 살 수 없냐고요.

오프라인 이벤트도 많이 하던데요.


예슬 네, 미팩토리 캐릭터인 ‘쏙쏙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죠. 특히 요즘은 휴가철이라 부산지역 버스 광고도 하고 있어요.



경쟁률 127대 1… ‘돼지코팩’ 미팩토리 첫 공채 신입사원을 만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마케팅이 있나요?


예슬 개그맨 박나래 씨가 저희 광고영상을 찍어주셨거든요. 쏙쏙이 인형을 쓰고 놀이공원에 있는 초등학생들이랑 같이 열심히 노는 장면이었는데 그게 12월이었으니까… 어유, 정말 추웠어요. 박나래 씨도 고생 많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포즈도 취해주고 적극적으로 해주시더라고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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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마케팅 비결은 없는지’ 묻자, 잠시 고민하던 박예슬 팀장은 멋쩍게 “역시 그냥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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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무슨 일을 하나요?


진주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일이나 매출관리부터 하고 있어요. 조만간 본격적인 마케팅이나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운영할 것 같아요.

신입사원 워크숍도 다녀왔다면서요.


진주 2박3일 간 홍천으로 갔는데 진짜 좋았어요. 친목도모도 있었고 기본 업무교육도 받았죠.

예슬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짰거든요. 그중에 ‘선배의 나이를 맞혀보자’라는 게 있었는데 후배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막 상처만 주고 가버렸어요.

진주 의미있는 시간도 많았어요. 대표님이 회사 비전이랑 조직 개편 이야기도 해주셨죠. 새로 이전하는 사옥 사진도 보여주시고.

예슬 팀 과제 때 진주님 조가 1위했잖아요.

진주 ‘미팩토리가 1인가구에게 다가가는 방안’이 주제였는데 1인가구면 이사를 자주 할 테니 직원들이 직접 이사를 도와주면서 우리 생활용품을 선물하자는 아이디어였죠.(곧 생활용품도 출시하나요?) 우선 코팩을 시작으로 계속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에요. 아무튼 이날 저희 조가 두 번이나 1등을 해서 외식상품권을 많이 모았거든요. 조원끼리 상의해서 다음날 아침에 샌드위치를 단체로 쐈죠.

채용공고를 보니까 재미있는 복지제도도 몇 가지 있던데, 실제로 좀 누리고 있나요?


진주 네, 우선 간식을 배터지게 먹고 있어요. 비타민부터 차도 있고 과자랑 젤리도 많아요.커피머신도 있고. 아까 보셨죠? 슈퍼마켓에서나 볼 수 있는 음료수 냉장고도 있어요. 먹을 것 말고는 ‘다독제’가 있어서 책을 신청하면 구입해주는 서비스도 있어요. 패밀리데이라고 해서 월 1회 수요일에 5시 퇴근하는 제도가 있고요. 아, ‘슈퍼맨 타임’도 있어요. 전날 사수에게 슈퍼맨 타임을 신청하면 2시간 동안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죠.

공고에는 해외도 보내준다고 돼있던데.


예슬 안 그래도 작년에 성과달성 기념으로 3박4일로 푸켓에 다녀왔어요. 그 전에는 다 같이 래프팅하러도 갔고요.

스타트업이 근무환경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용안정성 면에서는 불안하기도 할 듯해요.


진주 주변에 대기업 입사한 친구들이 있어요. 같이 회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딘가 답답해 보이더라고요. 전 워낙 도전적인 성향이거든요. 유일한 걱정이 가르쳐줄 사람이 없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어서 면접 때 여쭤봤어요. 사수가 있냐고.(웃음) 면접관들이 막 웃으시면서 이미 자갈밭을 다 메워서 아스팔트를 깔아놨다고 하시더라고요.


합격한 다음에 대표님이 웰컴박스도 보내주셨는데 그 안에 단체티셔츠랑 USB같은 생활용품도 있었지만 진짜 감동적인 건 따로 있었어요. 택배 상자에 기사님께 보내는 대표님 메시지가 있었거든요. ‘소중한 물건이니 잘 다뤄달라고.’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느꼈죠. 내일 대표님이랑 일대 일 식사도 해요. 한정식도 사주고 하신다는데 전 무조건 비싼 걸 먹을 생각입니다.


급여는 어느 정도인가요? 성과에 따른 보너스도 있나요?


예슬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만족합니다. 성과에 대한 부분도 인정해주시죠.

팀은 다르지만 마케팅 선후배 사이잖아요. 조금 오글거려도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한다면?


예슬 회사를 대표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맡게 될 텐데, 지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했으면 좋겠어요. 회사도 많은 기회를 드릴게요. 그래서 회사와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진주 뽑아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해서 제 업무영역을 넓힐게요. 또 앞으로 30~40대에게도 돼지코팩을 열심히 알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제 한 번 밥 사주세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