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모텔 가는 여자, ‘여기어때’ 손선미 대리

“대학생들, 모텔에서 시험공부해봤나요?”


“여운이님, 치킨은 잘 받으셨나요?” 숙박어플 ‘여기어때’의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10분 뒤, ‘여운이’ 겸 커뮤니티 운영자 손선미 대리에게 정말 치킨 한 마리가 도착했다. 그동안 그에게 연애고민, 데이트 이야기를 털어놨던 한 팬의 선물이었다.


“대학생들, 모텔에서 시험공부 해봤나요?”


4월 7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위드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기자단이 손선미 '여기어때' 운영팀 대리를 만났다. 왼쪽부터 손 대리, 이정수, 김민경 대학생 기자.사진=김기남 기자


손선미

1989년생

2012년 위드마케팅 입사

2014년 여기어때 운영팀 부서이동



- 어떻게 ‘여기어때’의 커뮤니티 운영자가 됐나


대학 때 마케팅을 전공했고 온라인 광고대행사 위드마케팅에 입사해서 바이럴마케팅을 맡았다. 그러다 2014년에 위드이노베이션이 분사되고 ‘여기어때’ 앱을 론칭 하면서 합류하게 됐다. 현재는 앱 안의 커뮤니티 ‘여기톡’을 운영하고 있다. 이 안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벤트 관리, 설문조사 기획 등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 안에서는 아이디 ‘여운이’로 활동하면서 이용자의 고민에 댓글을 남긴다. 일부 고정팬도 있는데 아마 피드백이 빠르기 때문인 것 같다. 주말에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최대한 바로 답을 달아주려 노력한다.


- ‘커뮤니티 소통’이라는 업무가 독특하다.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할 때마다 사용자들로부터 후기를 듣고 개발팀이나 운영팀에게도 전달한다. 나를 통해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가 회사에 전해진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다.


- ‘모텔중개앱’이라는 업종으로 인한 업무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성향이 워낙 ‘쿨’해서 딱히 힘든 것은 없다. 그래서 이 일을 맡게 된 게 아닐까. 또 모든 직원이 이런 면에 개방적이다. 새로운 이벤트나 설문조사를 기획할 때마다 애인과 직접 모텔에 가서 체험해보고 자연스럽게 후기도 나눈다. 모텔의 비품이나 성인용품도 주요 대화 소재다.


- 커뮤니티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익명 기반이다 보니 개방적이고 상세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남녀 커플이 함께 방문한 적도 있었다. 이 커플은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수시로 게시판에 올렸다. 다른 이용자들도 이들의 사연을 읽으며 성별로 편을 갈라 응원하면서 드라마를 보듯 열광했다. 어쨌든 다시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생들, 모텔에서 시험공부 해봤나요?”


손 대리는 '여기어때' 앱 안의 커뮤니티 '여기톡'을 운영하고 있다(대화명 '여운이'). 사진=김기남 기자



- 가장 많이 나오는 고민은?


연락 문제다. 20대는 메신저나 SNS 관련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연락은 없는데 메신저 ‘프사’가 변경됐다거나, SNS에 접속해 있다는 식이다. 온라인을 애정을 확인하는 도구로 여기는 것 같다.


- ‘여운이’가 보는 최근의 연애풍속도는 무엇인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성터놓고’라는 성인전용 카테고리가 있는데 여기도 여성 이용자가 압도적이다. 이 안에서 모텔 이용후기나 포인트 등의 혜택 관련 이야기도 서슴없이 나눈다. 여기어때의 모텔 ‘바로결제’ 이용자도 절반이 여성이다. 예전에는 남성들이 현장에서 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관련 모바일 서비스가 생기면서 꼼꼼하게 계산하려는 여성들이 앱을 이용해 직접 결제하는 것 같다. 또 앱에서는 모텔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 20대의 모텔풍속도 달라지고 있나?


모텔을 숙박보다 대실로 활용한다. 특히 시험기간에 대학생들이 모텔을 빌려서 공부하고, 피곤하면 자고, 씻기도 하더라. 여러 명이 이용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업체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최근에는 수영장, 당구대, 스파 등을 비치해 고급화 하고 있다.


- 끝으로 ‘여운이’ 만의 연애철학이 궁금하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생각한다. 한 여성이 소개팅을 하고 난 뒤 상대방과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장문의 고민을 남긴 적이 있다. 소개팅 전까지는 연락이 잘 되고 당일 분위기도 좋았는데 만나고 난 뒤, 전화를 걸어도 안 받고 계속 메신저만 하려고 했다더라. 아니, 연락 자체가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상대방이 바쁠 것이라든가 좋은 답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솔직하되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는 게 내 철학이다.


‘여운이’님, 제 고민 좀 들어주세요!


- 여친이 모태솔로라서 연애 스킬이 부족해요. 같은 과여서 그런지 계속 저를 친구로만 대하는 느낌이에요. 적극적으로 다가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태솔로라면 연인관계에 해볼 수 있는 것들을 거의 안 해봤겠네요. 우리가 연인이라는 점을 계속 주입시켜보면 어떨까요. 거부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요. 커플아이템을 선물한다든가, 여행을 간다든가, 연인들만 할 수 있는 데이트를 한다든가 등이요. 최대한의 노력을 해봤는데도 제자리라면 그냥 여자친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여차친구는 현재 상태가 연인관계라고 생각하고 문제점을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 오빠가 썸만 타고 고백을 안 해요. 벌써 두 달째 손도 잡고 단둘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는데 달달한 멘트도 없어요. 이거 어장인가요?


혼자 생각하게 되면 추측들만 생기기 마련이죠. 두 달 정도 됐다면 직접 물어보세요. 어장인가? 확신이 없어서인가? 고백 없이 자연스럽게 사귀길 원하나? 달달한 멘트가 없는 걸 보니 표현을 원래 잘 못하는 사람인가? 이런 상상만 하는 것 보단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죠.


- 사귀면 꼭 같이 하룻밤을 보내야 하나요? 저는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연애를 하고 싶은데 남친은 점점 진한 사이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좋죠?


모든 데이트를 자신의 성향에 맞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도 어느 정도 맞춰주고 배려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남자친구가 억지로 스킨십을 강요한다면 문제겠지만요. 그게 아니라면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는 방법이 더 현명할 듯하네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