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밴드2’에 데이브레이크가 나타났을 때 시청자들은 두 번 놀랐다. 첫째, 모든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들의 음악 때문에, 둘째, 생각보다 훨씬 ‘연식’ 있는 이들의 나이와 경력 때문에!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어느 한순간 기적처럼 탄생한 것이 아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세상에 ‘새벽(Daybreak)’이 오기 전 어둡고 외로운 시절이 있었다. 적막이 내려앉았던 무명 시절에도 이들은 서로를 믿으며 악기를 잡았고,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어느새 7년. 이제 긴 밤은 걷히고 세상엔 데이브레이크만의 밝은 에너지가 퍼지고 있다.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김장원(키보드) 김선일(베이스) 이원석(보컬) 정유종(기타)

2007년 1집 ‘Urban Life Style’
2010년 EP ‘New Day’
2010년 2집 ‘Aurora’
2011년 EP ‘Mr. Rolling Stone’
2011년 EP ‘Shall We Dance?’
2012년 3집 ‘SPACEenSum’



KBS ‘TOP밴드2’ 출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원석: 방송 출연 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3집이 나왔을 때도 이렇게까지 인터뷰를 하진 않았었는데…. 아직 예선 중이고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니라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싸이월드 클럽 회원 수가 좀 늘었어요. 어쩌면 밴드를 알리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김선일: 타카피, 슈퍼키드, 트랜스픽션, 장미여관 등 ‘TOP밴드’에 같이 출연하는 밴드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밴드를 하고 있지만 서로 친해질 기회가 많진 않거든요. 이번에 방송 출연하면서 대기시간 동안 얘기하다가 친해졌죠.

정유종: 만나면 웃고는 있지만 사실 치열한 느낌이 있어요. 경연 전에 전화해서 ‘무슨 곡 하냐’고 물어보고 서로 얘기 안 해주고.(웃음)

김장원: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식이 되는 것 같아요. 공중파 출연이 많은 편도 아니고 밴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이번 계기를 통해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치열해지는 거죠.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데이브레이크는 7년차 중견 밴드죠? 처음 ‘데이브레이크’로 뭉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선일:
저와 원석이는 데이브레이크 이전에 ‘브런치’라는 록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2006년에 개인 사정으로 밴드가 해체되면서 다른 밴드를 해보자고 이야기했죠. 원석이에게 ‘기막힌 친구들이 있다’며 유종이와 장원이를 추천했어요. 다른 가수 세션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제가 무척 아끼는 동생들이었거든요.

이원석: 유종이를 보려고 ‘허밍어반스테레오’의 합주실에 찾아갔었어요. 기타 연주를 하는 걸 봤는데 첫눈에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한 연주를 하더라고요. 기타에 굉장히 몰입해 있었고요.

정유종: 저는 스무 살 때부터 기타를 쳤어요. 기타 치는 게 정말 좋고 이걸 꼭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열등감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엔 누가 예쁜 여자랑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해도 기타 연습한다고 거절할 정도였어요.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선일이 형을 만났을 때 이렇게 베이스를 잘 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연주자들이 못 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같이 팀을 하자고 했을 때 ‘형이 하자면 무조건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김장원: 전 선일이 형 소개로 원석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건반을 배우겠다고 절 찾아왔었죠. 동안에다 선한 인상이라서 처음부터 호감이 갔어요.

아, 피아노 쪽에 소질은 별로 없어 보였어요. 배우러 와서 한 달 동안 같이 게임만 했거든요.(웃음) 어쨌든 쉽게 친해졌죠.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2007년 데뷔했지만 ‘데이브레이크’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힘들었던 무명 시절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장원: 사실 1집 활동이 종료되고 모두 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적은 나이도 아니고 이제 30대인데 길이 보이지 않으니 난감하더라고요. 멤버들이 각각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휴식기를 가졌어요. ‘밴드가 이렇게 없어지나’ 싶더라고요.

이원석: 그때 우연히 EBS에서 진행하는 ‘헬로루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사실 저희는 ‘루키’라고 하기엔 대중음악 판에서 너무 오래 활동해온 사람들이었지만 하나의 목표로 다시 뭉칠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고 출연을 결심했죠.

김장원: 처음엔 떨어졌어요. 그런데 며칠 후 제작진 측에서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아쉬워서 그러는데 한 번만 더 출전해달라고. 결국 그해 연말 결선까지 올라갔어요.

그 무대를 보고 지금의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고 음반 계약을 하게 됐어요. 결국 데이브레이크라는 밴드가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터닝 포인트는 ‘헬로루키’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원석: 그 후로도 새로운 포인트가 필요할 때마다 도전 거리를 만들었어요. 레이블과의 계약, 대형 페스티벌, 단독 공연과 같은 것이요. 밴드에게 목표가 생기면 한 곳을 바라보게 되니까요. 그렇게 밴드를 하다 보니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어느 순간 다가와서 반짝반짝하고 빛날 때가 있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니’ ‘네 명이 아직도 밴드를 하고 있다니’ 하고 신기해 할 때가 많아요.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온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 같아요.

