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설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설문을 줄여서 ‘애정설’이다.
제목의 ‘애정’이라는 단어에서 ‘연애’ ‘사랑’ ‘러브’와 같은 개념어를 떠올리지 않길 바란다.


타인의 후렴구를 훔치지 말지어다
하얀 눈이 살포시 세상을 덮었던 그날, A는 그의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더란다.


그는 친구 B를 불러내 아무 말 없이 소주를 한 잔 두 잔 걸친 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를 뒹굴다가 짠한 이별 노래를 불러볼까 하여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는 네온사인의 향연 속 허름한 노래방에 꾸역꾸역 들어갔다고 한다.


A가 고른 노래는 바이브의 ‘술이야’.

술도 거나하게 마셨겠다, 가사도 이별에 관한 것이겠다,

앞부분 멜로디는 유명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후렴구의 ‘맨날 술이야 맨날 술이야’ 부분은 꼭 부르고 싶었더란다.



중얼중얼 어찌어찌 후렴구 직전까지 부른 그.

목청을 가다듬고 ‘맨날 술이야’를 외치려는데,



그의 친구 B가 마이크를 뺏더니

‘맨날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열창을 하더란다.



고음이 매끈하게 처리돼 더욱 신이 난 B를 보며 A는 생각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애인 따위 친구 따위 다 필요 없어…’


A는 세상의 슬픔을 모두 안은 채

노래방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친구 B가 한 ‘짓’처럼 타인의 노래를 가로채는 것은 2012년 2월부터 금기 사항으로 정하는 바이니.

누가? 애·정·설 이!



조사 방법 :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병행해 딱 100명을 대상으로 함.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