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99%를 차지하는 일터일 뿐만 아니라 88%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다수 국민의 일터인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취업난에도 대기업 선호 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최근 한 취업 포털의 보도자료를 보면, 올해 취업에 성공하기를 원하는 구직자들의 70%가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5%는 ‘대기업 공채에 떨어져도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판 좋고 임금 높은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말 취업이 절실한 입장이라면 내가 세운 구직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 수의 88%가 중소기업 근로자다. 구직자 중 실제로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12%에 불과하다. 과연 내가 취업을 준비하는 전체 구직자 중 상위 10% 이내에 들어가는 인재인가. 어떤 면에서 특별한가. 실력? 타고난 재능? 인맥? 경험? 나는 과연 1%에 속하는 직장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는가.

자신이 지방에서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혹은 전문대를 나왔기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고 말하는 구직자들도 있다. 이미 간 대학을 어쩌겠는가.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갈고닦는 노력, 그 노력으로 본인의 수준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다. 일반적인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교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줄곧 장학금을 탔거나, 학점은 낮더라도 그 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성과를 거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인재로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까지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가령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배들이 주로 어떤 회사의 어느 분야로 취업을 했으며,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지금의 내 모습은 합격선 내에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직접 발품을 팔아 자신만의 정보로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소위 스펙 높이기에 매달리며 다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긍정 속에 대기업 공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박천웅의 스펙 뛰어넘기] 대다수의 회사원은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
구직자들의 막연한 대기업 선호 현상은 중소기업을 인력난에 허덕이게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유능한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중소기업도 능력 있고 똑똑한 직원과 함께 오래 일하고 싶지만 처우 부분에서 기업과 직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처우는 사장이 잘해주고 싶다고 해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직원이 그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주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처우만 좋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업계에서 생존이 가능한 것인데,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서 가격 경쟁에서까지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업계에 비례해서 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다 할지라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장점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99%를 차지하는 일터일 뿐만 아니라 88%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 즉 대다수 국민의 일터인 만큼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고용 안정성, 근무 환경 등에서 대기업보다 유리한 기업도 많다. 누구나 첫 직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인이 가고 싶은 기업이 정말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어야 할 것이다. 취업을 앞둔 4학년에 와서 부랴부랴 스펙 쌓기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경쟁자 대비 많은 핸디캡을 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취업 준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얼마 전 신문에도 나왔지만 기업에서는 실제로 신입사원의 나이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직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이 같을 경우 나이 어린 지원자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조직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

어학점수 100점 올리기, 자격증 하나 더 따기에 매달리기보다 본인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직무에서 일을 해본다든지 유사한 분야에서 경험 하나를 더 쌓는 것이 취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도 괜찮다. 회사의 문이 늘 나를 위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선택해주는 직장에 입사해 정말 열심히 일을 해보자.

직장은 학교와 달리 통제가 강한 조직이기 때문에 직장인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대한 졸업 전에 취직한다는 각오로 취업 준비에 임하자. 규모가 조금 작은 기업에 입사하게 됐을 경우 꿈을 접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을 배우고 실력을 쌓는다면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스카우트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박천웅의 스펙 뛰어넘기] 대다수의 회사원은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이사
삼성그룹 임원을 역임하고 인재서비스기업 ‘스탭스’ 대표를 맡고 있다.
숙명여대·한국장학재단 취업 멘토, 한국경제신문 필진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