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쫘껴귀 껴서흐으” 이게 몬소리? 티켓몬스터 ‘몬소리 캠페인’ 누가 만들었나?


택배 아저씨의 문자 도착. ‘아무도 안 계셔서 택배 문 앞에 놓고가염~ ^^’

오늘 태풍부는 날인데...?

“앓퉤퓽오는뒈 토?붸어트케”

마음에 쏙 들어 바로 결제 버튼 눌렀던 스키니진 배송 완료.

분명히 55 사이즈 주문했는데, 이건 뭐 33 사이즈인가?

“?케쫘?껴귀 ?껴서?흐으”


한 번 보면 이해불가. 두 번, 세 번 보다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외계어가 광고에 등장했다. 5월부터 시작된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의 ‘몬소리’ 광고다.


티몬은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몬소리 캠페인’을 진행한다. ‘몬소리’는 소비자들이 힘들고 지칠 때 무심코 내뱉는 웅얼거림으로 티몬의 캐릭터인 ‘티모니’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 ‘모?퓟보코?콜랐는데망?(모델핏보고 옷골랐는데 망했다)’, ‘쓴도니얼만뒝셩물안츄다?(쓴돈이 얼만데 선물하나 안주다니)’ 등이다. 티몬의 ‘몬소리 캠페인’은 고객들이 내뱉는 몬소리를 들은 티모니들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대 공부 때려 치고 마케팅 전문가 선택, 그녀가 만든 ‘몬소리 캠페인’

이번 ‘몬소리 캠페인’을 총괄한 이는 브랜드마케팅팀의 최지연 실장이다. 최 실장은 미국 코카콜라, 크래프트 푸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삼성카드 등을 거치며 마케팅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10월 티몬에 입사했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대학에서 의예과를 전공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방문한 잡엑스포에서 코카콜라 입사 기회를 얻게 되었다.


“케쫘껴귀 껴서흐으” 이게 몬소리? 티켓몬스터 ‘몬소리 캠페인’ 누가 만들었나?

△ 최지연 티켓몬스터 브랜드마케팅실장. 학부에서 Pre-Med(의예과) 전공, 대학원 MBA (모두 미국소재 대학)/미국 Coca-Cola 본사 Global Marketing Communication/미국 Kraft Foods 본사 Oreo Brand Marketing/미국 American Express 본사 Premium Marketing/한국 삼성카드 Premium Marketing/2015년 10월 티몬 입사



“1년 정도만 일하고 나와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옆 팀의 마케팅 이사님이 ‘너는 한국어도 하고 영어도 하니 올림픽 마케팅 업무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당시 호주올림픽을 준비했는데, 저보고 호주에 가서 PT를 하라며 보내시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얼떨결에 호주에 가게 됐고 PT를 하면서 ‘나는 이 일을 평생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3살에 미국 코카콜라 본사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Global Marketing Communication) 부서에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그녀는 이후 미국의 식품업체인 크래푸트푸드(Kraft Foods)에서 오레오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본사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건너와 삼성카드에서 프리미엄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10월 티켓몬스터로 자리를 옮겼다. ‘티몬에서 연봉을 높게 주나보다’ 했더니 그녀는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대표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런 리더와 일을 할 기회를 갖는다면 영광이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대표님이 추구하는 브랜딩과 고객 만족 부분 등에 많이 공감했죠. 커머스 분야는 해본 적이 없어 모르는 게 많지만 제 커리어에서는 재미있는 도전인 것 같아요.”


실력파 최 실장이 합류하며 티몬은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구상했다. 그렇게 오랜 준비 끝에 나온 것이 이번 ‘몬소리 캠페인’이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최지연 실장을 만나 광고 기획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케쫘껴귀 껴서흐으” 이게 몬소리? 티켓몬스터 ‘몬소리 캠페인’ 누가 만들었나?

△티켓몬스터 홈페이지 캡처


요즘 티몬 광고가 이슈예요. 예상했던 반응인가요?

컨셉에 대해 광고 에이전시와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사실 저는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어요. 5월 7일 TV 광고를 처음 방영했고, 9일에 온라인 광고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요. 현재는 인터넷 쇼핑에서의 불편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광고가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수고객 대상의 멤버십 서비스나 티몬 택배를 CU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 등에 대한 내용도 방영이 될 거예요.


몬소리 캠페인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10월, ‘쇼핑을 뚝딱’이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티몬의 캐릭터인 ‘티모니’를 내세우며 모바일 쇼핑의 편리함을 강조한 것이죠. 몬소리 캠페인을 기획할 때는 기존의 ‘쇼핑을 뚝딱’과 ‘티모니’를 잘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새로운 캠페인에서는 티모니들에게 더 큰 역할을 주려고 했죠. 티모니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소소한 고민을 해결하는 아이들인데, 우리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알아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보통은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또박또박 ‘바지 너무 꽉 낀다’라고 말하지는 않잖아요.


