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간판 걸고 옷을 파는 용감한 뇨자들

전주 남부시장 송옥여관의 처녀 3인방


마광수의 소설 ‘장미여관’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간판이 ‘송옥여관‘일까

침대도 없는 누런 장판에 직직거리는 브라운관 TV와 물컵 딸린 양은 주전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것 같은,이 옛날식 느낌의 여관 주인은 뜻밖에도 20대 처녀들이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나오는 세명의 여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이다. 여관의 주인 또한 세명이다.


전주시 남부시장에 위치한 송옥여관.

멀리서 간판을 보고 찾아들어 이 여관 앞에 서면 엄청난 반전이 나타난다. 간판은 여관이지만 실은 빈티지 의류 편집숍이다.



여관 간판 걸고 옷을 파는 용감한 뇨자들



‘송옥여관’은 김채람(27)·고혜경(26)·이란(26) 씨 등 세 사람이 꾸려꼬 있다.셋은 전북대 동문이다. 매장의 키워드인 빈티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여관 간판을 구해다가 그대로 걸었다. 1970~1980년대에 출시된 구제의류들을 수선해 팔고 있다.


특이한 가게 이름 덕분에 송옥여관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고혜경 씨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은 희소성 때문에 즐겨 찾고, 50대 엄마들은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며 좋아해 단골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아이디어다. 빈티지 느낌을 주기위해 과감하게 옛날식 여관 간판을 내건 것 만으로도 참신하다.고씨는 “세 사람이 매달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가져가는데, 2년 전 개점 초기 월 20만원에서 지금은 200만원가량 된다”며 “미래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한 달 매출 1000여만원 중 일정비율을 잉여금으로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남부시장에는 송옥여관 말고도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수두룩하다. 수제 액세서리점에서 보드게임방, 멕시칸 요리점, 칵테일 바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전통의 도시 전주, 그중에서도 재래시장에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점포들이 빼곡하다.


하현수 전주남부시장 상인회장은 “퓨전 메뉴를 내세운 외식점과 기성품이 아닌 수제 의류·잡화점이 시장에 발길을 끊은 1020세대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며 “청년몰이 고객몰이를 하면서 기존 점포의 매출도 덩달아 2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전통찻집 ‘차와’를 운영하는 임영규 씨(31)는 대형 건축자재 기업 출신이다. “남들이 가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고 있구나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회사 그만둔 걸 부모님한테 1년간은 비밀로 했죠.” 임씨는 3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10개 테이블이 텅텅 비어 후회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60개팀의 손님이 들러 직원 한 명만으로 운영하기가 벅차다고 했다.


청년몰에서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칵테일 바 ‘차가운 새벽’의 주인 강명지 씨(30·여)는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이다.


멕시칸요리점 ‘카사델타코’는 미국 텍사스주 하얏트호텔 주방의 요리사였던 김형철 씨(34)가 운영하고 있다. 전주 지역의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김씨는 “모든 요리사가 자신의 점포를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카사델타코를 체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동 한국경제신문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