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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대담 5화. 말도 안 되는 대외활동들

멘토링 해줄게 공짜로 일 해다오


공모전·봉사단·기자단… 참 많기도 많다. 기업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대외활동’ 말이다. 취업을 하기 위해선 인턴이 필요하고 인턴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게 바로 이 대외활동이라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만의 공식. 하지만 학생들이 기업들의 대외활동에 불만이 많은가 보다.



[복면대담] 5화 대외활동 편. 멘토링 해줄게 공짜로 일 해다오

대외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 왼쪽부터 배트맨, 까만안경, 핑크레이디, 스파이더맨. 사진=허태혁 기자


[참여멤버]

까만안경 : 국어국문 4. 언론사만 8개 참여

스파이더맨 : 경제 3. 기자단 및 교육봉사 총 2개 참여

배트맨 : 경영 4. 기자단 서포터즈 등 총 9개 참여

핑크레이디 : 경영 4. 언론사 및 마케팅 등 총 3개 참여


맘에 안 들었던 대외활동, 다들 있었지?


핑크레이디 나 진짜 이날만을 기다렸다. 한 잡지사에서 기자단을 했는데 열 받는 일이 많았어. 가장 화가 났던 건 비인격적인 대우야. 인터뷰이를 발제하고 섭외하고 기사 쓰는 것까지 전부 대학생 기자가 직접 하는데 발제 아이템이 마음에 안 들면 편집장은 ‘제정신이냐’ ‘생각은 하고 사냐’는 둥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 또 우리에게 카페 등 상점에 직접 책을 비치하라고도 했는데 한 번은 누가 작은 미용실에 넣었다고 보고했더니,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면서 엄청 구박하더라. 이게 뭔가 싶었지.


스파이더맨 대박, 그냥 중간에 그만두지 그랬어.


핑크레이디 물론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나처럼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한 언니가 있는데 그만둔다고 하니까 ‘이 바닥이 좁다’며 ‘너 다른 곳에 들어가도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더라.


까만안경 와 나도 그런 적 있었어. 언론사 서포터즈였는데 급여가 0원이야. 대신 멘토링을 해준다는 이유였지. 어차피 다양한 교육을 받으니까 보수는 필요 없을 거라는 식인거야. 근데 업무는 꼭 직장인 같았어. 행사를 앞두고 우리에게 입장권을 주면서 지인들에게 팔아오면 몇 퍼센트를 돌려주겠다며….


배트맨 나도 있어. 한 레저 업체의 서포터즈였는데 미션이랍시고 회사 전단지를 배포하라는 거야. 날도 춥고 비도 오는데 담당자는 서포터즈 관리가 처음인지 우리에게 아무런 조치도 안 해주고. 결국 그날 감기에 걸려서 엄청 고생했어.


대외활동에도 ‘열정페이’가 있네?!


까만안경 이게 기업이 대외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돼서 그래. 마치 저비용 고효율의 대학생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거야. 어차피 아쉬운 건 우리니까.


핑크레이디 친구도 언론사에서 대외활동을 했는데 오전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에 월급이 60만원이었어. 급여가 적은 것도 서러운데 조금만 늦으면 담당자가 ‘다른 선배들은 7시 반에도 출근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늦냐’며 구박했다더라.


까만안경 와, 직장인도 아닌데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요구하네.


핑크레이디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그때 친구네 조가 과제 중 하나로 ‘대학생 열정페이’에 대해 취재했나봐. 그런데 가만 보니 자신들이 딱 그 사례인거야. 그래서 담당자에게 따졌더니 그쪽에서는 ‘너희는 인턴이 아니고 우리가 가르치는 입장이기 때문에 열정페이가 아니다’라고 하더래. 9 to 6 보다 더 오래 일하는데 말이야.


배트맨 애초에 우리가 아닌 어른들의 생각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래.



[복면대담] 5화 대외활동 편. 멘토링 해줄게 공짜로 일 해다오


핑크레이디 지방사는 친구들은 더 힘들 것 같아.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곳이 많지 않잖아.


스파이더맨 교통비 안주면 안하면 안돼?


핑크레이디 안 그러면 정말 할 게 없대. 웬만한 건 다 서울에 있고.


까만안경 그게 다 딱히 여력이 안 되는 회사가 자꾸 시도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주변을 의식해서 일단 운영은 하는데 제대로 꾸리지도 못하고.


핑크레이디 또 기업들이 운영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잖아. 그러다 보면 그냥 보여주기 식에 그쳐버리기도 하지.


까만안경 맞아. 꼭 발대식은 엄청 크게 열고 사진도 열심히 찍는데 해단식은 없거나 조촐하잖아.


배트맨 맞아. 해단식 때 본사직원이 안 오는 경우도 있어.


핑크레이디 근데 이건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해. 활동이 끝나갈수록 대충 일하고, 막상 해단식을 열어도 참여율이 높지는 않을걸.


그래도 좋은 점을 꼽으라면? 또 기업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핑크레이디 다양한 지역과 전공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스파이더맨 난 다양한 경험.


배트맨 맞아. 전공이나 직업으로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볼 수 있잖아. 전에 교육 멘토링 했던 친구가 있는데 졸업 후 대학에 가서도 계속 연이 돼서 가르치고 있지. 난 관심 없는 곳이어도 무조건 도전했어. 그러면 그곳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잖아.


핑크레이디 맞아. 평소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을 견학해 보는 것도.


까만안경 그래도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제일 크지 않아?


스파이더맨 난 아니야. 무조건 경험!


까만안경 야 우리 솔직해지자.


스파이더맨 그래, 사실 나 대기업 아니면 안 해.


까만안경 와 그것 봐.


스파이더맨 아니 내말 들어봐. 대기업이 좋다는 게 아니고 지원을 잘 해주고 기본 틀이 잘 잡혀 있는 곳이 좋다는 거지.


배트맨 꼭 대외활동을 운영하면서 자사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이 있어. 그보다는 우리 업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거나 우리가 직접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까만안경 또 기업들이 너무 대외활동을 이율 측면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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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대담은 매 호 새로운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다음 호 주제는 ‘인턴’입니다. 인턴에 관한 에피소드를 나누고 싶은 독자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에게 신청 메일을 보내주세요. 잡앤조이 페이스북(www.facebook.com/jobjoy)에서는 복면대담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 허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