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 드 클레어의 현재와 미래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해 사업가·교수를 거쳐 여성복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구동현 ‘클루 드 클레어’ 디자이너는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정체성이 뚜렷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모든 사람이 패셔니스타가 될 순 없어요.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패션에 대한 센스가 있음을 보여주는 건 가능하죠. ‘클루 드 클레어(clue de clare)’는 딱 그런 옷이에요.”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구동현 디자이너가 지난해 10월 자신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 클루 드 클레어를 론칭했다. 그가 만든 옷에는 원단과 봉제만큼은 명품 수준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타일리스트에서 브랜드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스타일리스트로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면서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최근 국내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엄청나게 생겨났다. 이 시기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려 했는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인터내셔널 브랜드나 내셔널 브랜드의 규모로 시작하게 됐다.
여성복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남자인 만큼 남성복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복은 디자인에 한계가 많다고 느꼈다. 오히려 여성복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듯싶었다. 내가 입을 수는 없지만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요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들은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해서 금방 소비되는 옷들도 늘었다. 좋지 않은 원단과 봉제 때문에 오래 입을 수 없는 옷들을 보면서 내가 디자인하면 원단과 봉제만큼은 명품처럼 구현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소재가 다채로운 듯하다.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원단이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만졌을 때 느낌이 좋은 원단을 선택한다. 장사가 목적이라면 좀 더 저렴한 원단을 선택하는 게 맞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또 내가 디자인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서 원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소재를 독특하게 믹스매치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SS 시즌에는 면에 폴리나 실크 같은 소재를 많이 썼다. 요리처럼 황금비율이 있어, 같은 면이라도 함유량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면 100%는 구김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지만, 폴리를 어느 정도 섞으면 면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구김이 적게 간다. 여러 번의 샘플링 작업을 거치면서 나름의 황금비율을 찾았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해외출장이 잦아 국내에 없는 브랜드를 접하기도 하고, 해외서적들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어떤 하나가 아니라 내가 보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잡지의 레이아웃만 보더라도 이런 색감을 옷에 접목하면 예쁘겠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주로 어떤 책을 보나?
패션·컬처·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잡지들이다. 해외서적 대부분은 포장돼 있기 때문에 막상 사서 보면 나와 상관없는 것들도 많다. 항상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잡지를 산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있고, 내가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잡지를 사 보는 게 내 취미다.
클루 드 클레어를 대표할 만한 디자인이 있다면?
지난해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리버시블 MA-1이라는 항공점퍼를 선보였다. 배우 고준희·소연 등이 입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한쪽 면은 일반적으로 MA-1에 많이 사용하는 나일론 소재를, 다른 면은 남성 슈트에 많이 사용하는 울을 섞어 만들었다. 특히 스프라이트 패턴을 가미한 울을 사용해 캐주얼한 MA-1을 포멀하게 해석했다. 같은 디자인에 울 대신 트위드를 접목해 지금까지는 없던 클루 드 클레어 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MA-1이 탄생하게 됐다.
클루드 클레이어의 뮤즈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클루 드 클레어의 뮤즈가 됐으면 좋겠다. 결코 디자인이 과하거나 어렵지 않다. 패턴이나 실루엣은 기본을 지키되 소재와 디테일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SS 시즌 스카잔이 가장 사랑받았는데, 화려하고 과감한 자수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입기에는 쉽지 않았다. 클루 드 클레어의 스카잔은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테일에 뒷면에 심벌만 가미해 오히려 많은 사람이 입기 쉽다고 느낀다.
패션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패셔니스타가 될 수는 없다. 너무 화려하거나 앞서나가는 스타일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패션에 대한 센스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클루 드 클레어다. 눈에 확 띄지 않더라도 ‘패션 센스가 있구나’ 하고 느끼게끔 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
클루 드 클레어의 FW 컬렉션 테마는?
큰 테마는 ‘Like Nothing Happened’,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는 뜻이다. 이전 시즌까지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했다면, FW 시즌에는 매니시하고 시크한 느낌을 강조했다. 기존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룩북은 8월말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스타일리스트로서는 지금 하고 있는 걸 꾸준히 잘해나가고, 브랜드 디렉터로서는 클루 드 클레어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스타일리스트 개인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엔 걸림돌이 많은데, 브랜드는 옷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아직 브랜드가 걸음마 단계지만 점차 아시아에서 세계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Profile
구동현
1981년생
경희대 의류디자인 졸업
경희대 대학원 패션아트학과 졸업
현 나인비주얼 대표
현 클루 드 클레어 디렉터 겸 디자이너
이진이 기자 zinysoul@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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