김장원:
음악적인 신뢰가 있어요. 밴드에 위기가 생겼을 때도 이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죠.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멤버들을 다시 만나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 하는 생각에 밴드 활동을 놓기가 싫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절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선일: 밴드 생활은 어떻게 보면 ‘결혼’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믿음이 없으면 아무런 합을 낼 수 없는 것. 멤버들끼리 연주할 때 같은 생각을 해야만 좋은 소리가 나오거든요. 저희는 그게 바로바로 나와요.

이원석: 사실 누가 음악을 잘한다 못한다는 구분 짓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합주를 하다가 내가 어떤 음을 냈을 때, 다른 멤버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음’을 딱 내주는 것, 그런 부분은 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시간이 만들어주는 팀워크죠.

정유종: 음악 하는 사람들은 같이 연주를 하면서 시너지가 생길 때 희열을 느끼거든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상대가 채워주는 느낌. 신뢰감은 그렇게 커지는 것 같아요.

김장원: 이를테면 저희는 공연장에서 유종이가 기타줄을 다 끊어낼지라도 무리 없이 한 곡을 마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이원석: 보통 뮤지션이라고 하면 굉장히 자유분방한 삶을 생각해요. 그런데 밴드 활동은 조금 달라요. 멤버 개개인은 예술가이지만 하나의 팀으로 모였을 땐 자기 멋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밴드를 직접 해보니 밴드처럼 어려운 일도, 밴드처럼 멋있는 일도 없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또 다른 에너지가 나오고 그것이 음악에도 녹아드니까요.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데이브레이크가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원석: 저희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장르나 사운드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주고 싶어요. 멤버들과 늘 고민하는 것도 이 문제예요. 그 무언가가 긍정적이고 희망찬 기운이었으면 하고요. 음악을 들으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데이브레이크’가 밴드를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예요. 저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이 있어요. 제각각인 네 명이 모여서 7년째 한 소리를 내는 것.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앞으로 20년, 30년이 됐을 때 저희가 밴드를 하는 그 모습 자체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와중에도 저희는 더 늙지 않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하고 싶고요.

김장원: 너무너무 좋은 이야기입니다. (멤버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30년 뒤 ‘데이브레이크’의 이름으로 자서전을 낸다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요?

이원석: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어요. 저희가 했던 인터뷰만으로 책을 만드는 거죠. 그 안엔 이런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데이브레이크, 체조 경기장 단독공연에 입성하다. 더 나아가 도쿄돔 단독공연을 성사시키다. 그리고 말년에는 밴드 재결성 후 홍대 클럽에서 다시 공연을 펼치다.’ 어떤 장소, 어떤 무대, 어떤 시간이라도 똑같은 표정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자서전에 나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선일: 자서전이 나온다는 건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거잖아요. 일단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재미없잖아요. 우울한 시기도 있고 자극도 있어야죠. 하지만 언젠가 우리의 자서전이 나오는 그 순간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대학생 기자가 묻고, 데이브레이크가 답하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은지(가톨릭대 특수교육1), 김미소(전남대 경제3), 대학생 기자가 동행했다. 화기애애한 인터뷰 현장에서 오고간 멤버들과의 일문일답.

김은지: 데이브레이크의 노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궁금해요.

김장원: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2집 ‘들었다 놨다’, 3집 ‘내려놓다’는 제가 예전에 만났던 분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거예요.

이원석: 보통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장원이는 앨범을 낼 때마다 하나씩 노래로 남기더라고요.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감정이 마음속에 아주 섬세하게 있어요.

김장원: 개인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음악 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하나겠죠. 하지만 경험이라고 저만 아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보편적인 내용으로 풀어내는 편이죠.
[스타와 커피 한 잔] 데이브레이크 ‘TOP 밴드’ 보다 ‘괜찮은 밴드’를 향해
김미소 :대학생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김장원: 여행이요. 저는 20대에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못 가본 게 후회돼요. 30대가 되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장기간 해외 나가기가 힘들더라고요. 혈기왕성하고 체력 좋을 때 장기 여행을 다니는 걸 추천합니다.

김선일: 저도 여행이요. 20대에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은 시야가 넓어지고 인생이 달라집니다. 그 정도로 여행이 중요해요.

정유종: 책을 많이 보세요. 음악도 미술도 결국은 자기가 아는 만큼 느끼는 것 같아요. 책에서 본 것들을 직접 경험할 때의 감흥은 말로 할 수 없이 크더라고요. 최근엔 이응준 작가의 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이원석: 제가 추천하고 싶은 건 동아리 활동이요. 제가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아주 좋았거든요. 착한 사람부터 추악한 사람까지 별별 사람이 다 있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사람을 알아가는 데 동아리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박혜인 인턴 기자 pie@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