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대담 3화] 중간고사 스트레th

중간고사, 우리만 힘드니?


공원의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우리는 ‘중간고사’를 논했다. 오전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초등학생의 신발주머니 공격에도, “지금 이상한 것 쓰고 뭐 하는 거냐”는 할머니들과 경찰아저씨의 의심 섞인 눈초리에도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복면대담 3화] 중간고사, 우리만 힘드니?


복면대담 3화를 위해 모인 공대비어(조선해양공학 3), 애국소녀(국어국문학 4), 미미(정치외교학 4) 왼쪽부터. 사진=허태혁 기자



드디어 중간고사다! 다들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


미미 지금 4학년이니 그동안 중간고사를 여덟 번 거쳤잖아? 요즘은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지. 1학년 때는 막 불안하니까 2주 전부터 완전 시험모드였다면 요즘은 책을 한 번 읽는 정도? 물론 사전에 어느 정도 준비해놓는 요령도 생겼어. 시험범위를 한 번 쭉 써보는 것.


공대비어 맞아 나도 한 번씩 써봐. 그렇지만 뭐, 자기 위안이지. 왠지 모를 뿌듯함이랄까. 아, 먹을 것도 필요해.


애국소녀 칼로리로 보상받아야지.


미미 맞아. 시험공부 전에 우선 초콜릿이랑 과자부터 사야 해. 학교에서 시험기간에 간식 주는 이벤트도 있잖아. 총학생회가 시험 전 주쯤 저녁 7~8시에 도서관 앞에서 간식 나눠주는 것. 지나가다 보니까 줄 엄청 길던데 나는 한 번도 못 받아봤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공대비어 맞아. 나도 그 시간이면 이미 집에 있어. 공부하기에는 집이 편하잖아. 도서관 가면 수면바지도 못 입고. 다들 또 도서관에는 엄청 예쁘게 입고 와. 역시 진짜 공부하는 사람은 집에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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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시험은 문과라서 그런지 대체로 논술 형식이야. 그래서 글씨체가 굉장히 중요해. 교수님 보기에도 예쁜 글씨가 좋지 않겠어?


공대비어 ‘누가 오래 남아있나’도 은근 신경 쓰여. 보통 시험 마감 30분 전부터 답안지 내고 퇴실할 수 있잖아. 근데 이때 사람들이 나가면 엄청 부담되지. 뭐지? 이 문제 나만 어려운가?


미미 맞아. 문과는 분량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누가 가장 늦게 나가는지도 봐. 공부한 내용이 많을수록 쓸 게 많을 것 아냐.



애국소녀 나 하루에 시험 네 과목 본적도 있어. 오전 9시에 원어민과의 프리토킹, 2교시에 전공, 3교시는 교양미술 시험이라 미술 역사를 외우고 마지막 시간에는 한자 200개를 외웠지. 네 개 다 마치고 나오는데 눈물이 나더라.


미미 와, 진짜 힘들었겠는데? 이렇게 하루에 여러 과목을 보면 벼락치기가 안 돼. 고등학생이 대단하다니까 어떻게 국?영?수를 하루에 보지.


공대비어 맞아 고3이 제일 똑똑해.


시험 중에도 썸은 탄다는데, 너희들은 어때?


미미 썸의 핵심은 학교 커뮤니티지. 그런 것 있잖아. ‘도서관 몇 열에 분홍색 치마입고 앉아있던 여자분 남자친구 있나요?’ 그러면 친구들이 막 태그 달고 ‘이거 너인 것 같다’며 제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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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비어 맞아. 시험기간에도 다들 이런 글 열심히 본다니까. 그리고 대부분 친구들이 나타나서 결국은 제보자와 연결되더라. 그래도 바로 사귄다기보다는 조금 친해지는? 알지만 별로 안 가까운 사이에는 모르는 문제 물어보면서 친해지고 나중에 사귀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


미미 그런 것도 봤어. 모르는 사람끼리 ‘잔막’이라고 해서 잔디에서 거리 마시는 모임을 갖는 거야. 이 안에서도 뭔가 이뤄지겠지? 저학년이 많긴 하지만.


공대비어 썸은 수업 중에도 있지. ‘응용수학’이라고 그 전에 비슷한 과목이 성적이 잘 나와서 자신감을 얻고 신청한 수업이 있었는데 아 배신감, 엄청 어려운거야. 좌절하고 있는데 웬걸, 강의실에 남학생이 많고 게다가 다 잘생긴 거야. 그 중에도 유독 한 사람한테 꽂혀서 이름 알아낸다며 출석체크 할 때 주의 깊게 들어봤지. 뭐, 여자친구는 있는 것 같았지만.


애국소녀 난 있었지. 당시 이미 썸 타는 사이였는데 동아리방 문을 잠가 놓고 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어. 마침 방이 방음장치가 돼 있었고… 사실 문도 내가 잠갔어. 후배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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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대박! 역시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썸은 잘만 타나봐.


공대비어 오호호호.


그래도 언젠간 시험은 끝나잖아. 끝나고 뭐할 거야?


미미 일단 무뎌졌다고 해야 하나?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본다며 계획은 짜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면 귀찮아. 아, 그런 건 있다. 막 사고 싶어지는 것.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나를 위해 이것 하나 못 사, 뭐 이런 느낌? 이번에는 전주에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이야. 맛있는 게 많다더라고.


공대비어 나는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 때 이번에도 그냥 집에서 잘 것 같아. 시험이 끝나도 딱히 다를 게 없더라. 그러다 기말고사가 되면 다시 덮어뒀던 책 펴야 하고. 시험이 끝나는 것 보다는 종강이 돼야 정말 기쁠 것 같아.



[복면대담 3화] 중간고사, 우리만 힘드니?



미미 지금 주제가 중간고사잖아.


공대비어 사실, 난 중간고사가 약간 반가워. 벌써 학기가 반이 지났다는 뜻이잖아.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와, 이제 방학이 2주 남았구나’ 하고.


애국소녀 너 취직 안 해? 미미야 우리 취직할 수 있겠지?


공대비어 나는 재밌게 놀 거야. 아직 3학년이니까. 노래방도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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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대담은 매 호 새로운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다음 100호 주제는 ‘축제’입니다. 학교 축제에 관해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나누고 싶은 독자는 4월 19일(화) 24시까지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에게 신청 메일을 보내주세요. 잡앤조이 페이스북(www.facebook.com/jobjoy)에서는 복면대담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 허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