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취업도전기 7] 송진범

‘10전 4승 6패’ 서류합격률 그리고 쓰린 실수


[진범] 서류합격률, 10전 4승 6패



[진범] 서류합격률, 10전 4승 6패

10전 4승 6패. 누가 보면 스포츠의 중하위권 팀의 성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 나의 서류합격 전적이다.


취업이 힘들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상반기에는 은행 공채가 많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풍문일지도 모르지만 시중은행 1, 2군데 정도만 공채가 뜬다고 하니 나를 비롯한 은행 취업준비생들에겐 좌절의 연속이다. 그만큼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자리가 내 자리라는 자신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서류에 합격한 회사 네 군데는 사실 그렇게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그 기업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면접 내공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임했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덜 긴장됐고, 답변도 나쁘지 않게 했던 것 같다.


내가 합격한 곳은 저축은행 두 군데와 외국계 마케팅 회사, 그리고 중견제약회사다. 대기업 원서는 아직 발표가 난 곳이 거의 없고, 사실 많이 쓰지도 않았다. 삼성과 현대는 아예 원서조차 내지 않았고, CJ와 롯데는 원하는 직무가 있어 지원했다.


최종면접까지는 두 군데 갔다. 일양약품과 공평저축은행이었다. 항상 면접장에 한 시간 정도 일찍 가는 편인데, 아닌게 아니라 막상 면접 대기실에 들어가니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보다 멀끔한 인상을 가진 지원자들이 많았다. 면접장에선 내가 가장 초라한 사람인 것 같다 매번.(웃음)


공교롭게도 두 면접 모두 면접관은 네 분이었고, 5명의 지원자가 한 조가 돼 면접을 봤다. 기본적인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물어보셨다. 자기소개는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내가 겪었던 경험 중 한 가지를 짧게 제시한 다음에 거기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역량을 얻었고, 나는 그런 이 직무에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식이다.


첫 스타트가 중요하다. 첫 번째 답변을 잘 하면 그 뒤로도 잘 풀리는 느낌이다.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던 면접이었다. 그 후로는 직무에 관한 질문과 기업에서 지금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철저하게 기업분석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관련 기사와 기업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대비한다면 좋은 답변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하진 못했다.


저축은행부터 합격자 발표가 났다. 불합격. 그래도 막상 면접을 보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면접에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파악했고, 그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일양약품은 최종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이곳은 1차 면접 후 최종면접 전에 온라인으로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합격에 당락을 결정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자 확인 실수로 검사를 실시하지 못했고, 2시간에 걸쳐 최종면접장에 갔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식으로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저축은행은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지만, 제약회사는 솔직히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 은행보다는 제약산업이 앞으로 더욱 비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그 기회가 날아가 지금도 가슴이 쓰리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시 준비해야겠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답답함의 연속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업에 다니는 현직자도 다 겪었던 과정이다.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작은 실수가 큰 눈덩이가 돼 돌아온다는 사실도 깨달았던 2주였다. 꽃놀이가 한창이다. 그래도 가끔은 봄날을 만끽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