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가장 큰 비극은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계발 분야의 대가 데일 카네기의 이 말처럼 ‘진정한 꿈’을 알고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어려운 화두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효은 제주항공 부기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에 10여 명뿐인 여성 민항기 조종사 중 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파일럿이라는 하나의 꿈을 향해 10여 년을 꼬박 달린 끝에 목표를 이뤄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부기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제주항공 부기장 이효은
[Interview]10년 동안 하나의 꿈만 좇아…“포기 없는 전력 질주만이 기회를 만든다”
1983년생
2001년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입학
2003년 항공교통관리학과로 전과
2005년 항공교통관제사 자격 취득
2007년 12월 제주항공 입사(관제 업무)
2011년 사업용 조종사 자격 취득
2012년 1월 제주항공 운항승무팀 부기장


파일럿이 유일한 꿈이었나.

간호사로 일하신 어머니는 늘 “여자도 사회에 나가서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초등학생일 때는 “효은아, 파일럿 어때? 특별한 직업이지 않니? 더욱이 여성 파일럿은 거의 없잖아”라고 말하곤 하셨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한 귀로 흘렸는데, 계속 영향을 미쳤나 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파일럿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파일럿이 되기 위해 항공운항학과 중에서도 조종 전공으로 입학했다. 새로 만들어진 학과여서 1기로 입학했다. 하지만 신설이다 보니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학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안 사정도 많이 안 좋아졌다. 더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았다. 3학년 올라가면서 파일럿이라는 꿈을 일시 포기하고 항공교통관리학과로 전과를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온 목표가 코앞에서 무너진다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졸업 후 항공교통관제사로 제주항공에 입사했다. 4년 동안 파일럿이 아닌 관제사로 일했다.



다시 도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관제사는 비행기의 속도를 관리하는 등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항공산업에서 꼭 필요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비행기 안 조종석에 있어야 할 내가 비행기 밖에서 이착륙만 관리하니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늘 조종사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꿈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꿈이 살아 있는데 현실에 부딪혀 포기할 순 없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비행학교에 입학했다. 퇴근 후 공부하고 훈련을 받았다. 매일 밤 11시 넘어 일과가 끝나고, 학비도 많이 들었다. 4년 동안 모은 돈으로 학비를 내니 ‘이게 1분에 얼마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럴수록 더 악착같이 파고들었다. 남들은 1년 6개월 동안에 하는 공부를 7개월 만에 끝내버렸다. 그리고 민항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땄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처음 나에게 파일럿의 꿈을 심어준 어머니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만든 원동력이다. 사실 다시 파일럿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일부러 어머니께 말하지 않았다. 꿈을 포기하고 전과를 할 때 너무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합격한 후에 당당하게 말씀드리자’고 생각했다. 역시 자식들의 힘, 특히 딸들의 힘은 어머니인가 보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파일럿은 특별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이든 적성이 필요하지만 특히 파일럿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절대 못하는 일이다. 부기장이 되기 전 훈련을 받는데 동기 8명 중 2명이 불합격(Fail)했다. 능력이 뒤처져서 실패한 게 아니다. 단지 적성이 안 맞아서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체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장시간 새벽 비행을 하려면 끈기가 있어야 하고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오랜 비행 준비가 필요하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는 일인 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강해야 한다.



관제사로 일한 제주항공에 다시 파일럿으로 입사한 이유는.

조종사 공채 때 마침 새 CEO가 취임했는데, 기존 직원들 가운데 조종사를 꿈꾸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셨다. 회사에서 근무한 공적도 크게 생각해 ‘우리 사람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채용을 한 것 같다. 나에게 꼭 맞는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참 많지만, 바로 그 노력 없이는 행운이나 기회도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노력했기 때문에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파일럿의 꿈을 이룬 지금, 또 다른 목표가 있나.

우선 기장이 되는 것. 일정기간 부기장으로서 경험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다. 후배들에게 “기장님과 비행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만큼 믿음을 주는 기장이 되고 싶다. 롤모델은 김주하 앵커인데,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정신적 멘토로 삼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함께 출산 후 새벽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세상엔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포기나 다름없다. 할 수 있을 만한 시도는 우선 다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노력을 통해 행운을 잡을 확률을 높여갈 수 있다. 완전한 노력과 공부가 행운을 만든다. 과연 나에게 기회라는 게 올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행운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오더라. 스스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만들어놓고 기회를 기다려 보라. 틀림없이 어떤 계기가 찾아올 것이다. 청춘의 들끓는 열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완전한 노력과 공부가 행운을 만든다. 과연 나에게 기회라는 게 올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행운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오더라.



글 최지수 대학생 기자(조선대 국어국문 2)┃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