웅얼거리듯 불만을 토로하는데 이걸 티모니만 알아듣는거죠. 그래서 고객이 불편할 때 내는 소리를 티모니들이 알아듣고 해결해준다는 컨셉을 떠올렸죠.


“케쫘껴귀 껴서흐으” 이게 몬소리? 티켓몬스터 ‘몬소리 캠페인’ 누가 만들었나?

△티켓몬스터 홈페이지 '티모니'소개 캡처


‘티모니’에 대한 반응도 뜨거워요.

티모니들이 태어난 건 작년 여름이에요. 사실 티몬이 생기면서 함께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었어요. T자를 형상한 캐릭터 아시죠? 그런데 연예인 모델을 쓰면서 잘 사용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지난해에 다시 새롭게 만든 거예요. 원래는 트러스티 한 마리였는데 에너제티, 스마티, 위티, 스위티 등이 추가됐죠. 티모니는 티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고객 리서치를 했을 때도 티모니의 인지도나 호감도가 굉장히 높게 나오거든요.


지난해 광고에서도 티모니를 본 기억이 나요. 이전 광고의 반응은 어땠나요?

작년 광고도 반응이 좋았어요. 커머스에서는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캐릭터가 나오는 광고가 고객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았죠. 하지만 3편 모두 구글 코리아 TOP 광고 20안에 들었어요. ‘티모니 캐릭터 귀엽다’, ‘이모티콘은 언제 나오냐’ 등의 반응이 많았어요.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우리끼리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 하면서 광고를 만들고 시사회를 열어요. 대표와 시니어 레벨의 직원들에게 보여주는데, 피드백을 받으면 모두의 의견이 다 다르죠. 누구는 티모니가 귀엽다고 하고, 누구는 얼굴이 이상하다고 해요. 정말 멘붕이 오는 거죠. 그 순간 저의 역할은 명확해요.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잡아야하죠. 저희가 생각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윗분들을 설득해야하기도 하고요. 힘든 역할이에요.


몬소리 광고에서는 ‘외계어(?)가 등장하잖아요. 생전 본적 없던 새로운 글자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티몬의 주 타깃은 25~35세 여성이에요. 그 나이대의 여성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어요. 인터넷에서 스키진을 샀는데 너무 꽉 껴서 화가 났던 경험 누구나 한번 쯤 있잖아요? 같은 옷을 입은 동료를 직장에서 마주치기도 하고요. 저도 엊그제 그랬거든요.(웃음)


그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몬소리를 생각하고, 그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르고 또 고르는 작업을 했죠. 텍스트를 만들 때는 밑의 받침을 살짝 살짝 바꿨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너무 어렵게 바꿔놓아서 열 번을 읽어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2~3번 봤을 때 알 수 있는 수준으로 바꾸기 위해 받침 하나하나를 골랐어요.


“케쫘껴귀 껴서흐으” 이게 몬소리? 티켓몬스터 ‘몬소리 캠페인’ 누가 만들었나?

△함께한 대학생 기자 박도현(충남대), 이재민(오산대).


한글 파괴가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있어요.

저희가 광고를 만들면서 그저 ‘재미를 주기 위해’, ‘이슈가 되기 위해’ 한글을 바꿔보자고 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저희는 순수한 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에요. 한글 파괴라고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안타까워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브랜드 마케팅팀의 업무의 범위가 궁금해져요.

저희 팀에서는 티몬 브랜드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어떤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티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고객에게 한번이라도 더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광고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내부, 외부 부서들과 협업하면서 아이디어도 내고요. 연말에는 티몬의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는지, 캠페인을 하면서 웹과 앱에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왔는지, 티모니의 인지도는 올라갔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평소 아이디어 어떻게 얻으시나요?

성공 사례를 많이 공부하려고 해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10년, 20년 전 광고를 찾아서 보기도 하죠. 오히려 지금 유행하는 것 보다 옛날 광고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아이디어는 젊은 팀원들이 더 잘 내죠.(웃음) 저는 우리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빠르게 실행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해요.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죠. 그 후에 나의 성격과 장점을 통해 이 일을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기발한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열정이에요. ‘이 브랜드를 위해 뭔가 하나라도 더 해보고 싶은 열정’. 그것만 있다면 아이디어는 저절로 따라올 거예요. 아이디어를 꼼꼼하게 실행할 수 있는 디테일도 꼭 필요하죠.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