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단 한번뿐인 웨딩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웨딩플래너’. 김지혜 씨는 5년차 웨딩플래너다. 대학교 재학 중이던 4년 내내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녀는 다른 사람의 결혼을 지켜보며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

[이색직업] 예식장 알바생, 웨딩플래너가 되다

김지혜(1985년생, 듀오정보(주) 웨드사업부 강남 2팀 부팀장, 삼육대 일본어과 졸업)


웨딩플래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예비 신랑, 신부를 만나 그들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성향을 파악해 적절한 예산을 짜고 업체를 추천하는 일을 해요. 결혼의 전반적인 진행과 마무리까지 책임진다고 생각하면 되죠. 웨딩홀, 드레스 선택뿐만 아니라 혼수나 허니문 등도 플래너가 도와주는 부분입니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전 중에는 진행을 맡고 있는 신랑, 신부의 문의사항에 답변을 해요. 맡고 있는 커플의 일정을 조율하고 업체에 발주서를 보내기도 하죠. 오후에는 외근 일정이 많은 편이에요. 신랑, 신부의 드레스 투어나 촬영 현장 등에 동행해 세심하게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일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 저녁 상담을 진행하고요.


야근이 많겠어요.

평일의 경우 8~9시에도 상담이 있어요. 토요일은 무조건 근무하고요. 예식이 있거나 상담 일정이 있을 경우 일요일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 평일 중에 이틀은 휴무를 정해 쉴 수 있어요.


어떻게 웨딩플래너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대학교 때 주말 내내 웨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웨딩홀 아르바이트는 시간 대비 금액이 높아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잖아요. 오랫동안 근무하며 예식 진행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다른 사람의 예식에 관심이 많이 생기게 됐죠. 행복한 커플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요. 졸업할 즈음에는 웨딩 관련해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웨딩홀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관련 업계 사람들도 알게 됐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플래너 일을 하시는 분 밑에서 1년 정도 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 후 현재 회사에 지원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은 스트레스가 많더라고요. 플래너도 그런 부분이 있겠죠?

초반에는 대처 능력이 떨어져 상처도 많이 받았죠. 플래너는 신랑, 신부와 업체의 중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업체도, 예비 부부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죠. 그러다보니 불만족스러울 경우 플래너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도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예를 들어 사전에 체크를 했지만 예식 당일 사진 작가가 지각을 한다던가하는 문제요. 사실 이런 부분은 플래너의 실수는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플래너는 정규직인가요? 급여 체계는 어떻게 되나요?

플래너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고 있어요. 급여 부분도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예요. 초반에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치는데 이때는 월 100만원 초반대의 기본급을 받거든요. 수습이 끝나면 기본급에 일하는 만큼의 보상이 더해지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다보니 수입은 플래너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물론 회사마다 급여 체계는 모두 다르죠.


[이색직업] 예식장 알바생, 웨딩플래너가 되다



20대 웨딩플래너도 많은지 궁금해요.

그럼요. 저도 26살에 일을 시작했고, 저희 팀 막내도 25살이에요. 요새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플래너로 첫 직장을 찾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초반에는 이직율이 높은 편이긴 해요. 사람을 상대하는 스트레스나 급여 부분에 대한 불만족 때문인 것 같아요.


입사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서류전형 후 합격 통보 받으면 면접을 진행해요. 실무진 면접과 임원면접이 있습니다. 면접에서는 지원동기, 본인의 장점, 웨딩플래너로서의 자질, 회사에 대한 이미지 등을 물어보는 편이죠. 제가 면접을 봤을 때는 임원 면접에 간 후보자가 30~40명 정도였는데 그 중 12명이 채용됐어요.


사람들이 ‘웨딩플래너’에 대해 갖는 편견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매일 드레스, 꽃, 보석 등 예쁜 것만 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플래너는 뒤에서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해요. 본식날 부케는 왔는지, 도우미 이모님이 드레스는 제대로 가져 왔는지 등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또 신랑, 신부에게 정말 중요한 날인만큼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매우 예민해지죠.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업무 강도가 약한 직업은 아니에요.

웨딩플래너의 전망은 어떤가요?

최근 들어 결혼을 필수라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죠. 또한 과거에 비해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져 각자의 일이 바쁘다보니 결혼 준비를 도와줄 사람이 절실해지고 있어요. 때문에 웨딩플래너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웨딩플래너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친절한 성격이 기본이죠. 내성적인 성격보다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고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안에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캐치해 낼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면도 있어야 합니다. 예비 부부의 예식을 내 예식처럼 생각하는 진정성도 필요하고요. 드레스나 꽃 등을 신부에게 추천하는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미적 감각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