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 두 달 전이다. 다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토익 공부? 자격증 준비? 그것도 아니면 유료 취업학원 등록?


소나기 탓에 평소보다 일찍 어둑해진 22일 저녁 7시의 종로. ‘더빅스터디’라는 이름의 카페에 모인 30여명의 취업준비생은 책 대신 신입사원 선배들의 살아있는 취업후기를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6월 22일, 서울 종로구 '더빅스터디'의 '선배와의 만남' 현장을 찾았다. 이날 5명의 멘토와 30명의 취업준비생은 '취업'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약 2시간 동안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사진=더빅스터디


더빅스터디는 대학생들이 모여 함께 취업을 준비하는 스터디카페다. 평소에는 이곳의 대표인 정주헌(34) 씨가 상주하면서 방문 학생들을 돕고 있다.


정씨는 2008년 IBK기업은행 기업팀에 입사한 뒤 2년 간 인사부에서 일했다. 현재는 은행을 퇴사하고 취업준비생을 위한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수익사업은 아니다. 음료값 외에 시간당 1300원의 장소비만 받는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지식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공부하면서 “나중에 커서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결심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현재 카페는 ‘은행 소유’지만.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정주헌 더빅스터디 대표.



그가 멘토링을 시작한 때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은행을 퇴사하고 평소 관심있던 마케팅 회사를 창립하기 위해 자금 마련 길을 찾았던 게 계기가 됐다. 인사부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학교와 방송을 통해 취업강의를 했는데 이 강의를 들은 몇몇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해 온 것.


그렇게 처음 4명이었던 그의 학생은 현재 200명이 훌쩍 넘는다. 절반은 어엿한 신입사원이 됐다. 이들은 다시 더빅스터디의 멘토가 돼 정 대표와 함께 새로운 후배들을 돕고 있다. 그중 5명의 멘토가 이날 정씨의 “술 마시자”는 한 마디에 퇴근 후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6월 22일, 서울 종로구 '더빅스터디'의 '선배와의 만남' 현장을 찾았다. 왼쪽부터 류푸름, 윤영기, 최재민, 이호형, 이재진 멘토. 사진=더빅스터디.


‘카페에 늘 있던 애들’ 5명, 마침내 신입사원이 되다


“2년 간 150곳에 지원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처음으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죠. 수없이 탈락할 때마다 ‘내가 모자른가’ ‘나는 정말 안 되는 건가’ 끝없는 수렁에 빠졌어요. 하지만 그냥 주저앉지는 않았어요. 첫 공채 실패 후엔 KB국민은행에서 인턴을 했고 그 다음엔 대기업 해외영업인턴을 했어요. 이게 제 합격비결입니다.”


바로 한 달 전 정식발령을 받았다는 KB국민은행 신입행원 이재진 씨는 30여명의 후배들 앞에서 나지막이 속이야기를 털어놨다. 말미엔 ‘오늘도 모니터를 안 껐다고 혼났다’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조언에 취업준비생들은 박수를 보냈다.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CJ제일제당에서 푸드세일즈를 맡고 있는 이호형 씨 역시 한달 전 정식 배치를 받은 새내기 사원이다. 이씨는 “취업준비생 시절, 이곳에 올 때마다 지금 옆에 서 있는 멘토들이 늘 있었다”라며 “이 정도로 열심히 해야 취업이 되더라. 당장은 힘들고 속상할 수 있지만 취업은 장기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라”고 조언했다.


윤영기 IBK기업은행 신입행원은 올 1월에 입행했다. 윤씨의 취업준비기간은 1년 반. 그는 처음에는 혼자 준비하느라 방향을 몰라 계속 헛바퀴를 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가 이곳에 오면서 방법을 깨우쳤어요. 우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동료들의 매력을 발굴하는 노력도 했죠. ‘아, 이 친구의 이런 점을 인사담당자가 좋게 보겠구나’라는 것을 연구하니 제 장점도 개발하게 되더라고요.”


경쟁사도 공부해야… 수 백 번의 실패 덕에 여유 얻어


최재민 롯데마트 신입사원은 올해 31세다. 약 2년을 취업에 투자한 그는 올 상반기,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무려 세 번이나 맞았다. 그때마다 원망한 것은 나이였다. ‘난 이제 정말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인간인가….’ 하지만 계속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아홉자짜리 문장을 곱씹으며 힘을 되찾았다.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2년간 제가 쓴 지원서가 총 300통이에요. 혹시 상반기에 겨우 몇 곳 지원해놓고 떨어졌다며 좌절하고 있나요? 정말 절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으세요.”


롯데그룹은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하루에 모두 진행한다. 해외대 출신이었던 그는 실무진면접, 임원면접, 영어에세이, 영어면접, L-TAB(인적성검사), 토론면접, 피티면접까지 총 7개 전형을 하루에 모두 봤다. 진이 빠질 만도 했지만 그는 매 전형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다. 만약 한 전형에 실패했다고 느껴졌다면 바로 다음에 만회하는 데만 집중했다.



2년간 300곳 지원, 단 하나의 최종합격… 신입사원 5인의 이야기



“면접 전,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마트를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그러면서 PB상품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발견했죠. 원하는 곳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사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해요. 스터디나 토론 등을 통해 평소에 조금씩 쌓아놨던 지식이 면접 때 폭발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긴장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수없이 실패하면서 얻은 것이라면 긴장을 덜 하게 됐다는 것이죠.”


5명의 멘토 강의 후에는 후배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최근 KB국민은행 우수인턴으로 뽑혔다는 한 취업준비생이 “인턴경력이 얼마나 도움 되나”라고 질문하자 이재진 씨는 “나 역시 인턴을 했는데 면접 때 꼭 인턴 관련 질문을 받았다”라며 “그러다 보니 면접 분위기도 편해졌고 주변에 함께 인턴 했던 친구들도 많이 합격했다”라고 답했다.


# 이 기사는 선배 5인의 합격팁 “자소서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로 만들어라”로 이어집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