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들이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주로 비수도권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방거점국립대 9곳도 추가모집을 진행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백 명대가 미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 추가모집 인원은 162개교에서 총 2만6129명을 기록했다. 추가모집 인원은 2월 21일 오후 6시 대학 제출자료 기준으로 작성됐다. 이는 지난해 추가모집 인원 9830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 3개년도 대입 추가모집 인원 현황. (사진 제공=대교협)
최근 3개년도 대입 추가모집 인원 현황. (사진 제공=대교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추가모집 합격자에게 첫 학기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무료 제공 등 혜택을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수능 미응시자도 수능 위주 일반전형 지원을 허용한 대학도 있었다. 사실상 지원자 전원을 합격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지역 대학의 대규모 미달 사태는 학령인구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는 49만3433명에 불과해 4년제·전문대학 모집 정원 55만5774명 보다 크게 적었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감소해 2024년에는 12만명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대학들의 위기감도 가중되고 있다.

신입생이 크게 부족할 경우 학교의 재정 부담으로 작용해 학과와 인력 등 구조조정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폐교’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를 두고 “학령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대학이 경쟁력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기대학, 인기학과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대학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취업에 도움이 되고 특성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대학들마다 커리큘럼과 학사체계 개편, 정원 감축 등 체질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방대 역할 정립을 바탕으로 지역 내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청년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체질개선 및 특색 있는 지방대를 집중 육성하고 지역사회 내 청년 취업여건 개선 및 정주여건 향상을 위해 범부처 차원을 협업을 추진한다.
지역별 특화인재양성 분야 및 관련 사업. (사진 제공=교육부)
지역별 특화인재양성 분야 및 관련 사업. (사진 제공=교육부)
‘대학과 지역, 미래를 여는 혁신공동체’라는 비전 아래 △지방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혁신 △지역인재 정착을 위한 지역혁신 △지역혁신 주체간 협업 촉진 등 세 가지 정책 틀을 바탕으로 주요 과제를 설정했다.

여기에는 지역 대학의 정원 감축 유도와 한계 사학 관리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번 계획에서 지역 대학을 △재정지원 선정대학 △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 3가지로 구분하고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비롯해 재정 여건을 위험한 대학의 단계별 시정조치와 폐교 절차를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진이 기자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