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가 삼겹살 프랜차이즈의 최연소 점장이 된 사연은?

박동화 하남돼지집 코엑스점 점장

“외식업이라 힘들다고요? 외식업이라 즐겁죠!”


스무 살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한 청년은 6년 간 뮤지컬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함께 배우를 꿈꾸던 친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무대를 내려와야만 했다. 우울해하는 그에게 친형은 바람 좀 쐬고 오라며 음식점 쿠폰 한 장을 건넸다. 그리고 그 쿠폰은 그를 한 점포의 점장 자리까지 이끄는 계기가 됐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직원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손님들도 식사를 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온 것 같았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짧은 시간에 나누는 몇 마디에 위로를 받았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매장을 찾았던 듯해요.”


하남돼지집 코엑스점에서 점장을 맡고 있는 박동화(28) 씨. 앞서 소개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를 겪은 주인공이다.


하남돼지집에서 일하던 친형이 건넨 쿠폰을 들고 밥 한끼 먹으려고 찾았던 매장은 2015년 1월, 그의 직장이 되었다. 매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동환 하남F&B 직영사업부 본부장의 입사 제안을 받고서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았으니 손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게 그는 ‘교육생’의 자격으로 입사해 사원, 대리를 거쳐 현재는 점장의 자격으로 코엑스점을 이끌어가고 있다.


박동화 하남돼지집 코엑스점 점장  “외식업이라 힘들다고요? 외식업이라 즐겁죠!”


팬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것이 인터뷰를 함께 한 하남F&B 김준령 대리의 첨언. 그도그럴것이 하남F&B에서는 직원들의 추천으로 점장 후보를 선정, 역량평가와 1·2차 면접을 통해 최종 점장을 선발한다. 그는 손님과 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최연소 점장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듯 손님을 만나요"

2010년 본점 오픈을 시작으로 172개 매장 오픈, 101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하남돼지집. 하남돼지집의 성장 동력은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손님은 대접받기 위해 왔다’는 장보환 대표의 서비스 철학에 따라 손님이 고기를 굽기 위해 가위를 드는 일은 없다. 초벌구이부터 재단, 서버까지 직원들이 전담한다.


모든 직영점이 오후 6시가 되어 영업을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직원들이 점심때부터 일하면 기분 좋게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을 지친 얼굴로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점장도 오후 3시에 일과를 시작해 6시부터 12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출근 시간이 오후 3시면 늑장을 부릴 만도 하지만 그의 오전은 무척 바쁘다.


“출근 전에 강남 일대의 성공한 프랜차이즈 점포를 찾기도 하고, 직영점 전 직원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에도 참석해요. 본사에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사례 발표나 CS 교육을 받는 날도 있고요. 또래로 구성된 소모임에도 참여하죠. 각 지점 거리가 가깝지 않지만 한 식구라는 생각이 있어 원활하게 소통해요”


본사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할 뿐, 각 지점장은 직원 채용부터 발주, 관리까지 매장 운영 권한 대부분을 갖는다. 많이 배워 더 크게 성장하라는 인재 양성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하남F&B는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학제도, 의료복지제도, 포상제도 등을 운영한다. 때문에 직원들이 브랜드에 갖는 책임감과 자부심은 굉장하다.


이런 직원들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도 점장의 역할.


“직원들 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원들 사이가 좋아야 손님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7~8명이 한 공간에서 일하니 갈등이 일어날 때도 있죠. 그때는 20대 청년이 아닌 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어느 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순간이 배우는 과정이죠.”


박동화 하남돼지집 코엑스점 점장  “외식업이라 힘들다고요? 외식업이라 즐겁죠!”



영업이 끝나고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서로를 응원하는 직원들과 더불어 그에게 힘을 주는 이는 바로 손님이다. 그는 손님에 집중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으로 여긴다. 손님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재단하며 친구처럼 말을 건네 오는 그에게 식사를 마친 후 아이스크림이나 비타민을 들고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는 손님도 많다.


“무대에 꿈을 가졌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 하나하나가 무대처럼 느껴져요. 제가 배우이고 손님들이 관객이 되는 거죠. 때문에 푯값 이상, 그러니까 식삿값 이상의 가치를 선물하고 싶어요.”


매 순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지만, 속상한 일도 많다. 좋은 의도로 말을 건넸지만, 왜곡해서 받아들일 때와 같은 경우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외식업에 대한 편견이다. 그는 “외식업이라 힘든 것이 아닌 외식업이라 즐거운 일이 많다”며 “외식업, 특히 고기를 판매하는 곳은 힘들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경험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박동화 하남돼지집 코엑스점 점장  “외식업이라 힘들다고요? 외식업이라 즐겁죠!”


“직원을 채용할 때 ‘일단 해보라’고 말해요. 직접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20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편견을 갖지 말고 관심이 있다면 우선 해봤으면 좋겠어요. 하다 보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면접을 제안한 본부장님, 수많은 손님, 여자친구까지 저를 응원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이렇게 성장하다 보면 제 브랜드를 만드는 날이 언젠간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 하남F&B 채용INFO

하남돼지집은 수시로 인재를 모집한다.

서류전형과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을 통해 최종 입사자를 선발한다.

매장의 사원으로 선발되면 3개월간의 교육 후 사원 - 매니저 - 부점장 - 점장을 거친다.

점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매장 확대 계획에 따라 채용 기회도 늘릴 예정이다.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